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불당천/장재천 답사(3)

Geotopia 2013. 6. 20. 20:53

▶ 답사 경로: 노태산 남쪽(백석 아이파크아파트 뒷편)-환서초등학교 앞-백석 아이파크 2차 신축현장 뒷편-천안옛날호두과자 뒷편-백석로 횡단-(구)백석동파출소 옆-유관순체육관 앞-종합운동장 앞-불당동 상업지구-천안신도시개발지구-불당초등학교 앞-불당중학교 앞-불당천 자전거도로 진입-천안교육청 앞-펜타포트-호수공원-특수교육원 앞(자전거도로 이탈)-21번 국도 횡단-장재천·천안천 합류지점-천안천·쌍용천 합류지점-신방삼거리(21번 국도 횡단)-쌍용 자이아파트 앞-답사 종료 <* 밑줄 부분이 이번 편의 내용임>

 

 

 

<지형도 *자료:국토지리정보원>

 

 

▶ 질투 나는 불당초등학교 일대

 

  천안신도시 택지 개발지구를 나와서 번영로를 건너면 바로 하천을 만날 수 있다. 택지개발지구를 지나서 번영로 아래를 통과한 하천이다. 하천이 흐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는 불당동 상업지구가 자리를 잡고 있고 왼쪽으로는 불당초등학교와 불당중학교, 그리고 이들 학교와 인접한 상가들이 이어진다. 이 구간부터 불당천변에 고수부지가 설치되어 있다. 얼마전에 오수관을 고수부지에 묻는 공사를 했는데 천안신도시지구 개발에 맞춰 대량의 오수를 정화하기 위한 시설을 한 것으로 보인다.

 

<번영로에서 하류쪽으로. 왼쪽에 보이는 큰 건물이 불당초등학교>

 

<번영로 아래를 지나온 하천. 건너편에 불당아이파크아파크가 보인다>

 

  불당동 주민들에게는 이곳이 귀중한 선물 같은 곳이다. 하천의 양쪽으로 산책로와 체육시설이 규모있게 설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보다 1단계 먼저 택지로 개발된 쌍용동에 비하면 이곳은 차원이 다르다. 쌍용동 주민으로서 질투가 날 정도로. 서쪽으로 계속 확대되어 온 천안은 1차로 쌍용동, 2차로 불당동, 그리고 3차이면서 마지막인 천안신도시지구로 영역을 넓혀 왔다. 각 시기 간의 간격은 약 10여 년 정도이다. 90년대 초반에 쌍용동 지구가 완성되었고, 2000년대 초반에 불당동 지구가 완성되었다. 지금은 천안신도시 지구가 개발되고 있는 중이다.

  10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쌍용동 지구와 불당동 지구는 도로망 구획부터 다르다. 하천 정비 역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시내 한 가운데를 흐르는 쌍정천은 수변공간이 전혀 없다. 하천의 오염도가 심한 것을 볼 때(4편에 언급할 예정) 오수관 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 10년의 간격에도 불구하고 공통적인 아쉬움은 이면도로가 좁다는 점이다. 불당중학교 앞으로 지나는 도로를 따라 불당교 다리를 건너 주상복합지구로 들어가다 보면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들 때문에 항상 길이 1차선이다. 여태까지 이곳을 여유있게 통과해 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차량의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으므로 적어도 노변 주차장 정도는 계획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차선을 막고 있는 자동차들  *자료: Daum지도>

 

 

▶ 기능 만큼 미관도 중요하다

 

<불당초등학교 일대. 앞에 보이는 다리는 불당4교 멀리 보이는 산은 월봉산>

 

  하천은 원래의 유로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자연 상태로 정비를 했기 때문에 더욱 운치가 있고 산책로도 지루하지 않다. 불당초등학교에서 주상복합지구로 넘어가는 다리(불당4교)는 모양도 아치형으로 예쁘게 단장을 했지만 그 보다도 하천을 사선으로 넘는다는 점이 이채롭다. 도로망은 직교형으로 설계되었지만 하천은 원래의 유로를 따라 곡류하므로 도로망을 직선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리를 하천 방향의 사선으로 놓아야만 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인도교이므로 사실 하천 방향의 직각방향으로 설치를 해도 별 상관이 없었을 것 같지만 사선은 묘한 운치를 느끼게 해 준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 마다 이 다리의 설계자에게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내곤 한다. 

