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 2015년 2월 25일~2월 26일
▶ 함께 한 사람들 : 지리교사 동아리 '설렘으로 걷는 이들'
▶ 일정
-첫째 날 : 천안 출발-경부고속도로-울산고속도로-십리대밭먹거리단지-현대중공업-읍천주상절리(경주)-강동화암주상절리-일산해수욕장(동구 일산동)
-둘째 날 : 대왕암공원-삼산동 신시가지(통과)-울산항만공사 전망대-병영성(병영초등학교)-학성-언양읍성-자수정동굴-울산 암각화 박물관-대곡천 구하도-반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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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직원 수가 26,000명에 이른다. 딸린 식구들까지 계산하면 어림 잡아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회사에 직접 연결되어 있고 하청 업체까지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현대중공업에 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로도 한 시간여를 돌아야 하는 어마어마한 공장 안에는 눈으로 봐서는 잘 꿰어지지 않는 복잡한 공정의 작업이 쉼 없이 진행중이다. 재미있는 현장이지만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다소 맥이 빠진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2014년에 엄청난 영업적자를 봤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침체된 느낌이다. 중공업이면서도 노동 집약적인 특성 때문에 중국에게 빠르게 추격을 당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깊다. 국가적인 산업구조 전환을 시도한다면 사실상 조선공업은 거의 1순위에 가까운 조정 대상 공업이라고 볼 수 있다.
▶ 경주 양남면 주상절리
경주 양남면 읍천리의 주상절리는 이미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명소가 되었다. 그런데 답사를 준비하면서 울산에도 주상절리가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경주시 양남면과 울산광역시 북구 산하동은 서로 다른 행정구역에 속해 있지만 바로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두 주상 절리는 형성원인과 시기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두 신생대 제3기 화산암이며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구조선을 따라 분출한 용암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는 강동화암주상절리로 가려던 계획이었는데 길을 잘 몰라서 경주 양남까지 가게 되었다. 주상절리가 발달한 해안을 따라 한참을 가다가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 양남주상절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년 전에 혼자서 왔었는데 그 때는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내려왔었다. 이날은 울산에서 올라왔으므로 양남면의 남쪽 끝인 하서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길을 잘못 든 셈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일행들은 모두 이곳이 처음이다. 양남 주상절리의 대표격인 부채꼴 주상절리까지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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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화암주상절리
계획에 없던 경주까지 갔다 오느라 시간이 좀 늦었지만 원래 가보기로 했던 강동화암주상절리를 안 보고 갈 수는 없다. 안내를 해주신 이해원선생님의 친구분은 마침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서 부인과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한다. 몹시 미안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울산에 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미안함을 무릅쓰기로 한다.
강동화암주상절리는 양남주상절리와는 달리 아직 관광지로 정비가 되지 않았다. 주상절리에 올라 갯바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해변은 굵은 모래와 자갈의 중간 정도 되는 퇴적물들로 덮여 있는데 화산암에 기원하는 검은색이 대부분이다. 퇴적물의 입자가 굵은 것은 중북부 동해안에 비해 융기량은 작지만 이 일대도 역시 경동지형으로 동해안으로 유입하는 하천이 짧기 때문이다. 또한 해빈이 매우 두껍고 경사가 급한데 이것은 연안의 파도가 강하다는 뜻이다. 해안의 수심이 비교적 깊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동구 일산동 일대-현대중공업 주변의 신시가지
방어진에서 현대중공업 사이에 있는 일산동 일대는 새로운 시가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산해수욕장과 대왕암 공원을 끼고 있어 경관이 수려하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방어진항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부양력도 상당한 지역이다. 울산의 중심가인 삼산동 일대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울산의 부심 가운데 하나라고 할 만하다.
신시가지답게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공터가 많고 건물들이 대부분 새로 지은 건물이다. 건물 사이의 공터에는 농작물이 자라는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 신시가지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이다. 아마도 이곳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노인들이 경작지의 주인공일 것이다.
