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라틴 아메리카

우유니

Geotopia 2017. 10. 1. 02:10

▶ 우유니: 건조지역에 만들어진 계획도시


  아침 일곱시 경에 우유니에 도착했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는 다시 라파즈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라파즈와 우유니를 직통으로 연결하는 버스다. 우유니는 유명한 우유니 소금사막 옆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인구는 약 3만 명, 농업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이지만 우유니 사막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 도로망이 격자상으로 반듯하게 발달한 것으로 보아 전통도시가 아니고 계획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시내 작은 여관에 들어 간단히 얼굴도 씻고 머리도 감았다. 오후에 우유니로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비용을 받고 세수하고 씻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온 여행자들을 위해 이런 시설이 필요하겠다.

  물이 귀한 곳이어서 건물의 지하가 커다란 빗물 창고다. 식수로 쓰지는 못하지만 일반 생활용수로는 큰 문제가 없을 듯 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중수도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 비가 집중하기 때문에 강수량이 많은데도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여름에 많이 내리는 비를 저장해 두는 방법을 찾아 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짐을 맡겨 놓고 잠깐 우유니 시내 투어에 나섰다. 노천 시장이 열렸는데 우리나라 5일장 같은 분위기다. 옷감을 짜는 편물기계를 좌판에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장사치도 있다. 알파카 같은 옷감을 즉석에서 짜 주는 모양이다. 마늘이랑 곡물들을 파는 노점도 있는데 새빨간 색과 진한 오렌지 색의 가루를 판다. 색깔이 선명한 원색이어서 먹는 것이라기 보다는 물감같은 느낌이 든다. 커다란 접시에 가득 차는 둥근 빵을 만들어서 파는 가게가 있다. 바로 구워서 먹기 때문에 따끈따끈하고 부드럽다. 시장이 넓지 않아서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 일행들을 만난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도 서로 비슷한 것을 보면 우린 모두 배달의 자손이 틀림없다.



  소금사막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오늘부터 며칠 간은 지프차를 탄다. 우유니 사막과 포토시주 일대 고산 사막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지프형 차량이 필요하다. 우유니시 외곽은 황량한 들판이다 건조해서 식생이 거의 자라지 못한다. 그런데 들판이 온통 쓰레기 천지다.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풀보다 더 많은 비닐 봉지들이 들판에 가득 쌓여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쓰레기들이 다 날아왔단 말인가? 안타까울 뿐이다.

  볼리비아 내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던 철로가 폐허로 방치되어 있다. 칠레에게 해안을 빼앗긴 뒤로 이 철도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금 두 나라가 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 철도는 무용지물이 되어 녹슬어 가고 있다. 달리던 기차가 철도 위에서 녹슬어 가고 있는 곳도 있고 철길 옆에 널부러진 곳도 있다. 지금도 칠레와 볼리비아는 서로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로 연결하던 이 철도를 그냥 내버려두지 말고 국제 철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 같은데 빼앗은 나라는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고, 빼앗긴 나라는 여전히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태다. 역사적 아픔을 담은 폐허도 관광자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쓰레기 더미 속에 돼지 가족들이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다. 주변에 민가라고는 보이지 않는데 야생도 아닌 집돼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고 있다. 방목을 하는 돼지는 보기 드물지만 쓰레기를 뒤지는 돼지 역시 보기 어렵다. 방목으로 좋아진 육질을 쓰레기가 몽땅 더럽힐 것 같다.

  건조한 지역이어서 가옥 재료로 흙벽돌을 많이 쓴다. 엉성하기 그지없는데 아주 춥지도, 비가 내리지도 않기 때문에 가옥재료로 그런대로 쓸만한 모양이다.



  황량한 사막의 비포장길을 지프차가 내달린다. 우리가 탄 차는 일제 토요타 렌드크루저라는 차다. 골이 깊은 바퀴를 단 말 그대로 오프로드용이다. 우유니 소금 사막을 달려야 하고, 비포장 사막을 달려야 하기 때문에 차가 매우 튼튼해야 할 것 같다. 허허벌판에서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스스로 고쳐야 하는 수리 기술도 있어야 한다. 자동차 가격은 정해져 있는 것이고 기름값 또한 정해져 있으니 결국 값싼 인건비로 투어 차량이 운영되고 있다고 봐야한다.