 

<하천 방향과 사선으로 놓여진 불당4교>

 

 

▶ 자족기능이 강한 도시 내부지역

 

  이 일대의 상가들은 대부분 저층의 주상복합 건물들이다. 주상복합 건물이므로 전문 상가 지구와는 달리 유흥 기능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다. 1층이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음식 중심의 소비 기능은 인근에 사업장들이 발달하거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으면 활성화될 수 있지만 이 일대는 이런 측면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이다. 불당동 아파트 단지와는 몇 블럭 정도 떨어져 있고 인근에 사업장이라고는 불당초, 불당중, 월봉중 등 학교가 전부이다. 도시계획 과정에서 용도지구를 지정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저층의 건물들이 잘 구획된 택지에 배열되어 있으므로 미관상으로는 좋지만 기능상으로는 크게 활성화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일대에는 최근 수 년 동안 꾸준하게 유흥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주로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할 수 있는 성격의 음식점이나 술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두정동 지구, 쌍용동 열린치과 일대, 또는 가까이는 불당동 상업지구와 견주어 볼 때 크게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일정 규모의 세력권은 유지, 또는 확대해 가고 있는 듯 하다. 대박을 터뜨리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단골 중심의 스테디셀러는 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소비구조가 보다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소비구조일 수도 있다. 이른바 '대박'의 신화는 '대량소비'와 거의 동의어이다. 적게 소비하고 적게 쓰면 그것이 거창하게는 지구는 살리는 길이고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 일대를 보면서 가끔 드는 생각은 '자족기능'이라는 개념이다. 도시가 다른 도시에 의존하는 경우 자족기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대도시 주변에 있는 도시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지역의 중소도시의 경우는 적정 규모의 기반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기 때문에 도시의 세력이 축소되기도 한다. 도시 내부지역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내부지역에 기능상 의존성이 강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자족기능이 강한 내부지역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일대는 자족기능이 강한(완벽하게 갖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구라고 볼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소비 능력을 갖춘 주민들이 자신의 거주지역의 기능을 유지해 주는 소비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하나의 도시내부기능지역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참 희한한 경제구조이다. 상업지구 내부 거주민의 소비로 지구가 유지된다면 이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돌고 돌아서 '돈'이고, 이름처럼 잘 돌아야 경기가 활성화 되는 것은 맞지만 벌어들인 돈을 이웃에 소비하는 것으로 특정 지구가 유지된다면 이웃과 서로 수입을 주고 받는 셈이다. 제로섬의 원리로 볼 때 손익이 '0'이 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이웃 간에 거래를 하지 않는 것과 산술적으로 같지만 서비스를 공급하고 공급받음으로써 하나의 단위 경제가 유지되는 마법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적정한 소비가 유지되면 하나의 지역이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 피라미가 산다면 2급수?

 

  얕은 물 속으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것이 훤히 보인다. 가끔씩 덩치가 큰 녀석들도 보인다. 덩치가 큰 녀석들은 모두 잉어이다. 거물답게 느릿느릿 유영을 즐기는 녀석들은 아무래도 자연산은 아닌 것 같다. 하천 옆에 간간이 세워져 있는 낚시 금지 팻말도 그런 심증을 굳게 한다. 하지만 떼로 몰려다니는 잔챙이들은 자연산이 틀림없는 것 같다. 주로 피라미나 붕어들이다. 붕어와 잉어는 깨끗하지 않은 물(3급수, BOD 6ppm이하)에서도 살 수 있지만 피라미는 2급수(BOD 3ppm이하)에 서식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피라미류가 서식한다는 얘기는 수질이 꽤 좋아졌다는 의미이다. 사전적으로 2급수는 목욕이나 수영이 가능하고 약품처리 후, 또는 끓여서 식수로도 쓸 수 있는 물이다. 실제로 불당천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거나, 더구나 끓여서 식수로 쓴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피라미가 산다는 것은 도심 하천으로는 수질이 상당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당천의 잉어>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고기 개체 수가 많아진다. 고속철대로를 건너가기 직전, 그러니까 경제종합지원센터 옆을 지나는 부분에서 하천은 남남서 방향에서 서북서 방향으로 90도 방향을 꺾는다. 이 부근에는 얕은 여울이 계속되는데 모래가 깔린 여울에서 피라미들이 한창 종족번식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수컷이 지느러미를 이용하여(이 때 수컷의 뒷 지느러미가 길어진다고 한다) 여울에 둥지를 파고 암컷을 유혹한 후 둥지 안에서 산란과 방정이 이루어진다. 암수 한 쌍이 호젓하게 벌이는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쌍들이 비슷한 곳에 모여서 요란하게 종족 번식 축제를 벌이는 것이다. 수컷들은 끊임없이 다른 수컷과 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주둥이 부분이 헐은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종족번식을 위해서는 제 몸 부서지는 것도 불사하는 것이 자연계 수컷들의 공통점이다.

