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비정상적인 날씨의 매력

Geotopia 2016. 2. 18. 11:21

  "천왕봉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대!"

  "나는 세 번을 갔는데 운이 좋게도 모두 천지를 봤어!"

  "좋은 날씨에 독도에 상륙했으니 우린 3대가 덕을 쌓은거야~"


  많이 들었던 얘기다.

  우리 민족이 숫자 '3'을 유난히 좋아해서 그런지 '3'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본 풍경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 똑같은 풍경 중에는 심지어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 곳도 많다. 그토록 유명한데도 말이다.


  왜?

  사진에서 이미 많이 봤기 때문에.

  그렇다면 오히려 '비정상적'인 날에 그 '유명한 곳'들을 가보면 어떨까? 오히려 사진으로 많이 본, 다녀온 사람들이 얼추 이구동성으로 자랑해 마지 않는 그 풍경이 아닌 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2016년 2월 15일.

  전날부터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다. 금북정맥 청양 학당고개에서 공덕고개 구간을 종주하기로 한 날인데. 아침엔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는데다 한 낮 최고 기온이 영하2도란다. 고니는 신종플루에 걸려서 골골하고 있다. 결론은 종주는 연기하고 '가까운 산'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결정된 코스는 넋티에서 출발하여 임도-망경산-광덕산-광덕사.


<경로  *도상 거리 9.76km, 실거리 10.8km  *원도: Google earth>


  결론은?

  정말 좋았다.

  잠깐만 멈춰서도 온몸을 엄습하는 칼바람이 불었지만 눈부시게 맑은 하늘, 능선을 따라 가볍게 쌓인 흰 눈, 하얀 상고대, 그리고…


▶ 망경산 정상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망경산(600m)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다. 광덕산(699m)으로 가는 능선 가운데 600m를 넘는 봉우리가 몇 개 있지만 모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망경산과 동-서 방향으로 거의 일직선 상이기 때문에 차가운 북서풍을 막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회장님 말씀에 오늘 뿐만이 아니라 이곳은 거의 항상 그렇다고 한다. 정상이 상당히 넓고 평평해서 아래에서 올라온 바람이 평평한 가운데 부분에 미치지 않고 그냥 하늘로 올라가 버리는 모양이다. 북북서-남남동 방향으로 터져있는, 온양에서 광덕으로 넘어가는 길(623번 지방도)이 뻗어있는 계곡이 망경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약 2km 지점에서 두 갈래의 계곡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즉, 북서풍이 양쪽으로 갈라져서 정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칼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올라서 바람이 고요한 정상을 만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임도에서 망경산으로 올라가는 능선.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상고대를 볼 수 있다>


<신기한 망경산>


<망경산 주변의 지형  *원도: Google earth>


<망경산에서 바라본 온양시내. 설화산(왼쪽)과 배방산(오른쪽) 사이로 보인다>


<카터로에서 태화산으로 연결되는 능선 너머로 천안시가지가 보인다>


▶ 함몰지일까 무덤 자리일까?


  산을 다니다 보면, 특히 광덕산을 다니다보면 이런 곳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지름 3~4m 규모에 깊이가 1m 남짓 되는 와지(窪地)이다. 안쪽에 자라는 나무의 크기로 보아 아무리 안 되었어도 1, 2십년은 되었음직한 지형이다. 예전에 처음 봤을 때는 옛날에 파 놓은 방공호려니 했다. 나 어릴적에는 동네 뒷산에 예비군 아저씨들이 방공호를 잔뜩 파 놨었다. 냉전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옥죄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깊은 산중에 방공호를 파 놓는 것은 좀 어이가 없다. 그렇다면 옮겨간 무덤자리인가? 함께 가는 대원들께 여쭤봤더니 이구동성 '무덤 자리'라고 하신다. 석회암이라고는 없는 지역이니 용식으로 와지가 생겼을리는 만무하다.