  황량한 사막인데도 알파카를 방목하는 곳도 있다. 풀이 조금이라도 자라는 곳이면 생명이 있다.

  Colchani라는 곳에서 차가 멈춘다. 콜차니 역시 우유니처럼 사막 한 가운데 만들어진 마을이다. 소금사막으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교두보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념품 가게, 음식점 같은 것들이 있는데 소금 벽돌로 지은 기념품 가게가 단연 인기다.

  커다란 소금 무더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에서 봤던 새하얀 소금 사막은 아직이지만 사막에서 반출한 소금들을 쌓아놓은 모양이다. 콜차니와 소금사막은 약 5km 남짓 떨어져 있다.


  드디어 소금사막,

  기대했던 새하얀 색은 아니다. 나중에 보니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새하얀 색이 되었는데 아마도 주변부는 사막에서 날아온 모래먼지 때문에 누르스름한 색을 띠는 모양이다. 소금을 파서 쌓아놓는 사람이 보인다. 이 소금은 바로 먹을 수는 없다고 한다. 땅바닥이 그냥 염전인 셈이니 흙을 파듯이 소금을 판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눈밭처럼 점점 새하얀색으로 변해간다. 지평선의 안데스 산자락이 얕으막한 동산처럼 보이고 짙푸른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예전에 영어 공부하느라고 읽었던 어떤 책에서 소금 사막 이야기를 처음 읽었었다. 지리학도로서 너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재를 만드느라 과장해서 넣은 이야기려니 생각했다. 만약 실재로 있다고 해도 갈 수 없는 곳이므로…

  그곳에 내가 와 있는 것이다. 언감생심 꿈조차 꾸기 어려웠던 그곳에 이렇게 와 있다니… 너무 벅차다. 라틴아메리카는 모든 곳이 사실 벅찬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이니 어지간해서는 오기가 어렵다. 그 중에서도 나에겐 우유니가 환상같은 곳이었다. 더 멀고 가기 힘든 곳도 있지만 나에겐 우유니가 이상하게도 그런 곳이었다. 사람마다 장소에 대한 느낌은 다르기 마련이므로 아마도 우유니에 대한 나의 느낌은 좀 유별날 수도 있다. 꿈을 이룬 기분 이랄까?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

  멀리 소금사막 끝 언덕 위에 호텔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영어 교재에 있던 그 소금 호텔인지도 모른다. 우린 안타깝게도 거기로 가지는 않는다.

  새하얀 소금밭은 눈밭과 다를 것이 없다. 나는 겁도 없이 선글라스 없이 이곳에 왔다. 선글라스를 쓰랴 안경을 바꿔쓰랴 너무 번거로워서 사실은 선글라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냥 안경으로 새하얀 소금밭을 보려니 눈이 보통 부신 것이 아니다. '이러다가 눈이 멀겠구나' 싶다. 결과적으로 눈이 멀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지만 준비를 많이해야 되는구나 깨닫는다.

  지평선 쪽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일면서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보인다. 사방이 트인 벌판이기 때문에 소나기가 한 곳에만 내리는 장면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먹장구름의 한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서 구름 위에 가득 고였던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다.

  소나기가 내리는 사막의 한 가운데를 향하여 차가 달린다. 전후좌우의 경관이 거의 똑같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도대체 가늠이 되질 않는다. 해라도 떠 있다면 해를 보고 방향을 잡을텐데 아까부터 사막을 짓누르는 먹장구름 때문에 해를 볼 수도 없다. 그래도 용케 사막을 달려서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휴게소 같은 곳을 찾아 간다.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있어서 우유니사막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들러 가는 곳이다. 만국기가 우리를 반기는데 만국기 만큼이나 얼굴 모습이 각양각색인 많은 사람들이 있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참 편안해 보인다. 한쪽에 걸터 앉아서 마냥 사막을 바라보고 있다. 멍때리기 대회가 있다더니 거기 나가면 등 수 안에 들겠다. 때론 이렇게 멍 때리고 앉아 있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건물은 모두 소금 벽돌로 지었다. 그 영어 교재에서 봤던 그런 건물이다. 식탁이며 의자며 모두 소금을 반듯하게 잘라서 만든 벽돌을 쌓아서 만들었다. 바로 먹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벽을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맛을 보았다. 소금을 찍어 먹은 것 같은 짠맛은 아니지만 은은한 짠맛이 난다. 비가 내려서 녹아버리지만 않는다면 열대의 라테라이트 부럽지 않은 단단한 벽돌이 될 것 같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샐러드와 야마 스테이크(갈비뼈가 붙어 있는 갈비살 스테이크다), 그리고 쌀밥이 주 메뉴다. 쌀밥은 설은 것처럼 좀 설컹거리지만 그래도 먹을 만 하다. 스테이크가 약간 식어서 제맛을 느끼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그런대로 좋은 경험이다.

