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불당천/장재천 답사(4)

Geotopia 2013. 7. 3. 05:24

▶ 답사 경로: 노태산 남쪽(백석 아이파크아파트 뒷편)-환서초등학교 앞-백석 아이파크 2차 신축현장 뒷편-천안옛날호두과자 뒷편-백석로 횡단-(구)백석동파출소 옆-유관순체육관 앞-종합운동장 앞-불당동 상업지구-천안신도시개발지구-불당초등학교 앞-불당중학교 앞-불당천 자전거도로 진입-천안교육청 앞-펜타포트-호수공원-특수교육원 앞(자전거도로 이탈)-21번 국도 횡단-장재천·천안천 합류지점-천안천·쌍용천 합류지점-신방삼거리(21번 국도 횡단)-쌍용 자이아파트 앞-답사 종료 <* 밑줄 부분이 이번 편의 내용임>

 

 

<전체 답사 경로  *원도: Google>

 

<이번 편의 답사 경로  *원도: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 마음에 꼭 드는 돌무더기 댐

 

  호수공원을 따라 내려가 다리를 지나서 뒤를 돌아보면 호수와 펜타포트가 어울려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어낸다. 물살만 없다면 반영이 멋질 것 같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봐도 여전히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쉬움의 실체는 정확하지 않지만 가장 큰 것은 흐린 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도시 하천이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은 같지 않다. 죽어서 떠 있는 물고기와 거슬리는 냄새에 대한 기억 때문인 것 같다.

 

<호수공원에서 상류쪽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때 마다 물고기의 개체 수에 관심이 가고 혹시 낚시꾼은 없나 찾는 나를 발견한다. 낚시 금지구역인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잔잔한 호수만 보면 낚시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아직도 ‘낚시 병’이 완치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한 가지 마음에 꼭 드는 것이 있다. 호수를 만든 댐은 콘크리트 벽이 아니라 돌무더기라는 점이다. 물의 양이 많아지면 물이 자연스럽게 넘쳐흐르고 물살이 빠른 여울이 된다. 맑은 물은 아니지만 돌 여울과 중간 중간 박힌 나무말뚝이 신선하다. 물이 넘치면 물고기들이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으니 냇물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댐의 높이로 볼 때 호수의 깊이는 그다지 깊지 않을 것 같다.

 

▶ 그 날이 언제쯤일까?

 

  다시 자전거를 달려서 하류로 내려간다. 호수공원 아래부터는 21번 국도까지 유로가 직선으로 이어진다. 북북서-남남동 방향으로 뻗어 있는 이 구간은 원래는 거의 남북방향이었으나 택지조성 과정에서 도로와 평행으로 약간 유로가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장재천 유로지도  *원도: 건설교통부>

 

  우리는 국립특수교육원 쪽에서 나와서 희망로로 연결되는 다리(이 다리는 이름이 없다) 바로 위에서 천변 산책로를 벗어났다. 그대로 계속 내려가면 21번국도 아래까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장재천과 천안천의 합류지점에서 우리의 답사 진행 방향인 천안천의 상류 쪽으로 올라갈 수가 없게 된다. 산책로가 하천이 흐르는 방향의 오른쪽, 그러니까 서쪽으로 나 있기 때문에 동쪽에서 내려오는 천안천과의 합류지점에서 상류 쪽으로 가려면 냇물을 건너야만 하는 것이다.

 

<특수교육원 앞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산책로에서 나와 다리를 건너 희망로 인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갔다. 희망로는 아직 21번국도와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 지나면서 보니 도로는 완성이 된 것 같은데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원인이 있는 모양이다. 이 구간도 참 공사를 오랫동안 하는 것 같다. 21번국도와의 교차점은 입체교차로로 설계가 되어 있고 21번국도 아래로 빠지는 희망로가 교차로를 지나자마자 끊겨 있다. 마지막 부분에 흙을 잔뜩 쌓아 놓은 것으로 보아 이 길은 앞으로 계속 공사가 진행될 모양이다. 방향으로 볼 때 천안천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서 아산 탕정과 세종 소정리를 연결하는 외곽도로와 연결될 것 같다. 그 날이 언제쯤일지 알 수는 없지만 공주, 대전 쪽으로 가기는 무척 쉬워질 것이다.

 

  <희망로와 21번국도의 교차지점. 21번국도를 통과하면서 이 길이 끊긴다>

 

▶ 장재천인가, 불당천인가?

 

  여기부터는 비포장을 타야만 한다. 장재천 하류의 비포장 초입에 ‘장재천’ 표지판이 서 있다. 장재천인가, 불당천인가? 표지판을 보니 확실하게 헷갈린다.

