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불당천/장재천 답사(1)

Geotopia 2013. 6. 1. 12:55

▶답사 일시: 2013.5.17(금, 석탄일)

 

▶답사 경로: 노태산 남쪽(백석 아이파크아파트 뒷편)-환서초등학교 앞-백석 아이파크 2차 신축현장 뒷편-천안옛날호두과자 뒷편-백석로 횡단-(구)백석동파출소 옆-유관순체육관 앞-종합운동장 앞-불당동 상업지구-천안신도시개발지구-불당초등학교 앞-불당중학교 앞-불당천 자전거도로 진입-천안교육청 앞-펜타포트-호수공원-특수교육원 앞(자전거도로 이탈)-21번 국도 횡단-장재천·천안천 합류지점-천안천·쌍용천 합류지점-신방삼거리(21번 국도 횡단)-쌍용 자이아파트 앞-답사 종료  <*이번 편의 내용은 밑줄 부분까지>

 

<전체 경로  *원도: Google>

 

▶답사 거리: 약 13.77km(약 3시간 50분 소요)

 

 

▶함께한 이들: 천안·아산지리연구회 '설걷이(설렘으로 걷는 이들)'

 

 

예정한 일은 계획대로 해야 한다

 

  창립 3년 째, 우리 스스로 감탄하면서 '설걷이' 라는 이름을 지은 지 1년 만에 교사 동아리로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1년 2월에 한성부 성곽 답사를 시작으로 부산, 인천을 다녀왔고, 천안천과 금북정맥을 번개로 다녀왔으니 바쁜 와중에도 그럭저럭 다섯 번의 답사 이력이 생겼다. 이런 실질적인 활동이 어필을 했는지 등록 첫 해에 우리에게 배정된 지원금이 310만원, 충청남도 전체 교사 동아리 가운데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축도 할겸 오래 전 부터 기획했던 '천안 시내 하천 답사 2회차'를 실행에 옮겼다. 무엇 때문인지 뚜렷한 이유를 꼽을 수 없지만 모두들 바쁜 것이 오늘의 교육 현실인지라 일곱 회원이 모두 시간을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번개 모임을 제안하고 참여 의사를 밝힌 회원은 모두 넷, 아쉽지만 그냥 지르지 않으면 기약없이 날짜만 늦춰지고 만다는 것이 살면서 터득한 경험인지라 그냥 강행을 하기로 했다. 바쁜 일이 많아 저녁에 합류하겠다는 승규와 앨범 사진을 찍는다는 성환, 그리고 먼 곳에 살아서 실질적인 참여가 어려운 용진, 이렇게 셋을 뺀 나머지가 참여 의사를 밝혔으니 과반수는 넘겼다. 지난 번 천안천/원성천 답사 때도 네 명이었으니 평균 참석율은 달성한 셈이다.

  앗! 그런데 해원이가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 왔다.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내외 간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단다. 아쉽지만 어쩌랴 家和萬事成이 고금의 진리이니… 넷과 셋은 이상하게 느낌이 확 다르다. 그래도 계획했던 것은 진행을 해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전거가 낡고 폼나는 옷이 없어서 쪽팔린다'고 진규는 전날부터 걱정이었다. 쫄쫄이에 헬밋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승규 뿐이고 가장 폼나는 자전거는 해원이가 가지고 있으니 진규의 걱정은 엉뚱하게 해결이 되었다.

  고3 담임의 슬픔(?)인 휴일 자습 지도를 끝내고 잽싸게 점심을 먹고 열나게 달렸는데도 약속 시간인 2:30분을 못 맞추게 생겼다. 부리나케 집에 와서 옷 갈아 입고 후다닥 나서는데 진규 얼굴이 아른 거린다. 언제나 시간 약속을 칼 같이 지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문을 나서는데 전화가 온다. 예상했던 대로 진규다. 도착했는데 어째 아무도 없느냐는…

  바쁠 때면 언제나 사고를 일으키는 나의 단세포 두뇌가 이번에도 사고를 일으켰다. 쌍용중학교 앞을 지나서 서둘러 가다 생각하니 오늘 답사 코스 지도를 두고 온 것이다. 하나씩 나눠주려고 출력해서 코스를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 둔 나름 신경 쓴 지도를 서둘러 나오느라 집에 두고 온 것이다.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이 남성 두뇌의 구조라고는 하지만 나는 그것으로 합리화 하기에는 유난히 심한 것이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젠 이런 상황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늦었지만 이건 가지고 가야만 하므로 급히 차를 돌렸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왔지만 진규와 원기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먼 거리를 자전거로 왔는데도 가장 가까이에서 차로 온 나보다 먼저 왔으니 영 면목이 없다. 한 술 더 떠서 자전거를 차에서 내려 놓고 안장을 닦고 바퀴에 바람을 넣는다. 오랫동안 지하 주차장에 방치했기 때문에 먼지도 많이 덮어 썼고 바람도 많이 빠졌기 때문이다. 선배의 폭력을 말없이 바라봐 주는 후배들에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방청제를 체인에 뿌려 주는 것으로 대충 미안함을 얼버무린다.

