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길을 가다보니 가로수를 새로 심었는데 뿌리를 잘 내리라고 물을 주는 장치를 달아놨다. 길가에 길게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나무들에게 하나하나 물을 주기는 어려운 노릇이니 아주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그 물주머니에 쓰여있는 글귀가 영 거슬린다. '점적관수用' 한글과 한자가 뒤섞인 '퓨전-글로벌'한 글자는 읽을 수는 있지만 뜻을 금방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한자로 치환한 후 뜻을 짐작해볼 수는 있지만 흔히 쓰는 말이 아니라서 낯설다. 한눈에 뜻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읽어도 읽는 것이 아니다.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어린이들도 지나다가 볼텐데 어린이들이 그 뜻을 아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알듯말듯한 글자 아래로 영어도 쓰여있다. 'Drip Waterring' 어이없게도 오히려 이 말이 더 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