  내 생각도 그렇게 굳혀가고 있었는데 지난 번 금북정맥(각흘고개~부엉산)에서 낯선 것을 보았던 것이다. 멀쩡한 변성암 지대가 함몰이 된 장면이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다. 그렇다면 지질구조가 거의 유사한 광덕산 일대에서도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함몰지일까, 무덤자리일까?>


  무덤자리라면 봉분을 만들었던 흙으로 다시 메울 것이고, 혹시 파인 상태였다 하더라도 십 수년이 지나면 서서히 메워질 것이다. 그런데 그냥 있다니… 게다가 주변의 지세를 보면 무덤 자리로는 썩 좋은 곳이 아니다. 다른 곳도 비슷했다. 내 지식 수준으로는 도저히 정확한 원인을 알아낼 수가 없다. 그런데 만약 비가 많이 내린다면?  

  무덤자리인지 함몰지인지는 비가 오는 날이나 비가 많이 온 바로 다음 날 와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함몰지라면 지하에 공동이 있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물이 어디론가 스며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비가 많이 오는 날 산행을 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비정상적인 날에 산행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날에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현상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해발 600m 부근부터 피는 상고대

 

<망경산삼거리. 장고개라고도 한다. 고도도 높고, 또 양쪽에 큰 마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강당골에서 광덕으로 넘어가려면 이 고개를 넘는 길이 빠르긴 하다>




<망경산삼거리에서 광덕산까지는 해발 600m를 넘나드는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600m 부근부터 상고대가 발달한다>




<부용묘 방향으로 갈라지는 봉우리에 상고대가 피었다>


<장군바위를 지나 첫번째 안부(鞍部)는 바람골이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세다>


<광덕산 정상과 장군바위 중간의 봉우리에도 어김없이 상고대가 피었다>


  ▶ 추위를 이긴 보상, 상고대


  봉우리 마다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다. 고도의 차이가 기온에 잘 반영이 되는데 광덕산은 높지 않으면서도 기온의 수직 분포를 잘 관찰할 수 있다. 해발 600m가 기온변화가 표현되는 높이인 모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이 부분을 기점으로 식생과 기타 경관이 변화한다.

  어쨌든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면 고지대 나뭇가지에 수정처럼 매달린 상고대(樹氷)를 어떻게 볼 수 있었겠는가?



<장군바위 옆 봉우리에 핀 상고대. 남쪽 사면과 북쪽 사면이 확연하게 구별이 된다>




<이마당약수터 옆 봉우리 주변의 상고대>


<이마당약수터로 내려가는 안부(해발 약 550m)는 약간 낮은 고도 때문에 상고대가 피지 않았다>



<광덕산 정상 주변의 상고대>



<광덕산 정상. 다른 산에는 눈이 전혀 쌓여있지 않다>


▶ 겨울에는 남사면으로?


  사람이 많아 간신히 병원 진료를 받고 나온 곤이와 빨리 합류하는 길은 남사면의 광덕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광덕사 방향 등산로는 길이가 약간 짧고 겨울에는 눈이 북사면에 비해 훨씬 빨리 녹는다. 하지만 많은 산꾼들은 눈 녹은 남사면보다 눈 쌓인 북사면을 더 좋아한다. 눈 쌓인 산은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남사면은 짧은 만큼 경사면이 급한 것이 특징이다.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남사면. 하지만 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돌계단을 만들면서 돌탑이 완전히 없어졌었는데 다시 커지고 있다. 여럿의 힘은 강하다>


<광덕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에 보이는 광덕산 능선>


<남사면의 북사면. 전체적으로 남사면이지만 이곳처럼 중간에 있는 작은 봉우리의 북사면은 눈이 녹지 않았다. 태양의 조화가 참 엄청나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You are my sunshine'이다(회장님 어록). 지당하신 말씀이다. 남사면 중간에 있는 헬기장의 짤막한 북사면은 눈이 녹지 않았다>



▶ 동결과 융해에 의한 사면 침식


 ☞ 링크 http://blog.daum.net/lovegeo/6780705



<편마암 산지인 광덕산은 식생이 풍부하고 숲이 잘 발달하기 때문에 수원이 풍부하다>


<포항산 문어숙회를 상상했지만 중국산 냉동문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