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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공업의 상징 울산항

Geotopia 2015. 3. 24. 00:06

  울산항만공사 전망대(남구 매암동)에 올라 보면 울산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태화강 하구의 안쪽으로는 울산항과 미포항이, 남쪽으로는 장생포항이 보인다. 현대자동차 앞쪽은 조선시대까지 울산을 대표하는 항구였던 염포 자리이다. 하구 밖으로는 방어진항(북쪽)과 울산신항(남쪽)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울산항은 해안의 조차가 전국에서 가장 작을 뿐만 아니라 수심이 깊어 항구 발달에 가장 좋은 자연적 조건을 배경으로 발달하였다. 이러한 천혜의 조건 때문에 예로부터 울산의 해안에는 많은 항구들이 발달하고 있었는데 1960년대 이후 빠른 공업화와 함께 더욱 항구가 성장하였다.

 

<울산항만공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울산항 전경. 골리앗 크레인이 보이는 곳이 미포항이고 오른쪽의 만 안쪽이 장생포항이다>

 

<울산항만공사 주변의 항구들  *원도: Daum지도>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공장이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특이한 형태이다. 공장의 주력은 미포에 있지만 일부 부품 공장이 강 건너 장생포 쪽에 있다. 전망대 앞에 있는 공장은 주로 배의 껍데기 철판을 제조하는 공장인 것 같다. 공장에 커다랗게 써 있는 구호가 눈길을 끈다.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

  개인의 노력을 국가 발전과 연결시키는 거창한 담론을 만들어 냄으로써 노동자들을 독려하는 전략은 일반적으로는 상당히 낯설다. 대한민국 발전사와 함께 했고, 대한민국 발전의 견인차였다고도 볼 수 있는 현대중공업미포조선은 자신의 정체성을 개인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이렇게 국가의 이익과 연결시킴으로서 구성원들의 일체감을 도모하고 생산성도 독려하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70년대 국가 중심 개발 이데올로기가 울산에서는 버젓이 살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이 개인적 성취감과 보람으로 느껴질 때 일하는 사람의 자존감이 커지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커진다. 건전한 의미의 생산성 증대는 이런 내발적 동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선진적 직업관이다. 거대담론은 역설적으로 내발적 동기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환경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공업이 중국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커다란 구호가 오버랩된다.

 

<배의 껍데기를 만드는 공정. 여러겹의 철판을 건물을 짓듯이 쌓아 올려 만든다>

 

  큰 배들의 껍데기를 어떻게 만드나 궁금했었는데 전망대에서 보니 기본 골조를 만드는 과정이 잘 보인다. 거대한 선체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두껍다고 해도 철판 한 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몇 톤급의 배에 들어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배의 아랫 부분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조각이 여러층의 철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염포(동구 화정동)와 울산항(남구 매암동)을 연결하는 울산대교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엄청나게 높은 교각 위에 크레인이 올라 앉아 있다. 보기만 해도 발가락 끝이 저릿저릿하다>

 

  그동안 동구에서 남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염포에서 약 5.5km나 떨어진 명촌대교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만 했다. 울산대교가 완공되면 동구와 남구를 연결하는 거리가 매우 단축될 것이다. 현수교인 울산대교는 길이가 1.5km가 넘으며 큰 배들이 통행을 해야하기 때문에 높이도 엄청나게 높다.

 

<염포에 정박중인 현대자동차 수출용 선박. 배가 무뚝뚝하게 생겼다>

 

  수출용 자동차를 운반하는 배는 정진규선생님의 표현을 빌면 '무뚝뚝하게' 생겼다. 모양이 단순해서 그 거대한 크기가 잘 실감이 나질 않는다. 키가 크고 위 아래의 넓이가 같은 독특한 모양으로 만든 이유는 아마도 자동차를 더 많이 싣기 위해서일 것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

 

  조선공업이 유럽의 사양산업이 되면서 스웨덴 말매에서 단돈 1달러에 들여왔다는 미포조선의 골리앗 크레인은 무려 1600톤을 들어 올릴 수 있는 지상 최대의 크레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이러한 시설을 이용하여 도크를 이용하지 않고 지상에서 배를 건조하여 진수시키는 공법을 성공시키기도 하였다.

  이 '사건'은 엄청난 수지를 맞은 '기쁨'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슬픔'이기도 하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공업이 사양산업에 속했다. 대표적인 중공업인 조선공업은 소재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서도, 또한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독특한 산업이다. 자원 및 에너지를 절약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급속하게 전환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에서 조선공업이 사양화된 것은 매우 당연한 과정으로 보인다. 그래서 유럽에서 퇴출된 크레인을 단 1달러에 사오고 횡재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에게 기쁨이면서, 동시에 슬픔인 것이다. 유럽이 산업화의 모델이고 현재 유럽이 가고 있는 방향이 선진화의 모델이라고 가정한다면(물론, 그렇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우리는 한참 뒤편에서 그 뒤를 열심히 쫓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골리앗 크레인인 셈이다.

 

<미포조선 뒤 염포산 능선 위에 전망대로 보이는 건물이 공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