 

<장재천 표지판>

 

  불당동의 ‘佛堂’이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인 1917년 행정구역 개편 때 처음 만들어진 이름이다. 천안군 군서면 불무동(佛舞洞)과 서당리(書堂里)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반면에 장재리는 조선시대부터 그 이름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장재천이라는 이름은 이런 조건 속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일제강점기(1919년) 지형도>

 

  비포장의 하천 제방은 비가 내린 뒤로 자동차나 농기계들이 다녀서 울퉁불퉁하기까지 하여 불편한 허리를 더욱 불편하게 한다. 합류지점에 도착하니 제법 수려한 경관이 우릴 반긴다. 지형이 물에서 좀 떨어진 언덕에서 합류지점을 바라보도록 되어 있어서 물의 오염도를 느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빛깔이 가장 고운 5월의 신록도 그런 기분을 더하게 해준다. 더욱이 냇가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한 가족이 있어 그런 느낌을 갖도록 하는데 일조를 한다.

 

<합류점에서 바라본 장재천 상류>

 

<합류점에서 바라본 장재리 연화마을(오른쪽)과 신라아파트(왼쪽)>

 

  앗! 그런데 복병이 나타났다. 날파리떼다. 개체 수가 얼마나 많은지 낚시하는 가족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앞에 어른거리는 이 녀석들에게 카메라가 자꾸 초점을 맞춘다. 입을 벌렸다간 숨을 한 번 들이 쉴 때 마다 입 속으로 몇 마리씩은 딸려 들어갈 것만 같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상쾌한 기분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이럴 땐 얼른 탈출하는 것이 상책이다.

 

<촛점을 흐리는 날파리떼>

 

 

▶ 시가지 확대의 종착점?

 

  하천 제방을 따라 천안천 상류로 올라가서 쌍용천을 타고 쌍용동 방향으로 올라가는 것이 우리의 답사 방향이다. 지난번 천안천 답사 때 사실은 이 길로 오려고 했었지만 길이 막혀서 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건너편 길을 탔었다. 이번에는 하류 쪽에서 올라가는 것이니까 어떻게 수가 날지도 모른다. 그냥 가면 대개는 실제로 ‘어떻게든 된다’.

 

<장재천과 천안천의 합류지점에서 바라본 천안천 상류 방향>

 

  합류지점에서 상류로 방향을 잡자마자 처음 만나는 길은 자전거가 겨우 한 대 지날 만큼 길이 좁다. 길 양쪽으로는 농토가 있어서 땅주인들이 나와서 농사를 짓는데 모습이 프로이다. 도시 근교에 있는 농토지만 취미 삼아 전원 농장에 채마를 심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좁은 농로의 왼쪽, 그러니까 좀 전에 지나온 희망로의 끝부분 바로 옆 부분에는 넓은 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정확한 위치는 희망로와 21번 국도가 만나는 교차 지점의 동남쪽쯤이 된다. 마침 채소밭에 물을 주는 아줌마가 있다. 길을 따라 길게 만들어진 자투리 땅에 알뜰살뜰 채소를 심은 프로이다. 택지가 무엇 때문에 만들어지고 있는지 혹시 알까 해서 물었더니 무슨 가스저장시설 같은 것이라고 들었단다.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밀려오는 것일까? 천안과 아산을 연결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를 연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가스 저장시설이 생긴다면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 같다.

 

  <21번국도 남쪽에 조성중인 택지>

 

▶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습지

 

  조금 더 올라가면 KTX 노선을 아래로 통과한다. 이 일대도 양쪽으로 논밭이 계속 이어지는데 KTX 노선을 지나면서 재미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원래는 멀쩡한 논이었던 것이 분명한데 거의 완벽에 가까운 천연습지가 된 곳이다. 21번국도와 인접한 남쪽에 해당하지만 21번 국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우 생소한 느낌이다. 이곳과 인접한 21번국도는 장재지하차도 부근이기 때문에 더욱 발견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이곳의 경관은 얼핏 보기에 천연늪지이다. 두루미 비슷한 커다란 새가 완벽한 소품 노릇까지 하고 있다. 다만 굴곡이 없이 평평하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둑이 가끔 눈에 띄기 때문에 이곳이 과거에 논이었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부들 종류의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버드나무가 자라는데 버드나무의 키로 보아 벌써 몇 년은 족히 된 것 같다. 21번국도 북쪽에 주택지가 조성되면서 토지를 돋우었고 도로도 고도가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이곳의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습지 경관을 나타내게 된 것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습지>

 

