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광덕산

눈 내린 날 광덕산[Ⅱ]

Geotopia 2016. 3. 19. 09:30

[Ⅰ]편에 이어서 계속   [Ⅰ]편 보기  http://blog.daum.net/lovegeo/6780745


▶ 산행 경로


<원도: Google earth>



▶ 장군바위~박씨샘 : 감성의 승리, 하지만 어떤 길에도 새로운 것이 있다


  장군바위에서 부용묘로 가는 길은 사람이 간 흔적이 없다. 점심 때가 지나서 배도 고프고 또 우리의 오후 일정인 숯가마를 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사람이 가지 않은 눈길을 헤치고 가려면 힘도 들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므로 박씨샘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산행에서는 어디를 가든 다 좋지만 사람 심리가 참 묘하다. 예정했던 것 보다 짧은 코스를 도중에 선택하게 되면 두 가지 생각이 교차를 한다. 서운함과 안도감이다. 서운함은 이성이고 안도감은 감성이다. 이성과 감성의 싸움에서는 거의 대부분 감성이 이긴다. 주로 강당골 코스를 애용하는 우리는 이쪽은 잘 오지 않는다. 그래서 광덕산 남쪽 사면의 가장 긴 코스를 오랫만에 타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 기대를 실현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당연히 서운함이 생긴다. 하지만 주린(?) 배와 산행의 고단함은 안도감이 서운함을 누르도록 지긋이 응원을 한다. 내가 선택한 '즐거운 고단함'이지만 그걸 면하게 됐을 때의 안도감은 참 묘하다.


<장군바위. 바람길 사진 찍느라 늦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


<장군바위에서 부용묘 코스 대신 박씨샘 코스를 선택했다>






<이 구간의 눈꽃은 더욱 환상적이다. 아내에게 눈꽃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다. 이건 써비스가 아니라 약올리는 건가?>


<박씨샘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정상~장군바위' 사이의 멋진 능선을 볼 수 있다. 역시 나뭇가지가 능선을 가려서 직접 보는 것 만 못하다>



▶ 실질적인 휴식년을 위한 제언


  장군바위에서 내려가다 보니 등산로가 막혀있다. 급경사 구간으로 침식이 심했던 곳이라서 사실 휴식이 좀 필요한 구간이기는 했었다.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한라산의 휴식년제는 1986년에 시작되었는데 현재 94% 정도 복원이 되었다고 한다(한라산 자연휴식년제 식생복원 '안정화' 단계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80813). 그렇다면 이곳도 앞으로 30여 년을 막아 놔야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갈수록 등산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냥 막아 놓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곳을 휴식시키기 위해 만든 우회로가 또 다른 자연 파괴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도 우회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많이 깎았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면 심하게 침식이 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다. 우회로를 만들되 나무 데크를 설치하는 방법 등 환경에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상태로 우회로를 30여 년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역시 '안 봐도 비디오'다.


<박씨샘으로 가는 우회로. 산을 수평으로 깎아 등산로를 넓혔다>


<길을 넓힌 덕분에 '정상-장군바위' 능선이 잘 보인다>


▶ 오늘의 가장 큰 수확 : 박씨샘을 처음 가보다


  우회로는 박씨샘으로 연결된다. 박씨샘? 분명히 전에 들었던 적이 있지만 가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곳이다. 산행 중에 '박씨샘'이라는 표지가 있어서 '그게 어딜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광덕사 부근에서 봤던가?… 그렇다면 이 길은 어디로 연결되는 것일까? 광덕계곡 어디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광덕계곡 맨 꼭대기 막걸리를 파는 집보다 더 아래쪽으로 연결이 된다는 뜻일까? 무심한데다 기억력까지 나빠서 이럴 땐 나에게 신경질이 난다. 그래도 광덕산에 처음 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은 '기쁜' 일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길은 광덕계곡 맨 꼭대기 막걸리 파는 집에서 능선으로 올라가지 않고 왼쪽 계곡으로 빠지는 길이다. 그러니까 광덕사에서 장군바위 방향으로 연결되는 등산로에서 이 표지판을 본 것이다. 그러니까 휴식 구간은 막걸리집에서 장군바위 바로 아래쪽 급경사면까지가 되는 것이다.


<지도에 통제구간(막걸리집~박씨샘~정상능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곳이 개방되었고 그 오른쪽 등산로가 통제구간이 되었다>


<박씨샘 앞에서 내려다 본 광덕계곡.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등산로라서 경사가 급하다>


<박씨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박씨샘은 정상 능선과 가까워서 하늘이 보인다>


  박씨샘의 해발고도는 530m이다. 장군약수터(510m), 이마당약수터(625m)의 중간 쯤 되는데 셋 중에서 박씨샘 만 능선의 남쪽 경사면에 있다. 장군약수터와는 능선을 사이에 두고 거의 대칭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정상 능선과의 거리는 약 80m 정도로 장군약수터(110m)에 비해 훨씬 가깝다. 하지만 장군 약수터에 비해 수량이 훨씬 풍부한 편이다.

