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강릉 우럭미역국, 초당 두부, 대관령 황태탕

Geotopia 2014. 12. 26. 00:38

  미역국.

  아이를 낳은 산모가 먹고, 생일날 먹는 미역국은 전국적으로 아주 보편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함께 넣는 부재료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통은 쇠고기나 닭고기를 많이 넣는다. 감자나 들깨를 넣으면 더 잘 어울린다. 서해안 지역에서는 바지락을 넣는다. 바지락의 담백한 맛과 어울려서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동해안인 강릉에서는 우럭을 넣은 미역국을 맛볼 수 있다. 생선은 자칫 비린내가 날 수 있으므로 싱싱한 것을 써야 한다. 들깨 가루를 넣으면 비린내를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우럭들깨미역국이다.

 

 <우럭미역국. 우럭은 살을 발라 쓰기 때문에 특별한 형체를 발견할 수는 없다>

 

  미역국의 반찬으로 초당두부가 나온다. '초당'은 어디에서 유래한 이름일까? 처음 들었을 때 제법 품위있는 어감 때문에 최소한 처음 만든 사람이 전통 초가의 어떤 특징을 이용하여 개발한 요리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사실은?

  강릉시 초당동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초당동은 경포호 남쪽에 있는 마을로 옛날부터 두부(특히 순두부) 요리가 유명했다. 역사적으로는 초당 허엽(허균의 아버지)이 강릉 부사로 재직할 때 동해의 간수를 이용해서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러니까 '초당'이라는 이름은 허엽의 호에서 유래한 이름인 셈(마을 이름이 그의 호에서 유래했으므로)이긴 하지만 두부와 관련된 어떤 특징을 나타내는 이름은 아니다. 이 지역이 특별히 콩 재배에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거나 아니면 특이한 제조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지리적 조건과 무관한 특산물은 아니다. 초당 허엽이 맑은 물과 동해의 품질 좋은 간수를 이용하여 두부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하는 것을 보면 동해안에 인접하고 있는 이 지역의 특징이 음식에 반영된 것이긴 하다.

 

  여기서 잠깐!

  음식 이름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전 선화동 어디쯤에 '조방낙지'라는 음식점이 있었다. 골목으로 한참 들어가야만 했던 이 집은 외진 위치와는 달리 꽤 유명해서 손님이 많았다. 이름이 독특해서 분명히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낙지의 품종일까, 아니면 독특한 요리법일까, 그도 아니면 주인의 이름을 땄을까?

  하지만, 주인의 대답은 내 상상을 완전히 초월했다.

 

  "부산 조방 앞에서 유행하던 요리입니다"

  "예? 뭐라구요?"

  "부산 조방이요, 조·선·방·직!"

 

  그 실망감이란…

  지금도 독특한 이름을 만나면 그 유래를 지리적으로 해석해 보고자 하는 직업병이 발동하곤 하는데 조방낙지와 같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초당두부도 그 비슷한 종류로 기억하고 있다.

 

<강릉 초당동에서 유래한 초당두부가 반찬으로 나온다>

 

 

 

  대관령 고개 넘어 평창군 대관령면(옛 도암면)은 황태 요리가 유명하다. 동해에서 잡은 명태를 대관령에서 눈을 맞혀가며 겨우 내 말리는 것이 황태다. 지금은 온난화로 어획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러시아산 명태를 쓰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황태 덕장은 이곳에 있다. 쿠로시오 해류가 일본의 동해안을 거쳐 캄챠카 근해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실 명태는 매우 위험한 생선일 수도 있다. 후쿠시마 앞바다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 우리가 즐겨 먹는 다른 생선들(멸치, 고등어, 꽁치 등등)도 사실은 대부분 일본 동해안과 우리 바다를 회유하는 것들인 것을…

 

<평창(대관령면 횡계리)의 황태 전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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