  이곳은 어떤 공간으로 바뀌어 갈까? 공업지대가 되기에는 시가지에 너무 인접해 있고 주택지가 되기에는 천안, 아산의 인구 흡인 요인이 이 정도 공간을 흡수할 만큼은 못될 것 같다. 바로 옆에 가스저장시설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면 주택지가 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결국 당분간은 이런 모양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습지공원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토지소유자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얘기겠지만 아산시의 넘쳐나는(?) 예산이 이런 곳에 쓰인다면 ‘명물’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자연환경이 훌륭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네덜란드의 역간척 사업은 기존의 시설을 부수고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인공 구조물에 자연스럽게 하천수를 흘려 보내어 습지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한다. 인공적으로 변화된 환경에 현재의 자연환경을 결합하여 새로운 자연환경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까? 이곳도 충분히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벌써 새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된 것을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천 제방을 사이에 두고 습지 반대쪽, 즉 천안천쪽에는 제법 넓은 인공숲이 조성되어 있다. 느티나무 계열의 나무로 보이는데 고르고 빽빽하게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판매용 묘목을 키우는 밭이 아닌가 싶다. 나무의 크기로 보면 거의 10여 년생은 되어 보인다. 가까운 미래에 이 일대가 개발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토지이용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개발 전에 묘목을 심어서 나무 값을 보상금으로 챙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기는 하다.

  습지가 끝나는 부분에는 자동차 정비공장이 하나 있는데 와서 보니 지난번 답사 때 이곳까지 왔다가 길이 막혀서 되돌아갔던 바로 그 공장이다. 그 땐 분명히 길이 막혀 있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그 사이에 길이 새로 개통 되었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고 그날 우리가 건성으로 길을 찾았던 모양이다.

 

▶ 새처럼 살자?

 

  휴대리에서 21번국도로 연결되는 도로를 가로질러 계속 천안천 상류로 올라가다 보면 쌍용천과 합류하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합류지점 바로 위쪽의 천안천에는 보가 있어서 제법 넓은 호수가 만들어져 있다. 보 위를 넘쳐흐르는 물 때문인지 키가 큰 새 한 마리가 꼿꼿하게 서서 먹이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장승처럼 서 있던 녀석이 내가 카메라를 돌렸더니 금세 날아가 버린다. 참 어이가 없다. 거리가 상당히 먼데도 녀석은 어떻게 나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일까? 내가 본 천안천의 새들은 모두 이 녀석과 똑같다. 멀리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렌즈를 무슨 총으로 아는지 금세 날아가 버리곤 했었다. 사진을 잘못 찍어서 흔들렸는데 날아가 버렸으니 다시 찍기는 틀려버렸다.

 

<천안천과 쌍용천 합류지점 바로 위쪽에 있는 보(흔들린 사진). 건너편 흰 물체가 새이다>

 

  돌처럼 움직이지 않는 새를 보노라면 엉뚱하게 존경심이 들 때가 있다. 언제일지 모르는 단 한 번의 찬스를 위해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감내한다. 그러면서도 녀석들은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하고 눈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그런 것일까?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서 때로는 자신을 억누르고 돌처럼, 나무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일지도 모른다.

 

▶ 도시 근교의 인삼밭

 

  합류지점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서 상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진규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신호를 한다. 아무래도 길이 끊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반대쪽 제방으로 가야만 한다. 합류점의 다리를 다시 건너서 반대쪽 하천 제방을 따라 상류로 올라갔다. 천안천과 합류하는 쌍용천은 넓이가 좁고 물도 상당히 더럽다. 수변공간이 전혀 없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더러운 물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쌍용천과 천안천 합류지점의 다리에서 바라본 쌍용천 상류. 오른쪽으로는 길이 막혀서 왼쪽으로 올라갔다>

 

  도로 가까이에 있는 건물들을 지나 뒤쪽으로 들어가니 길이 있기는 있는데 온통 풀이 덮여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그렇다고 내려서 걸어가자니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에 풀독이 오를까봐 걱정이 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내릴 수도 그냥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초입에는 논과 밭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느라고 경운기 바퀴 간격으로 풀이 죽은 틈새가 있는데 그 구간을 지나니 풀이 맘대로 자라서 호랭이가 살게 생겼다. 바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죽기 살기로 페달을 밟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다. 다음 날 허리가 아파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아마도 이 구간을 비롯한 몇 곳에서 무리가 간 것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모내기를 위해 써레질을 해 놓은 논>

 

