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화와 국제화
세계화(Globalization),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지역화/지방화(Localization)…
익숙한 개념이지만 막상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세계화와 국제화는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적'이라는 낱말과 '국제적'이라는 낱말이 보통 크게 구분되지 않고 쓰인다. 둘 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수준'을 나타낼 때 쓰이는 수식어이다. 긍정적인 의미이다. 과거 김영삼정권 때 '세계화'가 마치 선진국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인 것처럼 사용되었던 예가 이러한 혼란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그래서 '반 세계화'라는 낱말을 만나면 혼란이 생긴다.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NGO단체들이 반 세계화 시위를 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데 왜 반대를 한다는 말인가?
긍정적인 의미로 '세계적'이라고 할 때는 보통 'international', 'universal', 'world class' 등으로 표현한다. 지금은 물론 'global'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용례는 아니다.
아래 두 개의 영상을 보고 '세계화'와 '국제화'의 개념을 생각해 보자. 둘 중 하나는 '세계화'와 관련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국제화'와 관련이 있다.
▣ 세계화: 규격이나 표준이 통일되는 현상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USB를 미국의 컴퓨터에 연결하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겉모양은 다를 수 있지만 같은 규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규격과 표준이 세계적으로 통일된 대표적인 장치이다. 운영체제가 전세계적으로 같을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연결장치가 똑같기 때문에 어떤 나라의 부품을 연결해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되어있다.
'세계화'란 이처럼 표준이나 규격이 통일되어가는 현상이다. 세계화의 대표적인 현상은 자유무역주의이다. WTO와 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가 바로 세계화의 상징물이다. 20세기 후반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주도했던 신자유주의는 이제 전세계를 휩쓰는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 국제화: 한 나라의 수준이 다른 나라에도 통하는 현상
우리나라의 류현진선수가 미국 메이져리그에 진출해서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박찬호를 출발점으로 여러 선수들이 메이져리그에서 미국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장면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 우리나라 야구 수준이 다른 나라에도 통하는 '국제적'인 수준이 된 결과이다.
'국제화'는 이처럼 한 나라의 수준이 다른 나라,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현상이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에 올라섰다.
▣ 지역화: 지역의 특징이 부각되는 현상
'국제화'는 한 나라의 수준이 향상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세계화는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정해 놓은 표준이나 기준을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세계화는 매우 불편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세계화는 세계 각 지역의 특징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교통·통신이 발달하면서 지역 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고 이는 각 지역의 특징을 약화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향은 지역의 특징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이동이 수월해짐으로써 관광객의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관광산업은 국가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관광자원은 차별성이 공통점이다. 즉, 다른 지역에서는 보거나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관광자원화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역의 특징을 부각시켜서 효과적으로 차별화해야만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할 수가 있다. 그 결과 각 지역들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부각시켜 지역의 특징으로 만드는 정책에 골몰하고 있다. 지역의 특징이 '존재'하던 때를 지나 특징을 '구성'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지역화의 키워드는 차별성을 잘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해서 가공하는 것이다.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템은 그 지역의 독특한 자연환경이나 역사적 퇴적의 결과물인 문화 같은 것들이다.
[충남 청양군은 칠갑산 천장호에 고추를 상징물로 구름다리를 만들었다]
▣ 세방화(Glocalization): 세계화에 대한 지역의 반응
세계화는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따라서 문화가 비슷해지고 획일화되어 가는 현상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이 되었다. 획일화는 역설적으로 차별화에 대한 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역축제가 일반화되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세계화와 지역화는 반대 개념이지만 이처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교통·통신의 발달이라는 세계화 현상을 지역의 독특한 특징과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일이 되었다. 세계화시대는 세계적인 조류를 잘 읽어내는 것과 함께 자신의 지역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핵심을 짚어내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세방화(Gloc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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