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산 노래가 슬픈 이유

Geotopia 2018. 2. 17. 15:51

[2018.2.12 눈 내린 날]


  눈 내린 날 광덕산에 올랐다. 눈 산의 매력에 빠져 눈만 내리면 광덕산으로 달려가던 때도 있었지만 꽤 오랫만이다. 강추위가 끝나고 날이 많이 풀렸지만 정상 부근의 눈은 여전히 숫눈이어서 아이젠이 잘 먹히지 않았다. 줄을 잡고 산에 오르면서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산행 중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산악인을 기리는 추모비이다. 적지 않게 가 본 산이지만 여태 비석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달 네팔 트래킹 중에 우리 대장에게 전해 듣고 알게 되었다.

  정상에서 서쪽 능선 등산로로 내려서면서 바로 등산로 옆에 서 있는 두 개의 비석은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자그마하다. 아마도 한번쯤 지나치기는 했겠지만 알아보지 못했으리라. 꽃다운 나이에 영원히 산과 함께하게 된 안타까움 앞에 잠시 머리를 숙였다.


  산악인들이 부르는 산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나만의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멜로디와 가사가 슬펐다. '산'의 일반적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설악가  *출처: Youtube]


  왜 그럴까?

  나처럼 트래킹 수준으로 산행을 하는 사람에게 산은 힘들지만 슬픈 곳은 아니다. 산에 얽힌 추억이래야 재밌게 구경하고 맛나게 먹은 것이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전문 산악인에게 산은 좀 다른 의미인 것 같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으니 물론 짐작이다. 한계 안에서만 산행을 하는 아마추어와는 달리 전문 산악인들은 항상 한계에 도전한다. 그 '한계'라는 것은 '위험'과 얼추 같은 뜻이다. 그리고 실제로 한계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도 일어난다. 특히 에베레스트 등 세계적 고산지에서는 사고가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영화 '히말라야'는 그런 사례를 잘 보여준다.

  슬픈 듯, 비장한 듯한 그 산 노래는 '한계'를 바로 곁에 두고 있는 산악인들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이다. 아마추어가 생각해 본 '산 노래'에 대한 생각이다.


  히말라야 로체(8,516m) 등반 중에 조난을 당한 두 명의 산악인들을 기리는 비가 멀리 로체가 건너다 보이는 딩보체 마을 앞 언덕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광덕산 비석의 주인이다. 

  "선덕아! 형 왔다"

  비석을 부둥켜 안고 소리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대장을 보면서 같이 눈물을 삼켰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것 보다 불의의 사고는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었다.


[멀리 로체가 보이는 언덕 위에 서있는 추모비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산악인]


  하얗게 눈이 쌓인 날 광덕산은 더욱 매력적이다. 하지만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작은 비석 앞에서 가슴이 먹먹하다.


[광덕산 정상에 있는 산악인을 기리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