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광덕산에서 가장 긴 코스

Geotopia 2015. 4. 5. 20:56

▶ 산행 일 : 2015년 3월 28일(일)

▶ 코스 : 광덕사 앞 주차장-설화산 갈림길-장고개-장군바위-정상-천마봉-주차장(10.2km)

 

<산행 코스  *원도: Daum지도>

 

  우연히 우리반 아이들과 광덕산에 갈 기회가 생겼다.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대 청소년들은 산에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도 산에 즐겨 가기 시작한 것이 사십이 훨씬 넘어서였으니 그 심정은 잘 이해하고도 남는다. 농담으로 '산에 갈까?'하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함께 가 본 적은 거의 없다. 2주일 전에 우연히, 정말 우연히 태현이와 광덕산을 가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올해도 사진 찍기 할까?"

 

  해마다 담임반 아이들의 사진을 한 장씩 찍어줘왔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같은 반이어서 이미 한 번씩 사진을 찍었던 친구들이 22명이나 되고, 또 고3이라서 혹시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옆 반이었던 태현이가 하지 말자고 한다.

 

  "왜?"

  "그거 산에 올라가는 거잖아요?, 힘들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 학교 옆 동산에 올라가기도 했었다. 아마 태현이는 그걸 봤던 모양이다.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 그럼 넌 동산 말고 광덕산에 가자는 얘기구나?"

  "네! 맞아요" 태현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의 대답이었다. 아이들도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말이 씨가 되고, 장난이 사실이 되어 우여곡절 끝에 태현이와 2주일 전에 광덕산에 가게 되었고 광범위한 대인관계를 자랑하는 태현이의 SNS망을 통해 동네방네 소문이 퍼졌다. 월요일날 출근을 했더니 각 반마다 반응이 상당하다.

 

  "선생님 저희도 광덕산 가고 싶어요"

 

  체육과 지망생 준수와 창현이다. 난 당연히 환영이다. 바로 다음 주에 가려고 했었는데 금요일날 족구장 옆을 지나가다 흘러나온 공을 두어 번 걷어 찼다가 무릎이 살짝 아파서 1주일을 연기했었다. 출발 전 날 준수에게 연락이 왔다. 정현이도 같이가고 싶단다. 당연히 환영이다. 그래서 우리 네 명의 산행팀이 꾸려지게 되었다.

  어느 코스로 가볼까? 계속 운동을 하고 있는 운동선수들이니(정현이는 체육과 지망생은 아니지만 평소에 운동을 잘 한다) 체력은 끄떡 없으리라 생각되었으므로 약간 욕심을 내볼까 생각이 들었다. 비교적 완만하지만 광덕산에서 가장 긴 코스가 자꾸 머리를 파고든다. 중간에 이마당이나 장군바위, 그것도 힘들면 임도에서 절골로 내려오는 길도 있으므로 가다가 혹시 힘들면 코스를 줄이고 내려올 수도 있다. 사실 나는 이 코스를 여러 번 탔지만 완주를 못하고 도중에 내려온 적이 많았다. 항상 아내와 함께 갔었는데 장군바위만 가면 그냥 내려가자고 졸랐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절골로 내려온 적도 있다. 근데 이상하게 아내가 그만 가자고 하면 덩달아 나도 힘이 빠지곤 하는 것이다. 오늘은 든든한 파트너들이 있으니 잘하면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출발점에서 인증샷>

 

<광덕산에서는 이런 편마암 암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블록필드의 일종이다>

 

<황사가 심해서 건너편 광덕산 정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바로 앞 절골도 흐릿하게 보인다>

 

<산불이 났던 이곳은 아직도 숲이 회복되지 않았다>

 

<설화산으로 가는 길과 광덕산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설화산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이들이 오이, 방울토마토, 홍삼액 등등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해 왔다>

 

<설화산 갈림길에서 임도쪽으로 가는 길에 이런 암괴를 만날 수 있다. 전형적인 편마암과는 달리 둥그스름하게 풍화된 화강암질편마암이다>

 

<극상림으로 다가갈수록 소나무의 분포가 적어진다. 광덕산에서도 소나무숲을 만나기가 어렵다>

 

<능선을 기준으로 남서사면에는 소나무가, 북동사면에는 활엽수가 자란다>

 

<임도를 지나면 이 코스 중에서 가장 경사가 급하면서 사면이 긴 구간이 나온다. 임도에서 장고개까지이다>

 

<가장 힘든 구간인 장고개에 올랐다>

 

<망경산 삼거리. 여기부터는 해발 550~650m를 넘나드는 굴곡이 크지 않은 능선이 계속된다>

 

<약간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지치지 않고 산행을 계속하고 있는 친구들>

 

<검은 빛의 흙은 한 눈에 보기에도 매우 기름져 보인다>

 

<이런 고바위길을 오르면 봉우리가 나타나고>

 

<봉우리를 넘으로 이런 안부(鞍部, 말 안장처럼 생긴 지형을 이렇게 부른다)가 나타난다>

 

<드디어 장군바위. 힘들면 내려가자고 했더니 모두들 이구동성, "남자는 정상이죠!">

 

<장군바위에서 정상까지는 이런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한다. 650m를 넘는 봉우리가 세 개 있다>

 

<정상 아래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불우이웃돕기 공연에 성금도 내고>

 

<마침내 정상. 정현이는 고바위길을 오르다가 바위에 무릎을 찧어서 영광의 상처를 입었다>

 

<나도 오랫만에 인증샷에 동참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므로>

 

<황사 때문에 서쪽 산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서 서쪽 산지를 배경으로 인증샷>

 

<광덕산 초행자들을 괴롭히는 천마봉. 내려가는 길에 한 번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천마봉 쉼터에서 창현이가 벤치에 누웠다>

 

 

 

<이 고사목은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완주의 기쁨. 계곡 물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구름다리에서>

 

<외암 이간의 문인들이었을까? 광덕계곡 바위에 이름들을 새겨놓았다>

 

<완주 기념 인증샷>

 

<산행 후에 먹은 소머리국밥의 그 꿀맛이란…>

 

  뜻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이들이 모두 뿌듯해 하고 기뻐하니 더 기분이 좋다. 나도 아이들 덕분에 이 코스를 완주했으니 기쁨이 아이들 못지않다. 오늘의 경험을 에너지 삼아 지치지 말고 모두들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