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 246

과달루페(Guadalupe) 성모상

▣ 테페야크(Tepeyac) 언덕에서 만난 성모 스페인이 아즈텍왕국을 점령한 1521에서 10년이 지난 1531년 12월 9일, 멕시코시티 북쪽에 자리잡은 야트막한 언덕 테페야크(Tepeyac)에서 나후아(Nahua)족 사람 후안 디에고 콰우틀라토아친(Juan Diego Cuauhtlatoatzin) 앞에 성모가 나타났다. 당시 57세의 콰우틀라토아친은 가톨릭으로 개종한 지 얼마 안 된 원주민으로 테페야크 언덕 너머에 있는 성당 미사에 참여하려고 언덕을 넘는 중이었다. 성모의 모습은 원주민인 인디오였고, 아즈텍어로 자신을 만난 이곳에 성당을 세우라고 말했다. 그길로 주교관으로 달려가 수마라가(Juan de Zumárraga)주교를 만난 콰우트라토아친은 성모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수마라가 주교는 그의 말..

인문지리/종교 2023.09.03

조운의 역사와 태안반도

▶고려 성종11년(992) 처음으로 조운이 제도화 수군에 13倉과 60浦 설치: 개경 이남에 12창, 개경 이북에 1창 ▶가을에 거둬들여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2월부터 수송 조운은 2월에 시작하여 5월까지 이뤄졌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거둬들인 곡식을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2월(양력 3월)부터 수송을 시작했던 것이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바로 조운을 시작하면 거센 북서풍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농사철이 시작되는 5월까지 조운을 마쳤다. 겨울 북서풍은 서해안에서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항해에 악영향을 끼치는 위험 요소일 뿐만 아니라, 북쪽으로 항해하는 조운로에 역풍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항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음력 2월까지 서풍계열의 계절풍이 상당히 세게 부는 날이 많다...

부여 정체성: 백제의 고도

▣ 부여군 공동 브랜드 굿뜨래 지역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가장 일반적인 것은 지역의 특산물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금강변의 너른 평야를 끼고 있는 부여도 멜론, 수박, 방울토마토 등 많은 특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어느 것을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내세울 것인지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문제라서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부여는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했다. 이 모든 특산물들을 백제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구드래와 연결한 것이다. 한 가지 상품을 크게 부각시키지는 못했지만 여러 특산물을 공평하게 아우르는 상징을 만들어 냈다. 개개의 특산물보다 더 크고 강력한 지역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 부여의 아이콘: 백제 군의 상징 마크와 상징 아이콘 역시 '백제의 고도'를 활용하였다. 부여군 상징 마크는..

논두렁 메우기도 이젠 기계가 한다

▶ 논두렁에 구멍을 뚫는 들쥐와 드렁허리 논두렁에 쥐구멍이라도 뚫리면 물이 자꾸 빠져나가기 때문에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벼가 익는 가을에는 쥐들 세상이 되어 논두렁에 구멍이 많이 뚫린다. 가을에는 논에 물을 댈 일이 없으므로 농사에 별 문제가 없지만 이듬해 봄에 다시 농사를 시작할 때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꼭 논두렁을 메워야 한다. 농약 때문에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름에는 웅어(충청도에서는 웅어라고 부르는데 표준말은 드렁허리다. 얼마나 논두렁을 잘 뚫어 놓으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라는 물고기가 있어서 논두렁을 뚫어 놓곤 했다. 이 녀석은 아랫 논과 높이 차이가 나는 윗 논의 논둑에 구멍을 뚫어 물이 떨어 지도록 한 다음에 새물을 찾아 모여드는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들을..

천진교 대성전

청양군 장평면 낙지리 1984년 '신도안 재개발사업'으로 신도안에서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20년대 신도안으로 이주한 뒤 교세를 안정되게 유지했으나 6.20작전으로 일컬어지는 신도안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이주를 당한 이후로 교세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당시 청양에 천진교 교도가 많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청양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낙지리로 30여 가구가 이주, 정착했으나 지금은 2가구만이 남았다. 전국적으로도 교세가 많이 축소되어 30여 가구만이 남아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대성전에는 1명이 상주하면서 대성전을 관리하고 있다. 회당 건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여 신도의 노력 봉사로 근근히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전한다. 일요일에는 정기 예배를 보지만 10여 ..

인문지리/종교 2022.06.30

浦, 津, 渡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 三浦開港: 浦가 港으로 개방되었다 배가 드나드는 곳을 '항구', 또는 '포구'라고 한다. 어감으로 보면 포구에 비해 항구가 좀 더 규모가 큰 느낌이 든다. 또 포구는 현대적이기 보다는 예스런 느낌이 든다. 사실 조선시대까지는 '항', 또는 '항구'라는 개념이 없었고 구한말 부산, 인천, 원산 등 三浦開港 때 비로소 등장한다. '三浦開港'이라는 낱말이 재미있는데 '浦'와 '港'이 함께 쓰였기 때문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3개의 포를 항으로 열었다'는 뜻이다. 이전부터 있던 '三浦'가 구한말에 이르러 '港'으로 개방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규모가 커지고 다른 나라와 교역하는 기능이 강화된 것을 '港'으로 정의할 수 있다. ▣ 浦: 해안의 배가 드나드는 곳은 모두 '浦' 를 보면 조선시대에 바닷가의..