  이마당약수터가 이 셋 중에서 가장 수량이 풍부하다. 이마당약수터는 정상 능선과의 고도차가 20m에 불과하지만 이마당 약수터의 위쪽에는 넓은 평지(이마당)가 있어서 지하수를 많이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군약수터는 정상 능선과의 거리가 가장 길기 때문에 지하수를 함양할 수 있는 조건이 가장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위치가 계곡이 아닌 능선과 계곡의 중간이기 때문에 많은 지하수를 함양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광덕산에 약수터들 : 박씨샘, 이마당약수터, 장군약수터>


<광덕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위쪽>


<고로쇠나무에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중이다>


<경고문을 붙여 놨다. 주인이 있는 산이라면 수액의 소유권도 주인의 것일 것이다. 국유지라면 어떻게 되나??>


<사진이 자연을 못 따라간 장면 또 하나.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그렇게 소담스러울 수가 없다>



<박씨샘 계곡과 광덕산 정상 능선>


<소나무만 눈을 잔뜩 이었다>


<내려오다 만난 산새. 적의가 없다는 것을 아는지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도 가만히 포즈를 취한다. 녀석에겐 미안하지만 이름은 모른다>


<반짝 햇빛이 나와서 눈 터널이 밝아졌다. 빛이 사라지기 전에 인증샷>


<눈 그림자도 꽃 그림자 못지 않다. 하지만 또 내 사진의 한계를 느낀다>



▶ 길이란?


  '어떤 에서 다른 으로 이동할 있도록 일정한 너비 공간'(Daum 사전)

  사전적 정의에는 '사람이 낸다'는 의미가 들어가 있으므로 사전적 의미를 따른다면 길은 사람만이 갖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이 다니는 통로는 '길'이 아닐까? 우리는 통상 야생동물들이 다니는 통로도 똑같이 '길'이라고 부른다. 동물들도 그들만이 점유하는 특정한 공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사람이 다니는 길을 피해서 다닌다. 그러니까 그들의 길은 우리의 길과 같은 시공간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

  고드름 구경을 하다가 지붕 위로 나 있는 길을 발견했다. 모양으로 보아 梁上君子의 것인데 눈이 내린 후 지붕 위를 가로지른 발자국이다. 

  녀석에겐 거기가 길이구나! 거기를 '지붕'이라고 정의해 놓은 것은 우주 만물 가운데 '사람' 뿐이다.

  당연한 것이 가끔은 색다르게 와 닿을 때가 있다.


<누가 다니는 길일까?>


숯가마


  숯가마라는 곳을 처음 가봤다. 참나무를 밀폐된 가마 안에다 차곡차곡 쟁여 넣고 입구를 막는다. 벽돌을 쌓고 황토로 틈을 메워 최대한 밀폐를 시킨 다음 남은 구멍을 이용해 장작더미 꼭대기에 불을 붙인다. 불이 붙으면 남은 구멍도 막아버린다. 그리고 1주일간 놔둔다. 산소가 결핍된 상태에서 장작은 불완전 연소로 건류되어 숯으로 변한다.

  숯도 여러 방면으로 쓰임새가 많지만 눈으로 보기에 이 숯가마는 숯 보다는 찜질방으로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모두 예닐곱 개의 숯가마가 나란히 있는데 거의 매일같이 숯을 낸다. 입구를 막았던 벽을 헐면 매우 뜨거운 파란 불꽃이 나온다고 한다(나는 못 봤다). 아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와서 가마 밖에서 불을 쪼인다. 강력한 원적외선이 나와서 여러 가지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 정도 지나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 가장 뜨거운 가마인데 그냥 앉아 있으면 1분을 견디기도 어렵다. 맨살을 수건으로 덮고 앉아 있으면 한 5분은 버틸 수 있다. 그 다음 가마는 하루 더 된 가마이다. 여긴 뜨겁지만 그래도 견딜만은 하다. 하루 더 된 세 번째 가마는 비교적 편안하게 앉아서 얘기하면서 놀 수 있다. 마지막 가마는 앉아 있으면 따뜻한데 한참을 앉아 있어도 땀이 나지 않는 정도이다.


<숯가마 전경  / ⓒ 문제세>


  숯가마 입구를 막고 있는 직원에게 고로쇠 한 컵을 권했다. 한 컵을 들이키더니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말투가 중국 교포다. 고니가 한 잔 더 드린다고 하니까 귀한 걸 한 잔만 마셔야지 두 잔 마시면 안 된다고 사양을 한다. 우린 계속 마시려고 한 통을 가져왔는데… 여러 잔 먹어도 괜찮다고 하니까 미안해서 그런단다. 중국 교포들에게 자주 느끼는 것이 있다. 대개 힘든 일을 하지만 사람들이 솔직하고 밝다. 사회적 시스템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력과 권력에 따라 서열이 뚜렷한 우리 사회는 사람을 존중하는 정도도 상당히 차별적이다.


<숯가마에서 먹는 석쇠구이 맛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