▶ 신개념 위락시설-All in one 호텔
신시가지답게 음식점을 비롯하여 술집 등 유흥시설이 새롭게 들어섰다. 그 중에 한 횟집에서 '경상도스러운' 저녁을 먹었다. 깨끗한 새 건물인데다 규모가 굉장히 큰 것이 현대중공업 등 인근 산업시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회식을 자주 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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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었다. 그런데 이건 난생 처음보는 독특한 시설이다. 이 나이에 난생 처음 본다는 것은 새로 등장한 하나의 '문화'일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All-in-One'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다. 숙박 뿐만 아니라 영화, 노래방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다. 죽, 과일, 토스트, 커피 등, 간단하지만 아침식사도 제공된다. 멀리서 온 사람에게는 정말 딱이다. 듣자하니 거래처 관계자들간의 비지니스도 이런 곳에서 곧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 대왕암공원
대왕암은 경주에 있다. 그런데 울산에 왠 대왕암? 그 궁금증이 우릴 스케쥴에 없었던 대왕암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대왕암공원은 일산해수욕장과 이어진 곶부리에 있다. 그러니까 일산해수욕장은 만에 발달한 사빈이고 대왕암은 그 외곽의 곶부리에 발달한 암석해안이다. 해송을 비롯한 난대성 식물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바다쪽으로 나가면 대왕암이 나온다.
대왕암은 전형적인 불국사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이다. 경주의 대왕암과 정통성 시비를 벌이고자 하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니고 문무왕의 부인이 용이 되어 깃들었다는 전설로 한 발 물러선 곳이다. 역사적 근거에서 아무래도 밀리므로 같은 이름을 쓰되 다른 아이템으로 승부를 하는 측면 승부 전략이라고 느껴진다.
▶ 울산항-울산항만공사와 현대미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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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초기 울산의 중심-병영
조선초기 울산도호부가 있었던 울산병영은 지금은 '병영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겨우 남아있다. 하지만 당시 방어 기능의 중심지로서 울산의 입지를 확인해 보는데는 무리가 없다. 운동장 너머 건물 사이로 멀리 태화강이 보이는데 과거의 해안 취락, 특히 방어형 취락은 이런 입지를 보였다. 즉, 해안에서 약간 떨어져 있으면서도 하구를 통해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였다.
▶ 조선중기 이후의 중심지 울산읍성-중앙동 일대
학성공원의 서쪽은 조선 중기(성종8, 1477) 이후 울산읍성이 자리를 잡았던 곳이다. 태화강 건너 남구 신정동 일대로 중심지가 이동한 1960년대 이전까지 오랫동안 울산의 중심지였다. 일제 강점기에도 울산의 중심은 계속 이곳이었다. 읍성의 성벽은 정유재란 때 왜군이 지금의 학성공원이 있는 구릉에 성을 쌓으면서 대부분 파괴되었다.
▶ 언양읍성과 언양 불고기
언양 자수정동굴로 가기 위해 언양으로 향했다. 신정동, 삼산동 등 울산의 현재 중심지를 돌아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원래 계획은 어제 밤에 CBD에서 숙박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해원선생님 친구분의 호의로 동구 일산동에서 숙박을 하게 되면서 일정이 뜻하기 않게 바뀌게 되었다. 신시가지를 잠깐 둘러볼까 생각도 했지만 아침에 예정하지 않았던 대왕암을 돌아보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통과하기로 한다. 삼산동의 태화강역 일대는 아침에 울산항만공사 전망대에 갈 때와 올 때 통과했으므로 본 것으로 치기로 했다.