나무 껍질까지도 몽땅 먹어 치우는 염소

염소 무리들은 환경 적응력이 아주 좋다. 산양 무리들은 험한 산을 잘 타기로 이름이 나 있고 양이나 염소는 풀뿌리나 나무 껍데기까지 뜯어 먹을 수 있어서 한계 상황에서도 잘 견딘다. 이러한 적응력은 자연 상태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지만 대규모로 사육이 될 경우, 특히 건조 유목에서는 결정적인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헬지대의 사막화는 지나치게 많은 유목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맹자는 「告子章句」에서 이런 말을 했다. 牛山之木 嘗美矣 우산의 나무는 일찌기 아름다웠으나 以其郊於 大國也 큰 나라 도읍지에 가까이 있어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도끼로 마구 베어대니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是其日夜 之所息 나무들이 밤낮으로 자라고 雨露之所潤 비와 이슬이 땅을 기름지게 해주니 非無萌蘖 之生焉 그루터..

2022 지리 사진전: 땅에 붙인 이름, 지명

전국지리교사모임 제7회 지리사진전 '땅에 붙인 이름, 지명' 전시회가 2022.2.7~2.18까지 열렸습니다. 전시회가 끝났지만 온라인 VR전시장을 VR의 대가 유승상쌤께서 만들어주셔서 계속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7회 지리사진전|전국지리교사모임 땅에 붙인 이름, 지명_을지로 아뜨리애 갤러리(2022.2.7~2.18) geovr.com 1. 화면 속의 화살표를 클릭하면 이동합니다. 2. 보고싶은 사진을 클릭합니다. 클릭하면 사진이 커지고 왼쪽에 사진과 설명이 있는 작은 창이 만들어집니다. 3. 작은 창의 설명을 클릭하거나, 큰 사진의 양쪽에 표시된 화살표를 클릭하면 제목과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4. 팝업창 바깥쪽을 클릭하면 창이 사라지고 계속 전시장을 볼 수 있습니다.

[링크] 유대인이라는 종족 공동체, 만들어진 신화

이스라엘 역사학자가 쓴 문제작 / 출애굽, 강제추방 등 근거 없어 / 유대인은 종족 아닌 종교공동체 / 국가 건설 위해 민족사 창조해내 유대인이라는 종족공동체, 만들어진 신화 이스라엘 역사학자가 쓴 문제작출애굽, 강제추방 등 근거 없어…유대인은 종족 아닌 종교공동체국가 건설 위해 민족사 창조해내 www.hani.co.kr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 주권과 영토의 관계 BC734∼BC721년 지금의 팔레스타인 북부지역에 있던 이스라엘왕국이 아시리아에 멸망하면서 많은 유대인들이 고향을 떠났다. 이후 BC598~BC587년에 걸친 바빌로니아의 침입으로 남부지역에 있던 blog.daum.net '민족'이 되고자 한 유대인이 만든 모순과 비극 ▣ 유대인은 민족일까? '유대인' '아랍인'과 대립하는 민족으로 흔히 알..

가야산 용현계곡: 백제의 미소골

보면 볼수록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 귀엽고 익살스러운 모습만으로도 특별한데 환한 미소까지 지었다. 앞에 붙은 '백제'는 백제를 대표하는 불상이니 시대를 뜻하는 말을 붙였으리라. 그런데 '백제의 미소'라는 표현을 처음 써서 영원히 잊힐 수 없는 히트작을 만든 김원용박사는 그것 이상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백제 불상의 얼굴은 현실적이며 실재하는 사람을 모델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 미소 또한 현세적이다. 군수리 출토 여래좌상은 인자한 아버지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어린아이들의 이야기라도 듣고 앉은 것 같은 인간미 흐르는 얼굴과 자세를 하고 있어서 백제 불상의 안락하고 현세적인 특징을 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그런 중 가장 백제적인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작년(1959)에 발견된 ..

독특한 대한민국 도시 구조: 외곽에 고층 건물이 있다

도시의 스카이 라인은 중심부가 높고 주변부로 갈수록 낮아지는 형태가 이론적으로 정상적이다. 건물의 높이는 땅값에 좌우되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땅값이 비싼 중심가의 건물이 높고 이 건물들은 대부분 상업, 서비스 기능을 수행한다. 외곽 지역은 주로 주택가이며 대부분 낮은 단독 주택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특히 중소도시는 이런 규칙이 잘 맞지 않는다. 중심가 보다는 외곽에 높은 건물이 많이 있으며 이 건물들은 대부분이 아파트이다. 아파트는 한때 도시적 생활의 대명사와도 같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거주 공간이 되었다. 그 이유는 1. 도시의 역사가 길다. 기존 중심가는 수백 년의 역사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새롭게 건축물을 세우고자 할 때 장애 요소가 많다. 그..

