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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wak: 사향고양이가 만든 커피

Geotopia 2017. 2. 6. 20:36

  Luwak은 사향고양이가 커피 열매를 먹고 소화를 시킨 후 배설한 커피 원두를 말한다. 귀해서 만나기는 어렵지만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없는 커피다.

  인도네시아 북부 반탐섬에서 루왁을 만났다. 패키지 여행에서 끌려가는 커피 매장에서다. 100g 한 팩에 무려 70달러, 일반 커피에 비해 대략 열 배는 비싸다. 사실 가격이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믿을만한 정품이라면 국내 시판 가격보다는 좀 싼 편인데 솔직히 내 눈은 그걸 가려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아라비카 커피 농장에서 사향고양이들이 먹고 배설한 상품이라고 설명서에 써 있다. 그걸 어떻게 일일이 주워서 모을까 궁금했는데 배설할 때 낱개가 아닌 덩어리로 배설을 하고 대개 녀석들은 응가를 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커피 맛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한 번 무리해서 사봤다. 이유는 하나, 너무 궁금해서. 아무리 적게 넣어도 커피 한 잔 만드는데 10g은 넣어야 하므로 기껏 만들어봐야 열 잔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니까 한 잔에 7달러, 대략 8천원이 조금 넘는다.



  핸드 드립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고 기껏 커피메이커로 내려 마셨었는데 이건 왠지 그러면 제맛이 안 날것만 같다. 싸구려지만(사실 뭐가 좋은 제품인지 모르므로 싸구려라 할 것도 없다) 핸드드립 도구를 사서 다른 커피로 며칠 연습한 다음 마침내 '거사'에 돌입했다.

  결론은?

  맛있다. 살짝 나는 신맛이 매우 부드럽다. 같은 곳에서 사온 일반 아라비카 보다 신맛이 좀 더 강하고 향이 좋다. 하지만 나의 가난한 입맛에는 너무 과분하다. 그 맛을 충분히 구분하고 즐길만한 입맛이 못되므로 열 배나 되는 가격은 내게 분명 사치다. 그래도 '사치'로 궁금증은 좀 풀었으니 지리학도로서는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