 

  "투망 한 방이면 쐬주 한 잔 안주꺼리는 충분하겠는데…"

 

  물 표면에 자잘한 파문이 일 정도로 많은 수의 피라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으므로 진짜 단 한 방이면 꽤 짭짤한 어획고를 올릴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서울내기인 진규가 피라미와 더불어 산 것과 다름없는 촌놈인 내가 무색하게 의외로 자꾸 입맛(?)을 다신다. 고속철대로 다리 아래에서도 또 한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물이 깨끗해졌다고 하더라도 여기 살고있는 녀석들을 식용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건 위생관념의 차이라기 보다는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정도의 차이이다. 물가에서 물고기와 더불어 살았지만 나는 민물고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지금도 고향의 친지들은 대부분 '어죽'을 특별한 별미로 여기는데 사실 나는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있으면 마다하진 않지만 일부러 찾아서 먹는 정도는 아닌.

 

<종족번식 행위에 열중하고 있는 피라미떼. 경제종합지원센터 옆>

 

 

▶ 불당3교부터는 천변에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불당중학교 옆 다리(불당3교)는 주변 주민들이 천변을 따라 산책을 할 때 하류쪽 경계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아이파크 옆 번영로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면 약 760m가 된다고 표지판에 써 있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상류쪽과 하류쪽은 약간 느낌이 다르다. 상류쪽은 물이 얕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반면 하류쪽은 수심이 좀 더 깊고 약간 물이 탁한 느낌이 든다. 불당중학교 쪽에서 유입하는 지류가 다리 바로 밑에서 합류를 하는데 썩 깨끗해 보이지는 않는다.

 

<불당중학교 옆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불당중학교 옆 다리에서 하류쪽으로>

 

  이 다리를 지나면서 부터 하천의 서쪽으로 고수부지에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산책로는 21번 국도 아래, 천안천 합류지점 위쪽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부터는 산책로를 따라 갈 수가 있다. 천안천은 역말오거리 옆에서 부터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이곳은 그 구간이 짧다고 볼 수 있다.

 

<불당3교 아래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 앞에 불당2교가 보인다>

 

  이곳부터는 수변공간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주변 건물들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위치를 계산하기가 약간 어렵다. 하천의 양쪽으로 발달하고 있는 주상복합상업지구를 연결하는 다리인 불당2교를 지나면 불당대로 상의 불당1교 아래를 지난다. 불당대로는 좌우 8차선이기 때문에 다리의 폭도 상당히 넓다. 아늑한(?) 자신들 만의 공간을 찾는 10대들이 와서 잠시 둥지를 틀 꿈을 꾸었던 모양인지 락카로 '아지트'라고 낙서를 해 놓은 곳도 있다. 산책로만 없었다면 성공적으로 아지트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산책로가 조성되고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면서 이들의 소박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불당대로의 불당1교와 경제종합지원센터, 그리고 와이시티>

 

 

▶ 조망권도 계급이다 

 

  피라미들의 유희가 펼쳐지고 있는 곳 부근부터 펜타포트가 위용을 드러낸다. 워낙 높기 때문에(235m라던가?) 천안의 많은 지역에서 꼭대기라도 보이지만 하천이 서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꾼 뒤 부터는 시야가 확 트이면서 역광으로 그 모습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235m의 높이는 천안시내의 어떤 산보다 높은 것이다. 봉서산(159m), 월봉산(133m), 노태산(141m) 등이 인근에 있는 산들인데 이들보다 훨씬 높다. 산들의 높이는 해발고도이고 빌딩의 높이는 지표면으로부터의 높이이므로 사실은 더 차이가 난다. 이 일대의 해발고도가 30m~40m 사이이므로 해발고도로 치면 270m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웬만한 도시주변에 있는 산들보다도 더 높다. 그 꼭대기에 올라가면 아마도 경관이 매우 뛰어날 것이다. 높이도 높이려니와 나무로 시야를 가리는 산과는 달리 장애물이 없는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 사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 않는 한은 그 전망을 누릴 수가 없다.

  천안을 조망하기 위해 10여 년 전 천안에 이사를 온 직후 6개월 동안 매 주 주변의 산들을 헤매고 다녔었다. 내 발로 올라가면 되니까 날씨만 허락하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전망을 즐기고 있지만 팬타포트 꼭대기는 내 발로 갈 수가 없는 곳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조망권도 계급이다. 내 주변에는 서발 장대를 휘둘러 봐도 거기에 살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걸리지 않는다. 내가 아는 팬타포트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현준이형 뿐인데 형은 19층에 산다.