  합류지점에서 21번국도까지 가는 하천 제방길의 길이는 약 500m 정도이다. 하천 옆으로는 주로 논이 있는데 모내기를 하려고 써레질을 해 놓은 곳이 많다. 논 사이에 인삼밭이 눈에 띄는데 이런 도시 근교에서 인삼이 재배된다는 것이 특이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5년은 재배해야 하는 것이 인삼인데 도시가 확대일로에 있는 천안 근교에서 이런 농사를 선택했다는 것이 특이한 것이다. 땅 주인은 이 일대가 5년 이내에는 도시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천안이 인삼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라는 것도 특이하게 느껴지는 원인이다. 특용작물이 이렇게 주산지를 뛰어넘어 섬처럼 재배될 때는 대개 그 재배법을 체득한 사람이 이주를 한 경우가 많다. 재배법을 연구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등의 일을 혼자서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쌍용천 옆의 인삼밭>

 

▶ 벼가 오염된 물을 정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삼밭 앞에는 하천 표지판이 서 있는데 ‘천안천’으로 표시되어 있다. 보통 ‘쌍용천’이라고 부르는데 왜 이렇게 표시되어 있는 것일까? 건설교통부 자료에도 ‘쌍용천’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 오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3편의 <천안천 유역권> 지도 참조).

 

<천안천일까, 쌍용천일까?>

 

  표지판을 지나면서부터는 호랭이가 살 것 같은 키 큰 풀들이 덮여있는 길이다. 죽기 살기로 위험구간을 통과하면 작은 밭을 지나 건물이 나오는데 나오면서 보니 쌍용동 자이아파트 앞에 있는 LPG충전소이다. 이 충전소는 LPG차를 운전해 보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와보지 못했지만 옆에 붙어있는 호두과자집은 여러 차례 와 봤다. 가끔 느끼는 것이지만 낯익은 곳도 다른 방향에서 보면 매우 색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충전소 뒷마당 아래에서 바라본 쌍용천은 자못 처참하다. 더러운 물색에 걸맞게 냄새까지 진동을 하는데 평소 냄새에 둔한 내 코를 자극할 정도이다. 떠내려 온 갖은 쓰레기들이 불쾌감을 더욱 크게 한다. 그런데 거기에 양수기 호스가 박혀 있다. 쓰레기가 딸려 들어가면 안 되므로 거름망을 물에 담가 놓고 거기에 양수기 호스 끝이 들어가 있다. 쓰레기는 딸려 들어가지 않겠지만 저 물로 벼농사를 짓는다니 과연 먹어도 되는 것일까? 벼가 오염된 물을 맛난 먹을거리로 바꿔줄 수 있는 정화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런 장면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모르는 게 약이다’

 

<이 물이 쌀이 된다니…>

 

▶ 더러운 물이 멈추게 한 답사

 

  가스충전소를 지나면 쌍용천이 21번국도 아래를 통과해서 나오는 곳이다. 물의 양도 많지 않고 더러워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관찰하고 싶질 않다. 여긴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

 

<21번국도 아래를 통과하여 나온 쌍용천>

 

  21번국도와 충무로가 만나는 신방삼거리의 지하차도는 얼마 전 가까스로 완공이 되긴 했는데 주변 시설은 아직 완성이 덜 된 것 같다. 갓길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가는 길이 몹시 위태롭다.

  21번국도를 건너 다시 쌍용천 줄기를 찾았다. 쌍용자이아파트 앞으로 가서 보니 21번국도 아래로 쌍용천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다. 역시 상당히 물이 더럽고 냄새도 난다. 돌로 축대도 쌓아 놓고 나름 단장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원판 불변의 법칙’이다. 냄새나고 더러운 물이 돌 축대로 가려질 수 있겠는가?

 

<자이아파트 앞에서 21번국도 아래로 쌍용천이 들어가는 부분>

 

<쌍용동 자이아파트 앞의 쌍용천 상류 방향>

 

충무로를 따라 잠깐 올라가다가 자이아파트 정문 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로 올라섰다. 그곳에 다리가 있는데 다리 위에서 상류쪽을 바라보는 경관은 더욱 안타깝다. 수변 공간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블록으로 하천의 양안이 만들어져 있어서 삭막해 보인다. 계속 올라가서 쌍용역을 지나 이마트 근처까지 가는 것이 원래 목표였는데 다리에 올라서서 한 동안 상류쪽을 응시하던 진규가 돌연 그만 가잔다.

 

<쌍용천 상류 방향>

 

  “끝까지 가야지!”

  “에이 가 봐야 물만 더럽고 똑같아요”

 

  뭐라고 그럴싸한 말을 생각해 내기도 전에 벌써 저만큼 앞서서 자이아파트 정문쪽으로 페달을 밟아 달려가고 있다. 몸은 지치고 힘이 들 때 이런 유혹은 정말 이겨내기 힘들다. 사실 나도 이 불쾌한 공간을 한참동안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아쉬움을 남겨야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자기 합리화 논리를 뇌리에 떠올리며 기수를 돌린다. 자 오늘 답사는 여기서 마무리 하자. 바닷장어구이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