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나이로비 자바하우스

Geotopia 2020. 1. 26. 19:38

  케냐 나이로비에는 자바커피(Java Coffee)라는 커피 체인점이 유명하다. 커피의 본고장에서 마시는 커피 맛이 좋다. 모든 매장이 똑같지는 않겠지만 여섯 종류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었다. 종류가 많지 않아 약간 실망스럽다. 직접 볶은 커피를 포장해서 판매도 한다. 판매하는 원두의 종류는 네 가지뿐이어서 더 실망스럽다. 커피가 전혀 생산되지 않는 나라 사람이 커피의 본고장에 와서 실망을 한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다.

  전세계적으로 스페셜티 커피가 유행함으로써 커피 생산이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대단하다. 따라서 전세계 커피 생산국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수입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체 생산이 없으므로 더욱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다.

  반면에 케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생산국이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커피를 제쳐두고 다른 나라의 커피를 다양하게 갖춰놓고 판매할 필요가 없는 나라이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자국 생산 커피 외에도 에티오피아와 탄자니아, 우간다 커피가 메뉴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이 나라들은 모두 케냐와 인접한 나라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에 우리가 익숙해진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명한 커피 생산국이며 케냐AA라는 유명한 커피를 생산하고 있는 나라인 케냐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 커피가 생산되지 않는 나라인 대한민국 사람이 커피 생산국인 케냐에 커피 종류가 많지 않음을 보고 실망한 것은 생각없이 우리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였다.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이로비 자바커피하우스 메뉴판을 보면서 느낀다.

 

 

 

[자바하우스: 

 

  자바하우스에서 판매하는 원두 커피 종류는 Kenya AA, Espreso, Decaf Arabica, Rwanda Lake Kivu, Ethiopia Yirgacheffe, Uganda Kigezi 등이다. 그중에서 원두 상태로 판매하는 커피는 네 종류인데 날마다 바뀌는지는 모르지만 Kenya AA, Espreso, Ethiopia Yirgacheffe, Uganda Kigezi 등이 원두로 판매된다. 판매되는 원두 중에도 Espreso가 있는데 Espreso는 원두 종류가 아니라서 좀 의아하다. 많이 볶아서 진한 맛이 나는 원두를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 원두 종류와는 무관한 것 같다.

 

 

[자바하우스 메뉴]

 

  케냐AA와 우간다Kigezi 원두를 주문해놓고 르완다Lake Kivu를 마실 것으로 주문했다. 케냐AA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지만 케냐에 왔으니 기념으로, 우간다Kigezi는 처음 보는 종류라서, 그리고 르완다Lake Kivu는 딱 한 번 구입해서 마셔본 적은 있지만(☞ http://blog.daum.net/lovegeo/6781202) 흔한 종류가 아니라서 골랐다.

  주문해서 마셔본 르완다Lake Kivu는 만족스럽다. 진한 바디감에 은은한 신맛이 매력적이다. 많이 볶을 때 나는 맛인 것 같은데도 신맛이 은은해서 좋다.

 

 

[우간다 Kigezi]

 

 

 

 

[포장지에 소개된 커피 제조법. 드립법이 일반적인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구입한지 2주일이 지나서 그라인딩을 해서 드립을 했다. 살짝 볶아서 그라인딩이 걸리는 느낌이 많고 볶은지 오래돼서 드립할 때 부풀어오르지 않는다. 신맛이 매우 강하다. 물을 섞으면 신맛이 더 강해지고 풋신내가 약간 난다. 하지만 바디감이 좋고 복합적인 맛이 난다. 약간 많이 볶은 것과 블랜딩을 하면 더 좋은 맛이 날 것 같다.

 

 

[키게치(왼쪽)와 에티오피아커피. 키게치가 입자가 고르고 알이 굵다]

 

 

 

  키게치와 에티오피아에서 구입한 커피(wild coffee)를 1:1로 섞어봤다. 덜 볶아서 신맛이 강한 키게치와 중강(Midium dark)으로 볶은 에티오피아 커피의 쓴맛(돌아오는 길에 아디스아바바공항에서 구입한 에티오피아 커피는 쓴맛이 강하다)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다. 예상이 잘 맞았다. 복합적인 바디감과 은은한 신맛이 어울려서 아주 만족스런 맛이 난다. 둘 다 구입한지 2주일이 넘어서 드립할 때 부풀어 오르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맛은 괜찮아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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