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베트남 족제비커피

Geotopia 2020. 2. 22. 09:00

▣ 위즐거피(Weasel Coffee)와 코피 루왁(kopi Luwak)

 

  위즐커피. 사향족제비(Civet Weasel) 배설물에서 추출한 귀한 커피다. 족제비 뱃속에서 하루 정도 머물면서 과육과 점액질(뮤실리지)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독특한 맛과 향이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과육을 기계로 벗겨낸 다음에 말리는 일반적인 커피 생산 과정에 비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귀할 수밖에 없다. 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특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맛이 가미되기 때문에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알려져왔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억만장자 에드워드(잭 니콜슨)가 즐겨 마시는 코피 루왁(kopi Luwak)이 같은 원리로 만들어지는 커피다.

  최근에는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위즐커피나 루왁커피 만드는 방법이 원용되기도 한다. 즉, 과육을 벗겨낸 다음 뮤실리지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뮤실리지를 발효시키거나 아니면 뮤실리지를 벗기지 않은 상태로 말려서 향이 원두에 배어들도록 하는 것이다. 과육까지 통째로 말리는 전통 에티오피아식 제조법도 말리는 과정에서 향이 배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달랏 위즐거피

 

  발효과정에서 독특한 맛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원두의 품질이 좋지 않으면 좋은 맛을 내기 어렵다. 세계 2위 커피 생산국인 베트남은 아라비카(Arabica) 계열보다는 로부스타(Robusta) 계열의 커피를 많이 생산한다.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재배되는데 베트남에는 아라비카 커피를 대량 재배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고원지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럼동성의 달랏 일대는 해발 1500m를 넘나드는 고원지대라서 고품질의 아라비카가 생산된다. 베트남에서는 가장 품질이 좋은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 쌉쌀하고 구수한 맛, 제조법은 에스프레소

 

  커피 포장에 간단한 에스프레소 기구가 들어있다. 에스프레소가 위즐커피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쌉쌀하고 구수한 맛이난다. 일반 커피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독특한 맛이다. 에스프레소라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드립을 해봤다. 역시 비슷한 맛이 난다. 신맛이 쓴맛의 잔류감을 씻어주는 것이 산미가 강한 일반 커피의 특징이라면 위즐커피는 반대로 쌉쌀하고 구수한 맛이 오랫동안 입안에 머무는 것이 특징이다.

 

 

 

 

▣ 블랜딩으로 맛 살리기

 

  산미가 약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블랜딩을 시도해봤다. 1:1 블랜딩은 위즐이 일반 커피를 이긴다. 위즐이 아니더라도 보통 쓴맛이 신맛을 이긴다. 1:3(위즐:에티오피아 게이샤) 블랜딩을 해봤다. 양으로 1:3은 아니다. 위즐커피는 진한 맛을 내기 때문에 일반 커피보다 적은 양(5g/1인)을 내려야 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게이샤의 복합적인 맛에 구수하고 쌉쌀한 위즐의 특징이 살짝 입혀져서 매우 독특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