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식물 가꾸기

절대 이길 수 없는 들깨 벌레

Geotopia 2018. 7. 15. 13:22

■ 실험1: 잎을 따고 격리


  들깨잎말이명나방 벌레와 매일 매일 경쟁인지, 전쟁인지를 하고 있다. 농약이라는 치트키를 쓰지 않기로 했으므로 녀석이 잎을 뜯어 먹어버리기 전에 잎을 따야 한다. 물론 손으로 녀석을 잡아내는 결정적 한 방이 나에게 있기는 하지만 무성한 잎 속 어딘가에 숨어있는 녀석을 색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분 한 개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어지간한 크기 이상의 잎을 몽땅 딴 다음 다른 화분과 격리시키는 실험이다. 나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익숙했던 장소가 아닌 곳으로 화분이 옮겨졌으므로 찾아내기가 어려울 테고, 혹시 찾아 낸다고 하더라도 알을 낳을 장소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애벌레의 입장에서는 먹이가 대폭 줄어드는 것이다.


 [실험1에 활용한 화분. 두 그루를 남겼다]


  결과는?


  실패다;;

  잎이 새로 나기 시작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갉아먹기 시작했다. 에효~


■ 실험2: 모든 화분의 잎을 따고 한 그루만 남기기


[보통 세 그루씩 심어져 있었지만 모두 자르고 한 그루만 남겼다}


  원래 모종을 사왔을 때 포트 한 개에 서너 포기의 들깨가 들어 있었다. 물론 프로들이 밭에 심을 때도 똑같다.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잎도 작고 벌레도 창궐했었다. 우선 무성한 잎을 따 내기로 했다(깻잎김치를 담그거나 깻잎볶음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그런 다음 튼튼한 한 그루만 남기고 잘라 버렸다. 바람이 잘 통하면 좀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이번엔 제발 덤비지 말아다오…

 

■ 이틀째

 

  이발시키고 이틀 째. 첫날의 고요가 이어지는 듯하다. 깔끔하게 이발을 한 들깨가 싱싱한 잎을 자랑한다. 효과가 있나!?

  그러나 기쁨은 잠깐 뿐, 격리된 화분에 가 보니 또 벌레가 생겼다. 한 마리가 꼭대기 어린 잎을 말고 숨어있다. 이놈의 나방은 언제까지 활동을 하는 것일까? 더 이상 알을 낳지 않는 시기가 분명히 올텐데… 다른 화분은 깨끗해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이니 불안하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들깨 벌레는 어린 잎이 만들어지는 끝부분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다. 넓은 잎 뒤에 고치처럼 실을 뽑아 은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 근래는 어린 순 속에 숨어 있는 경향이 있다. 밤에 활동을 하고 날이 밝으면 더워지기 전에 그곳에 은신을 하는 것 같다.

 

[잎을 모두 따 낸 후에 다시 부화한 들깨벌레]


■ 일주일만에 또다시…


  ㅠㅠ 일주일만에…

  긴가 민가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어린 벌레라서 찾기가 어려웠다. 잎을 조금씩 갉아 먹기 때문에 크게 표시가 안 나는데 혹시나 하고 살펴 봐도 작아서 잘 안 보였던 것 같다. 오늘은 줄무늬가 있는 녀석을 한 마리 색출했고 다수의 연두색 벌레를 잡았다. 갉아먹은 자취가 있는 순에는 거의 한 마리씩 들어있다. 하지만 조금 뜯어먹은 잎에서 찾지 못한 것도 몇개 있다. 벌레 몸에 줄무늬가 생기는 정도까지 성장을 하면 바로 줄기를 자른다. 자칫하면 들깨가 초토화될 위기 상황이다ㅠㅠ


[줄기를 자르는 줄무늬 벌레]


[연두색의 어린 벌레는 이렇게 잎을 갉아 먹는다]


■ 마지막 방법: 실내로


  실내로 화분 한 개를 이동시켰다.

  어차피 열매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햇빛을 좀 덜 받아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오전에는 햇빛이 드는 곳을 골라서. 이미 활동중인 녀석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색출하면 더 이상 시달리지는 않겠지? 옥상을 몽땅 모기장으로 덮을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