 

<고속철대로 너머로 보이는 팬타포트>

 

 

▶ 홍수가 나면?

 

  고속철대로부터는 가로망이 100여m 간격의 직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KTX역사를 가운데에 두고 서북서-남남동 방향으로 뻗어 있는 신시가지는 갤러리아백화점 옆 사거리에서 21번 국도와 만나는 장재2교차로 삼거리까지 장축의 길이가 약 1.9km, 고속철대로에서 희망로까지의 단축의 길이가 약 500m 정도이다. 고속철대로와 희망로 외곽에도 시가지와 건물이 있기 때문에 실제 넓이는 좀 더 넓다.

  따라서 이 신시가지의 북쪽 부분을 관통하는 불당천은 이 구간부터 자주 다리를 만난다. 단축 500m 구간에 네 개의 도로와 KTX노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대략 100m 간격으로 다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천이 흐르는 방향으로 고속철대로(번영로와 연결되는)-광장로(갤러리아백화점 주차장으로 연결되는)-KTX노선-팬타포트 앞길-희망로(팬타포트 뒷길)이 차례로 배열되어 있다. 하천은 곡류를 하기 때문에 산책로에서 만나는 다리의 간격은 100m~200m 정도이다.

 

<광장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진규와 원기>

 

  팬타포트-이마트 앞을 지나는 길을 통과하면 하천의 양쪽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약간 냄새가 나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가족들, 연인들 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휴일 오후를 즐기고 있다. 아래쪽에 물을 막은 작은 보가 있어서 호수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고 넘치는 물은 호수 중간에 설치된 배수구를 통해서 하류로 흘러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지하로 빠져나가도록 설계된 배수구는 물고기들의 이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철망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일단 큰 물고기들은 이동이 불가능할 것 같고 작은 물고기들도 지하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천변공원과 배수구>

 

  홍수가 나면 어떻게 될까? 배수구로 홍수를 모두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 때는 보 위로 물이 넘쳐 흐를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홍수 강도로 볼 때 웬만한 홍수에도 공원이 침수가 될 것 같다. 어렸을 적 부터 홍수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나는 이런 공간을 보면 항상 걱정이 된다.

  마치 다이빙 경기장의 다이빙대가 연상되는 기하학적 형상을 한 시설물은 일설에 의하면 KTX역까지 연결되는 무빙워크라고 한다. 지금은 노선이 공원 위까지 만 설치되어 있어서 가동이 안되고 있다. 주민들이 약속했던 시설물을 입주 전까지 모두 완성하라고 요구하는 현수막을 본 것 같은데 이런 시설물들을 얘기했던 모양이다.

 

<공원에서 바라본 팬타포트와 이마트>

 

  물탱크인지 무언지, 우주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구조물이 공원 아래쪽 하천둑 위에 설치되어 있다. 그 아래로 산책로까지는 급경사면인데 토끼풀이 꽃을 피웠다. 수입종인지, 아니면 흙이 기름져서인지 토끼풀이 아주 크고 약간은 우악스러운 느낌이 든다. 이 구간부터 하천은 잠시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면서 광장로(원형육교사거리에서 경제종합지원센터 앞을 지나 장재리로 가는 대로)를 통과했다가 곧바로 희망로 아래를 통과한다.

 

<토끼풀로 덮여있는 공원 하류쪽 천변>

 

▶ 알 수 없는 아쉬움, 호수공원

 

  광장로를 통과하자마자 하천은 곧바로 남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희망로(장재6교)를 통과한다. 장재6교를 통과하면 바로 넓은 호수공원이 모습을 보인다. 노란색의 현수교가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엑센트 구실을 하는데 올 때 마다 드는 생각은 항상 약간의 아쉬움이다. 그 아쉬움의 정확한 원인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쉽다. 날씨 좋은 주말이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에 나와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즐기는 가족도 있다. 호수공원 안에 설치되어 있는 분수대는 아직 가동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규모로 보아 상당한 구경거리일 것 같다.

