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농목업&임업&수산업

논두렁 메우기도 이젠 기계가 한다

Geotopia 2022. 8. 27. 09:33

기계로 만든 논두렁

 

▶ 논두렁에 구멍을 뚫는 들쥐와 드렁허리

 

  논두렁에 쥐구멍이라도 뚫리면 물이 자꾸 빠져나가기 때문에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벼가 익는 가을에는 쥐들 세상이 되어 논두렁에 구멍이 많이 뚫린다. 가을에는 논에 물을 댈 일이 없으므로 농사에 별 문제가 없지만 이듬해 봄에 다시 농사를 시작할 때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꼭 논두렁을 메워야 한다.

  농약 때문에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름에는 웅어(충청도에서는 웅어라고 부르는데 표준말은 드렁허리다. 얼마나 논두렁을 잘 뚫어 놓으면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라는 물고기가 있어서 논두렁을 뚫어 놓곤 했다. 이 녀석은 아랫 논과 높이 차이가 나는 윗 논의 논둑에 구멍을 뚫어 물이 떨어 지도록 한 다음에 새물을 찾아 모여드는 미꾸라지 같은 물고기들을 잡아 먹는다. 그래서 이 녀석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논둑을 뚫어야만 한다. 어렸을 적에 어른들은 이 녀석만 보면 가차없이 삽질을 가했다. 농부에게 논의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으니 이 녀석이 얼마나 미웠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도 '웅어는 나쁜 놈'이 머리에 박혀 있다. 모양도 거무튀튀한 것이 뱀 비슷하게 생겨서 몸서리가 쳐진다.

 

 

  쥐나 웅어의 만행 뿐만 아니라 여름내 농사를 짓다 보면 논두렁이 어딘가는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옛날에는 사람이 지나 다니면서 그랬고 지금은 기계가 넘나들면서 무너진다. 그래서 논농사에서 논두렁을 수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수리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았던 옛날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논에 물을 가둔 다음 물로 반죽이 된 흙을 논두렁에 얇게 발라서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말은 쉽지만 시간과 노동력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 논두렁 메우는 기계도 있다

 

  그런데 이젠 그것도 기계가 대신한다. 벼라별 기계가 다 있지만 이런 기계도 있다니! 힘들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희망을 심는 모내기나 수확의 기쁨을 느끼는 벼베기에 비해 두렁 메우기는 지루한 일이라서 훨씬 힘들다. 그래서 두렁 메우는 기계는 모내는 기계나 벼베는 기계보다 쓰임새는 많지 않지만 농부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다. 

 

이름하여 '논두렁 조성기'

 

  물고 싸움이 일상이었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수리 시설이 잘 발달하고 있어서 두렁 메우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들판을 돌아 다니다 보면 지금도 이 작업을 안 하는 논이 없다. 아무리 수리 시설이 발달해도 여전히 '두렁메우기'는 논농사에서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