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거문도 밥상

Geotopia 2016. 9. 2. 00:09

  거문도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했다. 친구 사촌형님댁에서 저녁을 먹게 된 것이다. 형님과 형수님께서 직접 잡고, 농사를 지으신 해산물과 텃밭 채소들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나오는 것마다 생전 처음 듣는 것들이다. '이 나이에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 이렇게 많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그 이름들을 기억할 수 없으니 꾀를 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질을 하는 것이다. 음식 이름도 저장해두고, 친구들 약올리는 일거양득!


  형님께서 직접 잡아서 손질해두신 잿방어회가 제일 먼저 나온다. 방어의 한 종류로 이곳 아니면 먹을 수가 없다는데 맛이 정말 부드럽다. 오징어는 그냥 데쳤고, 뿔소라는 살짝 양념을 했고, 배말이는 짭짤하게 좀 더 양념을 했다. 맛은? 내 실력으로는 形言할 수 없다.

  채소는 텃밭에서 키운 것들인데 갓김치가 압권이다. 갓김치하면 돌산이 떠오르는데 실제로는 거문도갓김치가 원조격이라고 한다. 짭짤매콤한 갓김치에 살짝 얼린 잿방어를 싸 먹는 맛이란…

 

<주인공은 잿방어회다. 뿔소라, 배말이, 오징어가 곁들여 나오고 텃밭에서 나온 상추와 마늘, 그리고 배추김치와 비장의 무기 갓김치>


<배말이(삿갓조개). 제주도 비양도에 보말죽이 유명한데 둘은 사촌간이다. 이름도 모양도 비슷하다>


<참소라. 뿔소라라고도 한다> 


<남도의 술 잎새주가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앗! 요건 못 적어놨네…>


<고소한 볼락구이>


<마무리는 쎄미탕. 방아잎을 넣고 끓여서 독특한 향이 나는데 묘한 매력이 있어서 계속 숟가락이 간다>


<다 해치우기 전에 인증샷. 진짜 배가 터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