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보수성(保水性)이 뛰어난 土山

Geotopia 2015. 12. 3. 23:16

▶ 산행일: 2015.11.29(일)

▶ 코스: 강당골-천마봉-정상-이마당약수터-멱시-주차장

 

비가 내려 아쉽다

 

  11월26일날 첫눈이 푸짐하게 내렸다. 방학 때라면 광덕산으로 달려가겠지만 학기중엔 주말 뿐이다. 토요일(28일)날은 김장을 하느라 또 첫눈 내린 광덕산을 가지 못했다. 김장을 하면서도 눈이 녹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사흘이 지났다고 해도 11월말 날씨로 볼 때 정상 부근은 눈이 녹을 수가 없다. 그런데,

  비가 왔다.

  28일날 밤에 비가 온 것이다. 하도 가뭄이 심해서 이런 것을 불평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래도 좀 아쉽다. 비 말고 눈이 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가는 도중에도 또 가랑비가 내린다. 돌아갈까 잠깐 생각도 했지만 그냥 돌아가기는 너무 아쉽고, 아깝다. 다행스럽게도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는 멎었다. 그래도 날씨가 불안해서 카메라를 꺼내기가 망설여진다. 특별한 풍경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그냥 가기로 한다. 가다 혹시 특별한 장면을 만나면 카메라를 꺼내는 것으로 하고. 결국은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 카메라로 대신한다. 귀차니즘 때문에 처음에 그냥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 한 장 찍은 것이 시작이 되어 결국 모두 휴대폰으로 찍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눈이 녹으면 가기 불편한 산?

 

  등산로가 질퍽거리면 산행이 좀 불편하다. 등산화도 더럽혀지고… 편마암 산지의 공통점은 고운 흙으로 덮여 있다는 점이다. 물을 잘 머금고, 또 오랫동안 머금기 때문에 눈이 녹으면 진창이 잘 만들어진다. 그렇게 보면 광덕산은 '눈이 녹으면 가기 불편한 산'이 된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다. 눈이 내린 다음 비가 내렸으니…

 

<등산로의 눈은 거의 녹았고 곳곳에 이런 진창이 있다. 흙이 고와 보수성이 좋기 때문에 화강암 산에 비해 정도가 심하다>

 

나무를 자르자

 

  철마봉 아래쪽은 간벌을 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주로 소나무류가 대상이 된 것 같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잘 맞는 나무지만 생태적으로는 썩 바람직한 나무가 아니다. 강한 산성의 송진을 배출하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식생이 자라기 어렵다. 그런 생각으로 간벌 현장을 바라보니 그다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제 나무를 심는 단계가 아니고 나무를 자를 단계가 된 것이 우리나라의 숲이다.  ☞ 나무를 자르자 http://blog.daum.net/lovegeo/6780525

 

<철마봉 아래쪽의 간벌 현장. 소나무가 주로 대상이 됐다>

 

<철마봉 아래(해발 400m 부근)부터는 눈이 남아 있다. 주차장과 해발고도 차이가 불과 250m 안팎인데 온도 차이가 난다>

 

<해발 600m부근인 마지막 고바위는 눈이 많이 쌓여있다. 하지만 비의 영향으로 계단은 눈이 녹았다>

 

<정상 직전 등산로도 눈이 녹아 약간 질척하다>

 

<정상 인증샷. 시계는 썩 좋지 못하다>

 

<정상 동쪽 계단은 오른쪽만 눈이 녹았다. 등산객들이 녹은 쪽으로만 다니니까>

 

<정상 동쪽 능선의 얕은 부분에도 이런 일시적 습지가 생겼다>

 

<이마당으로 내려가는 내리막은 등산로의 눈이 녹아서 다행이다. 눈이 쌓여 있다면 아이젠 없이는 위험하다>

 

<낙엽이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앞 봉우리가 보인다. 이곳이 적어도 10~20m가 더 높은데도 앞 봉우리는 높아 보인다>

 

▶ 이마당 습지와 약수터

 

  이마당은 능선 바로 아래 해발 630~640m의 고지대에 있다. '2만의 군사'를 부양했다던가 하는 전설이 있는데 숫자는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습기가 풍부한 곳임은 분명하다. 이날도 이곳은 등산로에 물이 흥건했다. 그것도 평지 구간 내내 그렇다.

 

<이마당은 능선 바로 아래에 있는 평지로 습기가 풍부한 독특한 곳이다. 오늘 구간 가운데 진창이 가장 심하다>

 

<약수터 아래쪽에는 아직도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습기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 습기가 풍부하면 낙엽이 잘 지지 않는다

 

  식생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요소는 기온 외에도 강수가 영향력이 크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온의 영향력이 크지만 미시적으로는 강수(습도)의 영향이 의외로 크다. 특히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는 수분의 함량에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산인데도 낙엽이 떨어지는 시기가 차이가 나는 것은 수분 함량의 차이 때문이다.

 

<임도 아래쪽 해발 350m 부근에는 듬성듬성 잔설이 남아있다>

 

<나무를 타고 오른 덩굴식물의 꽃이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가 꽃을 피운 것 같다>

 

<멱시마을로 내려가는 해발 250m 부근은 습기가 풍부하다. 주변의 나무들이 푸른 잎이 아직 무성하다>

 

▶ 人死留名 虎死留皮

 

  외암 이간(巍巖 李柬(1677~1727))이 강당골에 서재를 짓고 강론하던 곳이 지금의 강당사이다. 아마도 그의 문인들이 넘쳐났을 것이다. 그 자취가 강당골 곳곳에 남아있다. 그럴싸하게 생긴 바위에는 거의 어김없이 이름 석자가 새겨져 있다.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관이다. '人死留名 虎死留皮'는 이렇게 바위 위에 낙서나 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바위에 새겼으니 영원히 이름을 남긴 셈이지만 이 이름 석자가 어떤 인물인지는 대부분 모른다. 이름을 남긴 것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