 

 

▶ 분수계가 꼭 높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드디어 출발!

  불당천의 시작은 노태산이다. 노태산은 천안의 북부지역을 통과하는 삽교천 유역과 안성천 유역의 분수계 상에 있다. 이 분수계는 금북정맥 상에 있는 걸마고개에서 갈라져 나와서('천안시내 하천 답사(1)' 참조, http://blog.daum.net/lovegeo/6779750) 단국대 뒷산~두정로와 삼성대로 사이 능선~노태산~용와산~연암산~국사봉~금산~영인산으로 이어져서 아산만으로 연결된다. 아주 높은 산은 없지만 대동여지도에는 중요한 분수계로 표시되어 있다. 실제로 분수계 중에는 이처럼 눈에 띄게 높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상에서 분수계의 개념이 크게 소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은 무감각하게 살지만 과거 분수계와 이와 관련이 있는 생활권에 관심이 많았던 때에는 그것이 지도에 명확하게 표현이 되었던 것이다.

 

<대동여지도 *노란 색 부분이 금북정맥에서 갈라진 지맥으로 삽교천 수계와 안성천 수계의 분수계이다>

 

  <지형도  *자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작은 소류지로 표시되어 있는 곳은 봄철이라서 그런지 물이 거의 말라 있지만 틀림없는 소류지이다. 노태산에서 내려오는 작은 개울이 이곳에 모였다가 땅속에 묻은 수로를 통해 남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아이파크, 리슈빌 등의 아파트 단지가 새로 조성될 때 토지를 돋우는 과정에서 하천이 지하로 들어간 것이다. 이곳의 북쪽 노태산 줄기에는 생태터널이 뚫려서 삼성대로로 이어진다. 그래서 얼핏 육안으로 보기에는 남쪽 보다는 북쪽이 더 낮아 보인다. 하지만 물이 지하수로로 흐르기 때문에 노태산 줄기는 여전히 분수계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노태산 앞 소류지>

 

<계룡리슈빌아파트 앞을 지나 생태터널로 이어지는 도로>

 

▶ 하수에서 김이 나는 이유는?

 

  계룡리슈빌아파트 앞을 지나는 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아파트 단지가 끝나는 부분에는 논이 남아있다. 아까 출발점에서 지하로 들어갔던 수로가 이곳에서 지상으로 나온다. 즉, 이곳은 토지를 돋우지 않은 원래 상태인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물은 맑은데 김이 살짝 나는 것 같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가정 하수가 직접 하천으로 빠져나올 리가 없고 더구나 따가운 5월의 오후인데 왜 김이 나는 것일까? 셋이서 이유를 생각해 봤지만 그럴싸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리슈빌 앞까지 지하로 흐르던 물이 이곳에서 밖으로 나온다. 이곳도 택지가 되려면 땅을 돋워서 개천이 지하로 들어갈 것이다>

 

  논 옆으로 개천이 이어지는데 자전거로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환서초등학교 쪽으로 우회하기로 하고 출발하려는데 또 나의 고질병 엉치통이 느껴진다. 요즘 계속 안 좋은 중인데 높은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다리를 바닥까지 뻗으면 약간의 무리가 오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저녁에 무진 고생을 했지만 왜 그 순간에는 계속 움직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이 되었던 것일까?

  환서초등학교 옆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길이 나 있는데 지도에는 '예바교회'가 표시되어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 보니 막다른 길이다. 되돌아 나와서 환서초등학교 정문 앞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한 때 폐교 위기까지 갔던 환서초등학교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화려한 부활을 했다. 학교의 남쪽, 그러니까 백석로와 환서초등학교 사이에 아이파크 2차 단지가 한창 조성중인데 이곳이 완성되면 환서초등학교는 더욱 커질 것이다. 초등학교 동쪽에는 올해 개교한 환서중학교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 학교 역시 새로운 주거단지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것이다.

