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라틴 아메리카

Falkland와 Malvinas

Geotopia 2015. 3. 19. 11:31

  칠레에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 출입국관리소(파타고니아 Rio Turbio)에서 수속을 기다리다가 뜬금없이 서 있는 표지판을 만났다. '뜬금없다'고 표현한 이유는 표지판을 세운 주체를 전혀 알 수 없는 표지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눈길을 끌었던 이유는 표지판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로 'Las Malvinas Son Argentinas'라고 써 있는데 무슨 뜻인지 알아보니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이라는 뜻이란다.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 땅>

 

  말비나스(Malvinas)는 영국령인 포클랜드(Falkland)를 의미한다.

  국경에 서 있는 이런 구호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그것을 봄으로써 영국 땅이 아르헨티나 땅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곳이 분쟁지역인지 잘 모르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분쟁지역'으로 선전을 할 수 있다. 어차피 자신의 땅이 아니므로 '믿져야 본전'인 셈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은 내부적 결속을 다지는데 좋은 도구라는 점이다. 피억압자로서 자신들을 집단화함으로써 결속을 강화하는 '저항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이다. 저항의 아이덴티티는 피억압자나 열세에 처해 있는 사회집단이 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내부를 결속하고 대외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아르헨티나는 국경에 이런 구호를 세움으로써 외국인들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내국인의 단결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말비나스가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르헨티나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업인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아무런 주체가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정부가 주도하지 않았다는 발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명박정부의 독도 정책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는 자해행위이다. 멀쩡한 우리 땅을 왜 굳이 '우리 땅'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바보짓을 하는가? 올림픽 때 있었던 박종우 해프닝도 그런 맥락에서 참 어이없는 사건이었다. 결국 우리의 독도 이데올로기는 실효적 지배라는 우월한 지위를 저항의 이데올로기로 바꾼 어이없는 사례일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하여 특정 집단, 특히 극우파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활용되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 전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입국관리소에 붙어있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사진>

 

 

<아르헨티나공화국 헌병대가 국경 수비 임무를 맡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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