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인공 구조물은 산을 해치는 것일까?

Geotopia 2015. 9. 16. 21:00

▶ 석 달 만에 광덕산에 오르다-2015.9.12

 

  광덕산을 너무 오랫동안 가지 못했다. 사진첩을 뒤져보니 3월에 우리반 친구들과 다녀 온 이후로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한 참 동안 못 갔다'고 만 생각했었는데 이건 지나친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아무리 그렇기로 무려 여섯 달이나 가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글을 쓰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신록이 우거질 즈음에 한 번 더 가긴 했었다. 아내와 함께 강당사 뒤쪽 산책로로 올라가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을 갔었다. 처음 가보는 구간(멱시와 절골에서 내려오는 계곡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계곡을 따라 멱시로 올라가는, 길인 듯 아닌 듯 한 구간이 있다)이 좀 있어서 계곡을 따라 올라 갔었다. 다람쥐도 만나고 날파리도 만나면서 새로 만난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왜 사진첩에 없는 것일까?

  신나게 찍다 보니…

  헐~

  메모리를 빼놓고 왔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어쨌든 그 때가 대략 5, 6월쯤이었으므로 얼추 세 달은 된 셈이다.

 

▶ 신령님께 가끔은 문안을 올려야 한다

 

  원래 오늘은 금북을 타는 날이었다. 그런데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맑은 날이 계속되더니 야속하게도 우리의 거사일인 토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갈 수 있는 날씨였지만 비가 온다는데 금북을 강행하기는 어려웠다. 그냥 말기는 아쉬워서 광덕산을 타기로 했던 것이다. 광덕산이라면 비를 맞아도 크게 낭패를 볼 일은 없다는 생각에.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으로 금북을 못한 것을 합리화했다.

  '광덕산 신령님이 골이 나셨다'고

  한 3년 전까지 광덕산 신령님은 우리가 광덕산 이외의 코스만 잡으면 꼭 비를 내려서 서운함을 표현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외도를 허락하기 시작했었다. 그래도 때때로 문안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올 여름에는 외도도 하지 않으면서 문안 인사 조차 올리지 않았던 것이다. 광덕산 신령님께 문안 인사를 올리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났더니 정말로 하늘이 말짱하게 개인 것이다.^^

    오랜만에 광덕산을 탔다는 것은 몸이 말해준다. 강당골 루트 3.2km가 어찌 이리도 멀단 말인가?ㅠㅠ 

 

<오전까지 날씨가 꾸무럭 거렸지만 서쪽 하늘이 말짱하게 개었다>

 

<오랜만에 오른 기념으로 인증샷>

 

 

▶ 지난 여름에 광덕산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회장님께서 산행 초입에서 올 여름에 광덕산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말씀을 하신다. 한동안 헬리콥터가 오르내리며 무언가를 했다고 하신다.

 

  "정자를 지었군요?"

  "올라가 봐. 스포일하면 재미 없잖아^^"

 

  회장님  다우시다. 오랜만에 하는 힘든 산행을 그 궁금증이 조금은 덜어주는 것 같다. 한번 어떤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상하게 생각이 그쪽으로 몰려가고, 결국은 그것이 사실인 것 처럼 믿게 되는 묘한 심리가 나에게 있다. 정상에 올랐는데 '이상하게도' 정자가 없는 것이다. 무엇을 만들었을까, 헬리콥터까지 동원해서?

  알고보니 정상의 동쪽(장군바위쪽)에서 올라오는 길에 나무 계단을 설치한 것이다. 보자마자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찾는 사람이 매우 많다 보니 산의 침식이 만만치 않은데 특히 정상 부근은 여러 코스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집중을 하기 때문에 더욱 심하다. 정상 주변은 어느 쪽을 막론하고 바닥에 풀이 자라지 못할 지경이다. 바닥에서 약간 띄워서 설치한 나무 데크는 침식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라산 어승생에서 윗세오름을 오르는 구간에 설치된 나무 데크가 대표적이다. 궁여지책이지만 산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그 중 상책이 아닌가 싶다. 한라산 나무데크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침식이 심한 구간에 잘 설치한 것 같다. 등산객의 편의 차원보다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그렇다. 가능하다면 정상에서 장군바위 사이의 능선에도 설치를 했으면 좋겠다. 전 구간은 못하더라도 중간에 있는 봉우리들의 오르막 구간이라도 설치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각각의 봉우리 오르막 구간의 침식이 심하기 때문이다.

 

<정상의 동쪽에 설치된 나무 계단>

 

 

▶ 정상의 산딸나무 열매는 이제 겨우 익기 시작한다

 

  산딸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벌써 익어서 떨어진 곳도 있지만 정상에 있는 산딸나무는 이제서야 빨갛게 익기 시작했다. 해발 699m에 불과하지만 산 중턱이나 아래에 비해 기온이 낮다는 뜻이다. 꾸지뽕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딸기 같기도 한(그래서 산딸나무라고 한다고 한다) 산딸나무 열매는 모양은 맛있게 생겼다. 먹어보면 달콤하기는 한데 씨가 반이다. 식용으로 키워진 과일이나 채소와는 달리 야생 열매는 그것이 정상이다. 맛은 씨를 옮기기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

 

<정상의 산딸나무 열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저녁 햇살이 예쁘다. 이마당 약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