 

<환서초와 예바교회 사이의 막다른 길>

 

▶ 말라버린 호수와 造花 화분의 묘한 調和

 

  초등학교를 지나 예바교회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가는 동안에는 하천이 모두 지하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질 않는다. 아이파크 신축현장의 북쪽에서 하천이 지상으로 나오는데 그곳에 제법 넓은 소류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금은 물이 말라 있어서 모양이 그리 좋지 않은데 여름철에 물이 많이 고이면 경치가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말라버린 호숫가에 커다란 연꽃 화분이 놓여 있는데 벌써 잎과 봉우리가 맺혀 있다. 조화(造花)이기 때문인데 말라버린 호수 바닥과 약간의 불쾌한 냄새, 몇 개의 분수 시설, 그리고 조화는 '묘한 조화(調和)'를 이룬다.

 

<아이파크아파트 신축 현장 북쪽에 조성된 소류지>

 

<물이 마른 소류지와 조화를 심어 놓은 화분>

 

  하천은 계속 남서쪽으로 이어지는데 이 줄기는 우리가 출발했던 곳에서 내려오는 줄기는 아니다. 천안천과 불당천의 분수계는 노태산과 봉서산을 연결하는 작은 능선인데 대략 노태산-오성초등학교-두정푸르지오-엔리치빌-대전대 한방병원-봉서산의 경로이다. 그러니까 이 물줄기는 천안천-불당천 분수계의 서쪽, 즉, 환서중학교 주변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소류지를 조성하기 위해 막아 놓은 작은 보를 지나서 내려 가다 보면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대로를 만난다. 이 길은 종합운동장 뒷편을 통과하는 시청로와 직결되는데 방향으로 보아 아마도 우리가 출발했던 계룡리슈빌 앞 도로로 이어져서 삼성대로와 연결될 것 같다. 아파트가 모두 완공되고 이 길도 완성된다면 현재 삼거리인 시청로와 백석로가 만나는 지점은 큰 사거리가 될 것이고 출퇴근 시간에 운동장4거리와 연결되는 병목 구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소류지 보 약간 아래에 다리가 놓여 있고 그 다리 위로 새 길이 지나 가는데 다리를 건너자 마자 바로 조성중인 도로가 끝이난다. 도로 끝부분까지 가 보니 그곳이 바로 아까 우리가 진입을 포기하고 우회를 했던 그 개천의 하류이다. 여기서 두 지류가 합류하는 것인데 그러니까 두 지류의 분수계는 노태산-현대아이파크-예바교회 쯤 되는 것 같다.

 

<계룡리슈빌아파트 쪽에서 내려오는 지류. 택지 조성을 위해 하천 주변을 돋워 놓았다>

 

▶ 주변에 완충지대를 설치해야 하는 하천의 규모는?

 

  이 일대는 대부분 택지나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땅을 돋우고 있는 곳들이다. 나중에 이 길이 완성되면 아마도 이 작은 개천은 거의 덮여버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천 옆으로 약간이나마 완충지대를 두고 토지를 돋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붙여서 돋우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런 추측을 하게 된다. 하천에 바로 붙여서 땅을 돋우고 있기 때문에 하천의 양 옆은 급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흙포대를 세워 놓은 곳도 있다. 이런 작은 실개천 부터 완충지대를 만들어서 산책로를 조성하면 어떨까? 계획 단계에서 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건물이 들어선 다음에는 불가능해 진다. 쌍용동 일대가 좋은 예이다. 쌍용역 부근을 지나는 쌍용천 주변은 이미 건물들이 하천에 인접하여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하천을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지경이다.

 

<리슈빌아파트 쪽에서 내려온 지류가 다시 지하수로로 들어가는 곳. 상류쪽도 머지 않아 지하수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하수로화 하는 개천과 겉으로 드러내는 하천의 구분 기준은 혹시 있는 것일까? 공사를 하면서 공사 관계자들이 임의로 판단해서 복개, 또는 노출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기준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일대에서 현재 진행중인 도시개발은 좀 전에 지나온 아이파크 신축현장 북쪽 일부를 제외하면 하천 부지가 전혀 없는 상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구간은 계속 하류로 이어져서 불당초등학교 앞에 가서야 겨우 하천 주변에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고 불당중학교 앞은 지나서야 고수부지에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하천 바로 옆까지 땅을 돋워서 택지를 조성한 장면. 이곳은 지하수로를 만드는 것이 나을까, 노출시키는 것이 나을까?>

'천안,아산의 지리환경 > 하천(천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당천/장재천 답사(3)  (0) 2013.06.20
불당천/장재천 답사(2)  (0) 2013.06.14
천안 시내 하천 답사(5)  (0) 2012.06.03
천안 시내 하천 답사(4)  (0) 2012.06.03
천안 시내 하천 답사(3)  (0) 2012.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