  기념품 가게에는 우리 태극기가 선명하게 나부낀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함께 우리나라ㅣ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금물이 증발하면서 소금덩어리로 변할 때 수축이 일어나면서 마치 주상절리처럼 다각형의 절리가 생긴다. 영락없는 주상절리다. 각 변의 길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육각형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경계선 부분이 잘라진 절리가 아니라 그 절리 부분에 소금이 채워져서 더 올라와 있다. 그러니까 소금 결정이 만들어지면서 수축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주상절리가 생겼다. 이후 지하수가 모세관 현상으로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절리면을 타고 흘러 나올 수밖에 없게 될 것이며 건조한 사막 기후는 틈으로 흘러나온 물을 바로 증발시켜서 이런 모양의 지형이 만들어졌다.

  어느새 비가 그쳤다. 여전히 뭉게 구름이 남아 있지만 살짝 내린 비가 소금 사막을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사람들이 물위를 걷는 것 같다. '물 위를 걷는 여자'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바로 그 장면이다.


[비가 내려서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아까 봤던 그 소나기 속으로 우리가 들어온 것만 같다. 그렇지 않아도 사방이 똑 같아서 방향을 분간하기 어려운데 비까지 내리니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운전하는 기사들은 잘 알겠지 싶었는데 가만히 눈치를 보니 이 사람들도 당황하고 있다. 원래 물고기섬이라는 곳을 가도록 되어 있었는데 부득이 일정을 바꿔서 사막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어련히 잘 알아서 갈까 믿고 싶지만 도대체 방향을 알 수 없는데다 점점 물이 불어나서 자동차 바퀴가 잠겨가는 장면을 보면서 은근히 걱정이 된다. 기사들끼리도 뭔가 의견 차이가 생겼다. 빨리 가자는 사람과 괜찮다는 사람과.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리더인 듯한데 차를 너무 아껴서 빨리 달리지를 않고 세월아네월아 천천히 달린다. 물 속을 한 참 달리더니 멀리 정상에 하얀 눈이 덮인 산이 보인다. 산이 보이니 그래도 안심이 된다.

  이런 방향 감각은 말 그대로 '동물적 감각'이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내려서 잠깐이라도 들러봤을 것 같은 소금 성을 지난다. 이곳도 아까 지나왔던 휴게소처럼 만들려는 모양인데 아직 완성이 되지 않은 건설 중인 건물이다.

  해가 지기 전에 소금 사막을 벗어나서 육지로 올라섰다. 불안감을 표현은 안 했지만 마음 속으로 안도감이 생긴다. 육지로 올라서자 마자 매마른 언덕에 선인장이 자라는 풍경이 우릴 반긴다. 소금을 캐던 곳인 듯 자동차와 기계, 그리고 집이 버려져 있다.

  사방의 풍경은 황량한 사막이다.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이래야 기껏 비쿠냐 정도일텐데 길 바닥에 질펀하게 똥을 싸놓은 녀석이 있다. 모양 만으로는 누가 범인인지 알 수가 없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은 자란다. 무더기로 자란 풀들이 주황색 꽃을 피웠다.

  점점 날이 어두워진다. 숙소에 도착하지 못했는데 깜깜한 사막을 마냥 달린다.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길 옆의 사막 식물들의 윤곽이 보일 뿐이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빵과 스프, 닭고기와 쌀밥 등 푸짐한 저녁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소금 사막 한가운데는 아니지만 소금 벽돌로 지은 소금호텔이다.  긴장감이 풀리면서 몸과 마음이 노곤노곤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고산지라서 서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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