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84

낙남정맥은 없다(II)

▣ 오랫만에 나선 길: 역맛살이 살아 있었다 오랫만에 길을 나섰다. 코로나가 창궐한 뒤로 거짓말처럼 역맛살이 자취를 감췄다. 내 본능이 아니라 학습된, 아니면 직업병이나 강박증이었던 모양이다. 2020년 1월에 동아프리카를 다녀온 뒤로는 여행, 또는 답사를 위해 충청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021년 여름 방학도 속절없이 다 끝나갈 무렵, 가는 방학이 아쉬워서 길을 나섰다. 아내가 가끔 남해 멸치회무침 얘기를 했었기 때문에 갈곳을 남해로 정했다. 남해로 정하고 났더니 이것저것 떠오르는 곳들이 있다. 학습된 것이든, 강박증이든, 어쨌든 '역맛살이 살아 있구나' 싶어서 내 스스로 다행스럽다. 맨 먼저 사천 별학도가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농사꾼'이 온난화 대비 작물 시험재배를 하는 곳이..

더치커피: 자극전파

네덜란드 커피? 알고보면 일본식 커피다. 만드는 방법으로 보면 네덜란드와는 거의 관련이 없지만 굳이 연결을 한다면 네덜란드 상인들이 커피를 일본에 전파했을 것이라는 정도다. 이때 일본의 전통 차 우리는 방법에 커피가 결합하였다. '차' 대신에 '커피'가 적용된 일종의 자극전파(stimulus diffusion)이다. 더치(Dutch)커피, 일본식 찬물에 우리기 ▣ 네덜란드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 왜 '네덜란드(Dutch)' 커피일까?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처... blog.naver.com

바위 옷이 마애여래삼존상의 풍화를 막는다

▣ 술판의 高談峻論 마애삼존불이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백제의 미소'니, '국보 몇 호'니 하는 흔히 있을 법한 얘기는 아니었다. 바위 옷 이야기를 하다가 화강암 풍화로 넘어갔다. 어쩌다가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가물가물 하지만 바위 옷을 소재로 한 이정록 시인의 '애인'이라는 시 얘기가 발단이 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시인의 상상력에 내 관심사가 결합해서 '진지한(?)' 취중토론이 오갔다. 취중토론이란 것이 술꾼들에게는 심각하고 의미있는 고담준론이지만 안타깝게도 술이 깨면 모두 휘발되어 버리고 만다. 술기운으로 살았다면 역사를 몇 번은 바꿨을 것이다. 그래도 이날 토론은 술 기운 속에서도 기억에 남아서 주섬주섬 파편을 주워담아 봤다. ▣ 천년을 간직해온 삼존불의 미소는 바위옷 덕분이다 언제나처럼 헤게모..

천안 물 난리와 토지 공개념

▣ 하늘 아래 편안한 땅 '天安, 하늘 아래 편안한 땅' 예로부터 '천안'을 그렇게 불러왔다. 어떤 지명이든 살펴 보면 근거가 없는 이름은 없다. 천안도 마찬가지인데, 여러 지리 환경들을 살펴보면 전해 내려오는 말처럼 '하늘 아래 편안한 곳'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여럿 가지고 있다. 중부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우선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곳이다. 천안의 남쪽 경계인 차령산지는 전통적으로 온대와 냉대의 경계로 인식되어 왔는데 천안은 차령산지 북쪽에 있기 때문에 냉대에 속한다. 하지만 냉대의 남쪽 끝이며 비교적 서해안에 인접하여 내륙 지역에 비해 온화한 편이다. 서해안으로부터 다습한 공기가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어서 강수량이 적당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서해안에서 곡교천을 따라 밀려온 다습한 공기가..

다뉴브강은 없다

'다뉴브강의 잔물결'이라는 곡이 있다. 이오시프 이바노비치가 만든 이곡은 곡의 일부가 '사의 찬미'라는 노래로 번역되어 유명한 곡이다. '사의 찬미'는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1926년에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라는 왈츠곡이 있다. 요한스트라우스2세가 만든 이 곡은 경쾌하고 선율이 아름다워서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다. 두 곡의 공통점은 강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한 곡은 '도나우강'을, 다른 한 곡은 '다뉴브강'을 소재로 쓰고 있다. 요한스트라우스는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이바노비치는 루마니아 사람이니 각자 자기 고향에 있는 강을 소재로 곡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뉴브강의 잔물결'의 원제목은 'Donau wellen Walzer'이고..

나이로비 자바하우스

케냐 나이로비에는 자바커피(Java Coffee)라는 커피 체인점이 유명하다. 커피의 본고장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좋다. 모든 매장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Kimathi St의 자바하우스에서는 여섯 종류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종류가 많지 않아 약간 실망스럽다. 직접 볶은 커피를 포장해서 판매도 한다. 판매하는 원두의 종류는 네 가지뿐이어서 더 실망스럽다. 커피가 전혀 생산되지 않는 나라 사람이 커피의 본고장에 와서 실망을 한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전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함으로써 커피 생산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대단하다. 따라서 전세계 커피 생산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수입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체 생산이 없으므로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