언양읍에 들어서자마자 긴 돌담이 눈에 띈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깜깜한 밤이어서 전혀 볼 수 없었던 경관인데 언양읍성 성벽이다. 높이가 낮아서 나는 읍성이 아니라고 잠깐 주장을 했는데 가면서 보니 이건 틀림없는 읍성 맞다. 읍성들이 대부분 산지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평지성이지만 읍성의 어느쪽인가는 산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언양읍성은 산이라고는 전혀 없는 완전 평지에 자리를 잡았다. 복판에 초등학교가 들어선 것은 전국의 읍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일제는 읍성의 주요부에 초등학교를 세워서 교묘한 정신적 침략을 하였다. 읍성 내부는 복원작업을 하고 있는 듯 건물들이 상당부분 제거되었지만 초등학교는 그대로 남아있다. 완벽한 복원을 위해서는 초등학교도 이전을 해야할 것 같은데 학교를 옮기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 언양 자수정
언양자수정 동굴나라는 보트를 타고 둘러보는 물이 고인 동굴 코스와 걸어서 관람하는 일반 동굴, 두 개로 되어 있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때는 보트 동굴이 개장을 하지 않아서 탈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탈 수가 있다. 나는 당연히 보트를 타고 싶은데 처음 온 일행들은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모두들 보트를 타잔다. 근데 이 보트 코스는 너무 성의가 없다. 설명도 거의 없고 그냥 쌩하고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시간이 채 10분도 안 걸린다. 지하수로 고인 물로 동굴을 채워서 보트를 띄우는데 걸어서 관람하는 동굴과 연결이 된다. 연결 부위에서 원하는 사람은 내려서 걸어가면서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싶다.
▶ 영남권 불교의 위력
새롭게 뚫은 것이 분명한 동굴에 들어갔더니 석굴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굴속이다 보니 규모가 작은 방 하나 정도라서 소박한 절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서 돌아보니 그게 아니다. 한창 공사중이라서 아직 정리가 안된 건물과 불상들이 여기저기 서고, 앉고 있는데 석불, 금동불 등 다양한 불상들과 달마, 나한 등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다. 석불들은 이곳 화강암과는 색깔이 다른 것을 볼 때 다른 곳에서 제작한 것이다. 부처님의 가슴 윗부분만 안치를 한 흉상은 내 생전 이곳에서 처음봤다. 다른 나라에서 석가모니 두상을 본 적은 있지만 흉상은 느낌이 좀 이상하다.
돈을 많이, 마구 투자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조감도를 보니 이 화강암산 전체를 바닥으로 깔고 누운 와불을 계획중이다. 이게 과연 될까 싶은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영남지역의 불교세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거대한 불상이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고 보면 이런 뒤통수가 띵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곳이 또한 우리나라이다. 과연 완성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 침식분지도 있다
반구대 박물관은 지질학적 특성이 잘 설명이 되어 있어서 우리 지리학도에게 필요한 정보를 많이 제공한다. 반구대 주변 지형모식도를 보다가 정진규선생님이 이건 꼭 침식분지처럼 생겼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한다. 대곡리의 동쪽에 있는 망성리라는 마을인데 정말 영락없는 침식분지이다. 화강암은 많이 있지만 시원생대 변성암이라고는 전혀 없는 지역인지라 전형적인 침식분지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지질구조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 원인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지질도를 보면 의문이 풀린다. 백악기 퇴적암을 불국사 변동 때 불국사 화강암이 관입하였다. 층 구조를 갖는 퇴적암은 편리 구조를 갖는 변성암과 일정부분 유사한 성질을 갖는다. 즉, 물리적으로는 약하지만 층 구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절리가 잘 발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표층 풍화는 잘 진행되지만 심층풍화는 잘 일어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관입한 화강암이 심층풍화를 받아 제거되면 분지가 발달하는 것이다. 해안분지가 규모가 작은 침식분지로 전형적인 사례인데 망성리 침식분지는 그보다도 훨씬 규모가 작은, 정말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침식분지이다. 그런데 지질도를 살펴보다 보니, 앗! 똑같은 지질구조를 갖는 곳이 바로 옆에 하나 더 있다. 망성리 북쪽에 있는 두동면 이전리, 만화리 일대이다. 이곳은 화강암의 분포가 좀 더 넓어서 망성리보다 훨씬 큰 분지가 되었다. 화강암 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호온펠스인데 화강암이 관입하면서 화강암과 접촉한 부분의 경상계 퇴적암이 변성작용을 받아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지질구조가 더욱 전형적인 침식분지와 유사하게 되었다.
이것 때문에 울산에 한 번 더 가봐야 할 모양이다.
☞ 클릭! 대곡천 경상계 퇴적층과 구하도
여기까지 와서 반구대를 안 가볼 수는 없다. 하지만 천전리 각석은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지만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다음에 또 온다면 침식분지와 천전리 각석을 꼭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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