슬리보비츠, 자두 브랜디

▣ 체코 술, 무엇으로 만들까? 유럽에서는 보리, 밀, 포도, 감자 등이 술의 원료로 주로 사용된다. 지역별로 명확하게 원료의 분포를 구분할 수는 없지만 서유럽에서는 보리(맥주, 위스키), 남유럽에서는 포도(와인, 브랜디), 동유럽에서는 감자나 밀(보드카)이 많이 쓰이고 있다. 체코는 어떨까? 독일과 인접한 체코는 서유럽에 가까운 동유럽 국가로 냉대습윤기후(Df)가 나타난다. 따라서 보리나 밀이 잘 자라며 서늘한 기후라서 감자도 잘 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보리나 밀로 만든 맥주가 유명하고 호밀이나 감자로 만드는 보드카도 잘 알려져 있다. 체코를 대표하는 술 중에 슬리보비츠(Slivovitz)라는 술이 있다. 맥주도 아니고 위스키도 아니며, 보드카도 아닌 이 술은 과일주인 브랜디의 일종이다. 유럽에서 생..

라마교 사찰과 마니차

▣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라마불교(喇嘛佛敎)는 자비로 중생의 괴로움을 구제하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보살인 관음(觀世音,光世音, 觀自在, 觀世自在, 觀世音自在菩薩, Avalokiteśvara) 신앙을 중심으로 발달한 불교의 한 유파이다. 8세기 중엽 인도에서 전래한 밀교가 티베트의 토속 신앙과 결합하여 발달했다. 밀교(密敎)란 비밀불교(祕密佛敎) 또는 밀의(密儀)종교를 칭하는 것으로 일반 불교를 현교(顯敎)라 하는 것에 대한 대칭어이다. 7세기 당시에는 경전과 이론 중심의 상좌부불교(일명 소승불교)가 성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필연적으로 승려중심의 특권적 불교를 발달시켰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실천 중심의 대중불교(대승불교)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밀교이다. 누구나 입으로 진언(眞言)을 ..

인문지리/종교 2020.07.16

앙코르왓, 캄보디아의 힌두교 문화

▣ 크메르제국 왕의 무덤: 100만 명이 100년 동안 지어야 하는 건물 앙코르왓은 ‘왕궁(앙코르)’의 ‘사원(왓)’이라는 의미인데 사실은 종교사원이 아니고 크메르왕국의 왕이었던 수리야바르만2세의 무덤이다. 앙코르(Ankor)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나라’ 또는 ‘도읍’을 뜻하는 ‘나가라’에서 비롯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캄보디아 사투리로 ‘노코르(Nokhor)’라 부르다가 이것이 ‘앙코르’가 되었다. 종교와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무덤이므로 후대 사람들이 이름을 잘 못 지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앙코르왓은 현대 토목·건축기술로도 연 100만 명의 인원에 100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큰 공사라고 한다. 물론 어떤 기준으로 산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므로 구체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만큼 규모..

인문지리/종교 2020.07.15

베트남 족제비커피

▣ 위즐거피(Weasel Coffee)와 코피 루왁(kopi Luwak) 위즐커피. 사향족제비(Civet Weasel) 배설물에서 추출한 귀한 커피다. 족제비 뱃속에서 하루 정도 머물면서 과육과 점액질(뮤실리지)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과육을 기계로 벗겨낸 다음에 말리는 일반적인 커피 생산 과정에 비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귀할 수밖에 없다. 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가미되기 때문에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알려져왔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억만장자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즐겨 마시는 코피 루왁(kopi Luwak)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는 커피다. 최근에는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는..

잔지바르 스파이스커피

▣ 향료섬(Spice Island) 잔지바르 탄자니아 앞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 잔지바르(Zanzibar)에는 아프리카, 아라비아, 인도, 유럽이 섞인 독특한 문화가 나타난다. 동아프리카 중심부에 인접한 섬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아프리카 교역을 위한 교두보로써 외부인들이 진출하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과 가장 가까운 곳은 약 35km에 불과하며 탄자니아 최대 도시인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에서는 뱃길로 75km 정도 떨어져 있다. 잔지바르에 진출한 이방인들은 잔리바르의 지리적 특징을 활용하여 향료무역, 노예무역 등으로 아프리카를 착취하였다.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본토 침입을 위한 교두보로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향료를 재배하여 외국으로 반출하는 향료 생산지 역할을 하였다. [스톤타운에..

아디스아바바의 분나 마프라트

▣ 아디스아바바 공항에는 이르가체페가 없다 아프리카의 허브공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케냐 나이로비행으로 환승했다. 항공 스케쥴이 마구 바뀐다는 소문대로 환승 비행기가 2시간이나 지연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여기저기 공항을 기웃거려 보았다. 환승 공간은 그다지 넓지는 않아서 둘러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지연으로 생긴 시간이 전혀 쓸모가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에티오피아스러운' 장면을 만난 것이다. 면세점마다 커피가 쌓여있다. 그런데, 커피 이름이 낯설다. 'Hadero', 'Abyssinia', 'Black lion', 'Wild coffee'… 기대했던 'Yirga Chefe, Sidamo, Harar…' 등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