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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껍질까지도 몽땅 먹어 치우는 염소

Geotopia 2022. 4. 10. 19:16

  염소 무리들은 환경 적응력이 아주 좋다. 산양 무리들은 험한 산을 잘 타기로 이름이 나 있고 양이나 염소는 풀뿌리나 나무 껍데기까지 뜯어 먹을 수 있어서 한계 상황에서도 잘 견딘다. 이러한 적응력은 자연 상태에서는 아주 큰 장점이지만 대규모로 사육이 될 경우, 특히 건조 유목에서는 결정적인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헬지대의 사막화는 지나치게 많은 유목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염소 농장 한가운데 버드나무를 잘랐다. 왼쪽 둥치는 염소들이 알뜰살뜰하게 껍질을 벗겨 먹어서 하얗게 줄기만 남았다. 일부러 껍질을 벗길 일이 있다면 염소를 시키면 딱이겠다. 오른쪽 둥치는 근래에 자른 듯하다.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림리

 

  맹자는 「告子章句」에서 이런 말을 했다.

 

牛山之木 嘗美矣 우산의 나무는 일찌기 아름다웠으나

以其郊於 大國也 큰 나라 도읍지에 가까이 있어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도끼로 마구 베어대니 어찌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是其日夜 之所息 나무들이 밤낮으로 자라고

雨露之所潤 비와 이슬이 땅을 기름지게 해주니

非無萌蘖 之生焉 그루터기에서 다시 자라난 새싹이 없지는 않으나

牛羊又從 以牧之 소와 양을 또 몰고 와서 먹어 치우니

是以若彼 濯濯也 저렇게 벌거숭이가 되었다

人見其 濯濯也 사람들은 지금 그 벌거숭이 산을 보고

以爲未嘗有材焉 이 산에는 일찍이 재목이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此豈山之 性也哉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

 

  제나라의 우산이 벌목과 지나친 방목으로 민둥산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폐허가 된 나라를 한탄한 내용이다. 나아가 인간의 욕심이 스스로를 황폐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맹자의 이러한 비유가 서양에는 가축을 방목함으로써 숲이 파괴되는 것을 지적한 원래 글귀 중심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The Chinese philosopher Mencius(Meng-Tzu), who lived two centuries after Confucius, was pointing out that forests once cleared from mountain slopes could not get started again as long as the slopes were grazed by cattle or goats.(Glacken. C. J, 1956, "The changing idea of the Habitable world", in W. L. Thomas, ed., Man's Role in Changing the Face of the Earth,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재인용, P. E. James, 1972, "All possible worlds-A history of geographical ideas", The Odyssey Press, New York.)

 

이 정도로 먹성이 좋으니 만약 스텝지역이었다면 풀뿌리까지 몽땅 캐먹을 것이다.

 

아마도 껍질을 못 볏겨먹도록 보호막을 둘러 놓았던 것 같은데 어떤 이유인지 나무를 잘라 버렸다. 나무가 제법 큰 그늘을 만들어줬을 것 같은데 저렇게 잘라 버렸으니 더운 여름은 어떻게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