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눈이 빨리 녹는 명당

Geotopia 2015. 3. 14. 06:42

  '명당'

  우리의 전통지리사상인 '풍수지리'에서 나온 개념이다. 집을 지으면, 심지어는 조상의 묘를 쓰기만 해도 '잘 살 수 있는' 그런 자리라고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터를 잡기만 하면 잘 살 수 있는 그런 땅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오해가 대중화 된 것은 그 뿌리가 상당히 깊어서 풍수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고려 태조 왕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풍수지리 사상 http://blog.daum.net/lovegeo/6780036 참조)

 

  명당 개념이 구체화된 것은 우리 한반도의 자연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개념이 발달하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환경 인식체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도참적 요소 이전에 과학적, 합리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藏風得水', 즉, '바람을 모으고 물을 얻기 쉬운 곳', 이런 자리는 이 땅에 살기 위해서는 다만 '좋은 자리' 정도를 넘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과 직결되는' 자리였다.

 

  눈 내린날 광덕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유난히 눈이 빨리 녹는 곳이 있다. 다른 곳보다 따뜻하다는 뜻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지형적 특징이 주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도 유독 눈이 빨리 녹는다. 그런 곳이 바로 명당이다. 생명을 위협할 만큼 혹독한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조상들은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런 곳을 찾았고 그 결과 '명당'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된 것이다.

  그곳에 집을 짓는다면 생활 환경이 상당히 좋을 것이다. 따뜻하고, 햇빛이 잘 드니 습기도 적을 것이다. 연료비도 적게 들고 소소하게는 빨래도 잘 마르는 그런 자리다. 그곳이 바로 명당이다.

 

  강당골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다보면 임도를 지나자 마자 시작되는 오르막은 언제나 눈이 가장 빨리 녹는다. 이 노선은 광덕산의 북사면을 오르는 노선이기 때문에 광덕사쪽에서 올라가는 남사면에 비해 전체적으로 눈이 훨씬 늦게 녹는다. 그런데 이곳은 북쪽으로 뻗은 능선의 남서 사면에 해당하기 때문에 바람이 적고 햇빛을 많이 받는다. 북사면이지만 방향은 남향인 것이다.

 

 

<임도에서 오르막으로 연결되는 부분은 언제나 눈이 빨리 녹는다> 

 

  천마봉의 남쪽 사면 역시 눈이 빨리 녹는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남동향이어서 북서풍이 잘 방어가 되며 햇빛이 잘 든다. 임도 위쪽에 비해서는 눈이 녹는 속도가 약간 느리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언제나 눈이 빨리 녹는 따뜻한 곳이다.

 

 

<천마봉 남사면도 눈이 빨리 녹는 곳이다>

 

 

그날의 광덕산 눈 풍경들 : 멱시-이마당-정상-천마봉-강당골

 

<멱시마을. 정원수가 체형 교정을 받느라 고생이 많다>

 

<멱시마을 위쪽 등산로가 시작되는 부분>

 

<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식사중이다>

 

<이마당약수터로 올라가는 오르막>

 

<눈덮인 이마당 약수터>

 

<이마당약수터에서 아래쪽으로>

 

<약수터에서 이마당으로 올라가는 길>

 

<이마당 위쪽 능선의 남사면에도 이렇게 눈이 쌓였다. 남사면이지만 해발고도가 높아 늦게 녹는다>

 

<정상 능선의 바람길>

 

<능선 돌출부인 이곳은 눈이 내리면 언제나 눈이 많이 쌓인다. 바람의 퇴적이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 산행일 : 2014년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