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천안천, 원성천: 북수리에서 유량동까지

Geotopia 2016. 12. 22. 21:16

  우연히 길을 나서게 되었다. 전날 유량동에서 한 잔 하고 차를 두고 왔기 때문에 차를 가지러 가야했다. 차를 타고 갈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해 전에 천안천 하천 답사를 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한 시간 남짓 걸릴테니 운동 삼아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또 그 사이에 변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경로  *원도: Google earth, GPS: Asen GPS850>


  일단 나서고 보니 얇은 트레이닝복 바지를 겨울 바람이 파고든다. 가다보면 열이 나겠지. 그런데 가다보니 쉽게 열은 안 나고 봉강천을 건너다 생각하니 카메라를 안 가지고 왔다. 겸사겸사 돌아가야겠다 생각하고 기수를 돌렸더니, 엇! 갑자기 다리가 따뜻해진다. 바람을 맞으며 오다가 유턴을 하니까 바람을 등지게되어 따뜻해진 것이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견딜만 하겠다. 사진 찍을 일도 별로 없을 것 같고, 혹시 있다면 핸드폰으로 찍지 뭐'


  봉강천을 넘어 봉강천과 천안천의 합류지점을 지나서 천안천을 따라 세교리, 휴대리로 올라간다. 늘 그렇지만 냇물 옆을 갈 때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물이 더럽기 때문이다. 여전히 물은 더럽다. 적당히 더러운 물에는 붕어와 잉어만 살판이 났다. 얕은 여울에 시커먼 잉어들이 떼를 지어 헤엄을 치는데 덩치가 커서 등 지느러미가 물밖으로 나오는 녀석도 있다. 그걸 노리는 낚시꾼들이 오늘도 세교리와 휴대리가 갈라지는 삼거리 앞 냇가에 진을 치고 있다.


  휴대리에서 다리(휴대교)를 건너 신방동으로 넘어간다. 천안천 하수종말처리장 입구 한쪽 기둥에 '맑은 물 사업소'라고 써있다. 전부터 원래 그랬던가? 그걸 바라보다가 그만 천변 산책로 입구를 놓쳤다. 지난 번 답사 이후 그 산책로가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좁은 도로를 타고 남부대로 아래까지 갔다. 맑은 물 사업소 앞에 헬밋과 라이딩 복장을 갖춘 라이더들이 서너 명 쉬고 있어서 그걸 바라보느라 더욱 길을 놓치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복장을 갖춘 라이더들을 만나면 괜히 움츠러든다. 그걸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부러워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럴까? 어쨌든 그 사이에 변한 것 첫번째는 천안천을 따라 맑은 물 사업소까지 산책로가 생겼다는 거다. 남부대로 앞에서 겨우 알아채고 돌계단을 타고 내려가 보니 길이 꽤 오래된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설걷이'가 천안천을 답사한 것이 꽤 오래전인 모양이다. 그 때 써놨던 답사기를 찾아보니 2012년, 벌써 4년 전이다. (http://blog.daum.net/lovegeo/6779750)


  용곡동 눈들교에서 다시 다리를 건넜다. 산책로가 계속 이어지지만 공사중이라서 임시로 막아놨기 때문이다. 예전 답사때도 이 눈들교를 건너왔었다. 원성천과 천안천의 합류지점에서 천안천쪽으로 산책로 다리가 생겼다. 얕아서 홍수가 나면 떠내려 가게 생겼지만 참 유용한 다리겠다. 용곡동에서 중앙시장을 걸어서 가려면 그 다리를 건너면 편하겠다.


  원성천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유로를 인위적으로 바꾸기 전 천안천의 자취가 보인다. 그곳을 지나 좀 더 올라가면 남부오거리가 나온다. 남부오거리에서 천변 산책로가 끊겨서 도로로 건너왔었는데 충무로 밑으로 산책로가 생겼다. 원성천을 건너는 다리(영성교) 아래다. 다리는 옛날 그대로이기 때문에 다리 아래로 만든 산책로가 매우 낮고, 넓은 길을 잇는 다리라서 컴컴한 다리 아래 구간이 상당히 길다. 짙은 선글라스 덕분에 캄캄한 밤인 것 같다.


  산책로에 노인들이 많다. 구시가지인 이곳은 노인 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남산공원 등 근처에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에 가보면 어김없이 노인들이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구시가지에서 나타나고 있는 특징이다.


  지난 번 답사에서는 천안대로의 동부사거리에 있는 동부교에서부터 내려왔었다. 오늘은 동부교를 통과하여 더 상류쪽으로 가야한다. 그러니까 이곳부터는 처음 가보는 구간인데 다행스럽게도 산책로가 계속이어진다. 계속 이어지던 산책로가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면서 동막교 앞에서 마침내 끝이 난다. 천변 산책로가 끝나는 바로 그 지점 하천 한가운데에 거대한 화강암 암반이 물길 막고 버티고 있다. 크기가 상당히 큰 너럭바위인데 오랫동안 하천의 침식을 받아서 표면이 매끈한 잘생긴 바위다. 이건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다. 여태까지 주머니 속에 핸폰을 아끼며(?) 왔는데 여기서는 자전거를 세워놓고 몇 장 사진을 찍어봤다.


<원성천 상류의 화강암 너럭바위>


<너럭바위에서 하류쪽으로>


<다리(동막교) 위에서 하류쪽으로>


  하천 옆 둔치로 난 길은 동막교에서 끝이 났지만 하천둑을 따라서 산책로가 계속 이어진다. 노인들의 산책 행렬도 계속 이어진다.   차가 있는 곳까지 왔다. 하지만 산책로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다녀 오기로 했다. 태조산 공원까지 이어지는지, 아니면 중간에 도로와 만나는지. 결론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도로와 만난다. 태조산청소년수련원 앞 삼거리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이다.


<여기서 태조산청소년수련원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만난다>


<음식점 처마에 매달린 메주>


  재미있다. 퀴퀴한 냄새와 한 시간 넘게 함께했지만 그래도 몇 년 사이에 변한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 무엇보다 끊어졌던 산책로가 이어져서 좋다. 하지만 물은 더 더러워진 느낌이다. 물이 깨끗해져서 여름철에는 가다가 잠깐 발을 담그고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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