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합덕 깻묵장

Geotopia 2017. 7. 31. 00:05

  비가 내려서 급히 찾아 들어간 음식점에서 '깻묵장'이라는 음식을 처음 맛봤다. 당진 합덕에서. 깻묵은 들기름을 짜면 나오는 부산물이다. 기름이 다 빠져나간 껍데기 덩어리지만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어릴적에는 귀한 군것질 거리였다. 그런데 '깻묵장'이라는 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내 고향 홍성과 당진의 합덕은 거리도 멀지 않고 같은 내포의 영역에 속하는 같은 문화권이다. 당연히 음식도 낯설지 않다. 그런데 생전 처음 보는 '깻묵장'이라…

  깻묵은 거무튀튀한 색깔이다. 기름을 짜고 남은 들깨 찌꺼기니까. 그래서 깻묵장도 거무스름한 것이 나오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밝은 미색의 찌개같은 것이 나왔다. 투가리에 담긴 걸죽한 국물에서 고소한 들깨 냄새가 나는 것을 보아하니 들깨로 만든 것은 분명한데 어릴 적에 먹었던 그 깻묵은 아닌 것이 또한 분명하다. 껍데기를 제거한 들깨를 가루내어 넣고 우거지와 두부를 넣은 것 같다. 맛있다.


<깻묵장>


  한 때는 꽤 번성한 상업 중심지였던 합덕은 그래서 그런지 이런 독특한 음식이 남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를 방문했을 때 행사장에 공급되었다는 거먹지도 비슷하다(안타깝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서 교황은 먹지 못했다고 한다). 절인 시래기를 거먹지라고 하는데 이것을 넣고 끓인 거먹지라는 음식 역시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


<거먹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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