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역사지리

요로원의 자취가 '요란슈퍼'로 남아 있다

Geotopia 2016. 5. 16. 10:10

▶ 요로원이 지명으로 남아 있다니!


  신창읍치에서 곡교천을 건너 곡교리를 지나면 음봉천을 따라 동북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지금의 음봉면 소재지인 삼거리를 지나 어르목고개(於羅項)넘어 둔포로 길이 이어졌다. 어르목고개를 넘자 마자 원남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원남리(院南里)는 '院의 남쪽 마을'이라는 뜻으로 要路院의 남쪽 마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박두세의 <요로원야화기>로 유명한 요로원이 바로 이곳에 있었는데 지금의 음봉면 신정리이다. 지형도를 뒤지다가 신정리 1구에 속하는 자연 마을 이름으로 '요로원'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반가우면서 놀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슈퍼 이름이 '요란슈퍼'다. 분명히 '요로원'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슈퍼에 들어가 이름을 지은 연유를 물었다. 예상대로 동네 이름이 요로원이라서 지었단다. 묻는 말에 한 두 마디 응답을 하던 주인이 어느 순간 말문이 터져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 주는데 나중에는 문밖까지 따라 나와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1960년대 중반에 평택에서 시집을 와서 보니 벽촌이더란다. 음봉면 소재지로 가려면 어르목고개를 넘어야 했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고개가 높고 구불구불했다고 한다. 국도 45번이 지나는데 길을 닦느라 고개를 깎아서 지금은 많이 낮아졌다. 게다가 지금은 동쪽으로 4차선 새 길이 나서 터널이 뚫렸다.


▶ 파밭으로 변한 요로원


  그때까지만 해도 院宇가 남아 있었는데 커다란 미류나무 기둥으로 지은 집이었단다. 미류나무는 재질이 약해서 건축자재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보통 쓰는 목재보다 훨씬 굵은 것을 썼던 모양이다. 하지만 크게 고급스럽게 지은 건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원우가 있던 곳은 요란슈퍼에서 길 건너 자리인데 지금은 집이 헐리고 그 자리엔 파, 고추가 자라고 있다.  큰 길 건너편, 그러니까 새로 난 국도 45번 도로 언저리에는 이런 저런 가게들이 많이 있었는데 주로 주막 같은 상업시설이었다고 한다.



  오래 전에 서울에서 교수들이 여러 명 내려와서 한바탕 조사를 하고 갔는데 그 뒤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단다. 역원의 자취야 전국에 수도 없이 많지만 '요로원'은 책에 나오는 유명한 곳이니 잘 보존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슈퍼 주인 아주머니 역시 아쉬움을 토로한다.


<파밭과 고추밭으로 변한 요로원 터>


<요로원 터에서 바라본 요란슈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