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농목업&임업&수산업

상업적 농업

Geotopia 2015. 10. 22. 16:54

  상업적 농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경향은 시설원예농업이다. 비닐하우스나 온실을 설치하여 기후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좁은 면적의 토지를 이용하여 토지이용의 집약도를 높이고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조방적인 농업경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간척지 등 넓은 농경지를 이용하여 규모의 영농을 구사하거나 영농회사 형태로 기계를 활용하여 대규모 임차농지를 대리 경작하는 형태이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향산리 21번 국도변에는 구릉지를 이용하여 대규모 상업적 경작을 하는 농지가 있다. 야산을 개간하여 넓은 농지를 조성한 이곳에서는 한 가지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영농을 하고 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답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지나갈 때 마다 얼핏 관찰해 본 바로는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특별히 노동력을 집중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농작물을 조방적으로 재배하여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보인다.

 

<여름작물을 심기 위해 비닐을 씌워놓았다. 2015.6.8>

 

<2015.6.27. 여름 작물은 고구마였다. 가뭄을 이기고 단비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9월 현재 멀리서 보기에 콩 종류로 보이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 같았다. 2014년 9월>

 

 

<2015.9.27 추석. 지나가다 보니 여전히 고구마로 보이는 작물이 자란다>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고구마가 자라는 것 같다. 지난 6월 초순에 밭을 일구고 비닐을 씌웠고 6월 말에 고구마가 뿌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3개월 정도 지났다. 고구마의 생육 기간이 130일~150일 정도이므로 9월 말 현재 130일~140일 정도 경과한 상태로 봐야 할 것 같다. 고구마를 수확하고 새로운 작물을 심을 만한 시간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곧 수확이 된다고 해도 10월이다. 10월 이후에 파종할 수 있는 작물은 맥류나 마늘 같은 작물들 뿐이다. 전에 지나다니면서 본 기억으로는 겨울에는 작물을 심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땅은 다모작으로 집약도를 높이는 것 보다는 규모로 승부하는 조방적 농업 형태라고 봐야 한다.

 

<2015.10.18. 고구마가 자란다>

 

  고구마가 맞았다.

  지난 추석 때 멀리서 봤던 그 작물은 예상대로 고구마였다. 혹시나 생육 기간이 짧은 작물을 다모작 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적 농업 형태가 아닐까 생각도 했었지만 노동력을 집중 투자하지 않고 단일 작물을 대규모 경작하여 이윤을 만들어 내는 조방적 형태의 농업이다.

 

  그렇다면,

  고구만 만으로도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

  고구마는 특별히 노동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작물이고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보통은 잘 자라므로 영농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작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가격도 높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단점을 대규모 경작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것 같다.


<2016.4.2. 겨울에는 작물을 심지 않아서 4월까지 맨땅이다>

<2016.4.2. 굴삭기로 무슨 작업을 하고 있다>

 

  여담 한 가지.

  세상을 보는 눈이 남 다른 우리학교의 한명종샘에게 이런 나의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단박에 결론을 내렸다. 물론 그는 이곳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땅이 '토지 가격을 올리기 위한 전단계 작업'이 이루어지는 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수익이 별로 크지 않은 것이 분명한 땅을 애써 경작지로 바꿔 농사를 짓는 것은 임야 상태로는 토지 가격이 낮거나, 아니면 바로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밭으로 지목을 변경한 다음 농사를 짓다가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다시 대지 등으로 지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나는 고지식하게 '농업의 형태'라는 틀 안에서 해석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풀 수 없는 문제들이 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지는 것 같다. 이건 직업병의 일종이다. 내가 알고 있는 틀 속에서 현상을 해석하고자 하는. 다른 잣대를 만났을 때 명쾌해지는 측면과 함께 그간의 내 잣대가 옳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는 슬픔(?) 같은 것. 더 큰 이유는 이러한 현상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진행되고 있는 농업 발전'의 증거로 보고 싶은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확인은 곧 우리 농업의 암담한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생각이 맞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후를 지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