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식물 가꾸기

토마토를 자르다

Geotopia 2018. 9. 11. 11:30

▣ 토마토 칼슘 결핍증


  잎이 오그라들고 열매도 작으며, 그나마 잘 맺히지도 않는 증상을 나의 친구 神農 남필우선생은 칼슘 결핍증이라고 단박에 정리를 해줬다. 더운 여름을 견디느라 그런가보다 했더니 영양 부족이었다니! 작년에 이어 같은 화분에 심었으니 연작 피해이기도 할 것이다. 뽑아버리라는데, 그리고 무나 배추를 심으라는데 내키질 않는다. 작년에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열매가 열렸었기 때문에 미련이 남았다. 그리고 무나 배추는 손바닥만한 화분에 심기에는 너무 큰데다 한 번 수확하면 끝이므로 열매나 잎을 목적으로 하는, 그래서 한동안은 수확이 가능한 작물에 비해 매력이 적다.


 [잎이 은근히 오그라드는 증상은 칼슘 결핍증이다. 열매가 잘 안 열리고 열려도 작다]


▣ 방울토마토를 자르기로


  며칠 버텨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란 껍질, 조개 껍데기를 갖다 묻으며 혹시 칼슘 결핍증이 치료되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결론은?

  이별이 불가피하다.

  며칠 지켜봤더니 둥치에서 옆으로 땅을 뚫고 곁가지가 나온다. 옳지! 요 녀석을 대신 키워보자! 그런데 정작 곁가지를 키우고 싶은 왕토마토에서는 곁가지가 나오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다가 줄기 중간 부분이 쪼개진지 한참 되었기 때문에 진작 이 녀석은 새 가지를 키우고 싶었었다. 그래서 왕토마토는 며칠 더 지켜보기로 하고 방울이 둘을 잘랐다. 줄기 맨 아래를 싹둑, 미련이 남지 않게.


 [원 줄기를 자르고 곁가지를 대신 키우기로 했다. 두 줄기로 갈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지만 이것도 그냥 나둬보기로 했다]


 ▣ 식물이 더 고등생물이다

 

   줄기와 잎을 잘게 잘라서 화분을 덮었다. 줄기와 잎을 자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제 살을 제가 양분으로 삼으니 동물보다 훨씬 낫구나. 흙속의 양분을 빨아 먹으며 자랐고, 자라면서 열매를 사람에게 선사했는데 다시 자신을 흙으로 되돌려 원래대로 만들어 놓는 것이니. 그렇다면 나는 열매를 이 녀석들에게 거저 얻은 셈이다.

  에너지 효율과 에너지의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어쩌면 식물이 동물보다 훨씬 더 고등생물인지도 모른다. 하긴 자연계의 어떤 동물이 자연을 과하게 사용해서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가? 따지고 보면 자연계에서 그런 짓을 하는 생물은 동물 중에서도 인간뿐이다.

  새로 난 곁가지를 지줏대에 묶어 놓는다. 그새 둘로 갈라진 줄기를 어찌할까 잠깐 망설이다가 이번엔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9월 중순이니 무성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그냥 자라서 맘대로 커 보라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