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식물 가꾸기

5월 초, 고추 호박 상추 심기, 머루와 블루베리 영상

Geotopia 2020. 5. 2. 12:48

▣ 모종은 딱 두 종류만


  작년 씨앗들이 떨어져서 올해는 모종을 살 필요가 거의 없다. 개량종의 씨앗을 심으면 진화된 형질이 나오지 않고 원래 형질이 나와서 품질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품질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저절로 나온 싹들을 키워보기로 했으니 새로 모종을 살 필요가 거의 없다. 작년에는 이것저것 잔뜩 사다가 상당한 밀도로 과다 경작을 했었다. 그 폐해(?)를 경험한 터라 올해는 숨을 한참 낮췄다. 달랑 당조고추 두 그루와 잎이 쪼글쪼글한 상추 다섯 포기가 전부다. 씨를 뿌린 상추와 쑥갓을 포함하더라도 네 종류 뿐이다(씨는 무려 4년 전에 사서 묵혀뒀던 것이다. 버리는 셈치고 뿌렸는데 상추는 싹이 트지 않았고 쑥갓은 싹이 났다).

  작년에 당조고추는 실패였다. 거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유기질비료와 유박을 섞어 넣고 심었다. 질소 비료는 좀 있다 줘야지.


[모종을 심은 상추와 당조고추]


▣ 마늘과 상추


  저절로 난 마늘과 상추가 제법 컸다. 마늘은 줄기에 달리 씨앗에서 싹이 나와서 그런지 많이 왜소하다. 상추는 그럭저럭 개량종 유전형질을 이어받은 것 같기도 하다.




▣ 호박은 밑거름을 넣고


  새싹은 호박같았는데 자라는 모양이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농사박사 필우에게 물었더니 호박이란다. 저절로 난 호박은 씨앗이 왜 화분에 떨어졌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작년에 결성향교에서 호박을 주셔서 속을 파서 화분에 버렸던 것 같다. 

  호박은 화분에서 키우기가 매우 어렵다. 거름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화단에 구덩이를 파고 작년부터 발효통에 넣어 발효시킨 음식물 쓰레기를 유박과 섞어 밑거름으로 넣고 심었다. 구덩이에 소똥, 돼지똥 마구 쓸어 넣고 심는 것이 호박 심는 법이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흉내를 내보는 것이다. 세 포기니까 잘만 되면 동네 잔치하겠다.



▣ 머루는 잡아매고 순을 집어줘야: 머루 순집기 영상


  작년에 꽃은 잔뜩 피었는데 열매가 하나도 맺히지 않았었다. 열매가 맺히지 않는 가짜 머루라는 필우의 판정이 있었으므로 필우가 챙겨준 아기 머루를 새로 심었다. 그런데 사진을 본 필우가 가짜가 아니란다. 그렇다면 흔들리지 않게 잘 묶어주고 적절히 순을 집어줘야 한다. 

  순 하나에 많게는 다섯 송이 이상의 열매가 맺히는데 세력이 좋은 놈 하나만 남기고 따줘야 한단다. 아주 세력이 좋으면 두 개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열매가 맺히는 새 줄기는 계속 자라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다섯 마디에서 잘라야 한다. 즉, 다섯 마디 안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머루 송이를 남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겉껍질을 벗겨줘야 한단다. 껍질 속에 벌레가 알을 낳는다는 농사 박사의 조언이 있었다. 줄기를 묶어주고 껍질을 벗겼다. 열매가 달린 줄기는 좀 더 성장하면 순도 집어주고 묶어줘야겠다.



[머루 순집기]


▣ 블루베리가 이상해요: 올 가을에는 꼭 분갈이를


  아들이 블루베리를 보더니 이상하다고 한다. 꽃이 보라색으로 변했고 잎도 시원치가 않다. 화분에 겨우내 커피 가루를 많이 뿌렸었는데 그게 거름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공기를 차단해서 블루베리를 괴롭히지 않나 싶다. 화분 표면을 덮고 있는 커피 가루를 모두 걷어내고 블루베리 상토를 살짝 덮었다. 산에 가서 솔잎을 주워다 덮어야 하는데 시간이 마땅칠 않아서 블루버드 전지한 잎들을 잘라서 덮었다. 같은 침엽수니까 산성이겠지?

  한 그루는 더 시원치가 않다. 작년에 새로 난 한 가지는 꽃도 피지 않았고 입도 이제서야 나오고 있다. 2년생 가지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 걸까? 잘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분갈이를 꼭 해야한다. 




[블루베리가 이상해요]



▣ 두릅나무


  두릅나무가 2년 만에 많이 컸다. 올해는 제법 순을 매달았는데 아직 맛을 보지는 못했다. 작년에는 몇 개 달리지 않았는데도 누군가가 따 갔었다. 올해는 제법 순이 달렸는데 또 누군가가 두 세 번 따가서 역시 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또 순이 나온다. 따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아무도 안 따가서 다 자라면 수확이 늘어날테고, 그 전에 누가 따 가면 누군가의 입은 즐겁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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