 

<호수공원의 다리와 분수시설(오른쪽)>

 

  호수 옆에 설치된 커다란 전광판은 市政을 홍보하거나 지역을 알리는 구실을 하는 것 같다. 그것은 과연 투자 대비 수익이 있는 장치일까? 방음벽이 둘러쳐져 있는 KTX역에서는 당연히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이 전광판은 결국 지역민들이 주로 보는 광고판이라는 얘기다. 지역민에게 지역을 홍보하는 광고판의 역할은 자칫 정책을 홍보, 정당화하는 장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나 모두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하면 될 일이다. 왜 세금을 들여서 정책을 홍보하고 정당화하는 광고를 한단 말인가? 그 기저에는 ‘수준이 낮아 정책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국민에 대한 비하가 깔려있는 것 같아 나는 행정기관의 홍보물을 볼 때 마다 기분이 언짢다. 우리가 뽑은 우리의 심부름꾼이 우리의 돈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격이 아닌가?

 

<호수공원 옆 산책로와 전광판>

▶ 모호한 천안-아산의 경계선

 

  그런데 이곳은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다. 광고판에 아산시 로고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거기는 아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광고판 바로 옆이 경계인 모양이다. 지도에 따르면 천안과 아산의 경계는 호수공원의 북쪽, 대략 호수공원을 가로지르는 현수교의 북쪽으로 지나간다. 그런데 호수공원 바로 위쪽 다리의 이름은 ‘장재6교’이다. ‘장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장재리’에서 왔을까, 아니면 ‘장재천’에서 왔을까? 지형도에 따르면 장재6교는 천안시에 속하므로 ‘장재천’에서 왔다고 봐야할 것 같다. 천안과 아산의 경계는 천안신도시개발지구의 서쪽 능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와서 이순신대로와 불당대로의 경계인 생태터널을 건너서 황토길이 설치된 야산의 정상을 거친 다음 용곡생태터널을 건너서 지산공원을 거쳐 호수공원을 지난다.

 

<천안-아산 경계 부분의 지형도 *자료:국토지리정보원>

  그러고 보면 이 하천의 이름도 모호하다. ‘불당천’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장재천’으로 이름표가 붙어 있다. 천안천과 합류하기 직전에 표지판이 서 있는데 거기에는 분명히 ‘장재천’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원기가 입수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의 자료(장재천 하천 기본 정비 계획)에도 장재천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공식명칭은 ‘장재천’이 맞는 것 같다.

 

<천안천 유역권  *자료: 건교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2001>

▶ 이름 전쟁의 산물, '천안-아산역(온양온천역)'

 

  이 묘한 경계가 ‘천안-아산역(온양온천역)’이라는 긴 이름을 만들어낸 원인이 되었다. 노선이 거의 직선인 KTX가 하필 경계가 매우 곡선을 이루어 아산이 천안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바로 그 자리에 역사를 세우게 된 것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당연히 아산시이니 역사 이름은 원칙적으로 아산역이 되어야 지당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 역을 이용하는 이용객으로 본다면 인구가 두 배가 훨씬 넘는 천안 쪽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전국적 스케일에서 볼 때 아산보다는 천안의 지명도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용객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천안역이 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원칙적 명분과 현실적 실리와의 싸움은 ‘천안-아산’이라는 타협형 이름으로 정리되었고 괄호 안에 ‘온양온천’을 병기함으로써 아산의 명분도 적절히 살리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명분과 이름을 중시하는 우리의 문화는 이런 종류의 ‘이름 전쟁’을 불사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낸다. 이름을 두고 지역 간에 다툼을 벌이는 것 보다는 좀 더 스케일을 키워서 통합을 논의함으로써 발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는 불가능한 것일까? 지자체 간의 갈등은 사실 선거구 획정 등의 매우 정치적인 부분과 연결이 된다. ‘분리주의’에 바탕을 둔 명분 싸움의 논리적 배경은 알고 보면 가장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정치인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옳고 그름’이 아닌 ‘이익과 손해’ 라는 매우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지지자를 확산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근래 등장하고 있는 천안-아산 통합 논의에서 아산은 전체적으로 반대 입장으로 정리가 된 듯하다. 아산 사람들의 얘기는 한결 같이 아산이 ‘손해’라는 것이다. 세수가 풍부한 아산이 통합을 하면 수익의 상당부분을 천안에게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떠오르는 아산, 죽어가는 천안’이라는 극단적 논법까지 등장했다.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천안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죽어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이런 논거가 만들어졌고 확산이 되었으며 ‘이익과 손해’라는 즉자적이고 피아구별이 ‘명확한’ 논법에 시민들이 쉽게 동화가 된 것이다. 

  승패를 떠나서 이런 전략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것이 보통이다. 승리를 위해 상대를 폄하하는 가장 저급한 수를 구사함으로써 결론이 난 후에도 상대가 승복하지 못하도록 뒷끝을 남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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