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불당천/장재천 답사(2)

Geotopia 2013. 6. 14. 19:47

▶ 답사 경로: 노태산 남쪽(백석 아이파크아파트 뒷편)-환서초등학교 앞-백석 아이파크 2차 신축현장 뒷편-천안옛날호두과자 뒷편-백석로 횡단-(구)백석동파출소 옆-유관순체육관 앞-종합운동장 앞-불당동 상업지구-천안신도시개발지구-불당초등학교 앞-불당중학교 앞-불당천 자전거도로 진입-천안교육청 앞-펜타포트-호수공원-특수교육원 앞(자전거도로 이탈)-21번 국도 횡단-장재천·천안천 합류지점-천안천·쌍용천 합류지점-신방삼거리(21번 국도 횡단)-쌍용 자이아파트 앞-답사 종료 <* 밑줄 부분이 이번 편의 내용임>

 

 

<지형도 *자료:국토지리정보원>

 

▶ 완충지대가 없어 범람이 우려되는 하천

 

  건설중인 도로를 남쪽으로 빠져나와 곧 4거리가 될 지금의 시청로 끝 삼거리에서 오른쪽 즉, 운동장 4거리 방향으로 내려갔다. 아까 지났던 새로 난 길 부터는 하천 옆으로 길이 나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우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장 4거리 쪽으로 내려 가다가 호두과자가게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으면 바로 하천이 나온다. 가끔 애용하는 횟집(사또어장)이 이 길로 가기 때문에 지나 다니면서 다리 양쪽으로 하천을 많이 봐 왔던 터이다. 그래서 이곳은 나름 잘 알고 있었으나 그 위쪽은 이번에 처음 본 것이다. 그 동안의 '미지의 세계'를 보고 난 뒤에 하천을 바라보니 낯 익은 하천이지만 느낌이 예전과 다르다. 제법 물의 양이 많은데 하천의 양쪽으로 완충지대가 전혀 없어서 폭우가 내리면 넘칠 위험이 있어 보인다.

 

<하천의 완충지대가 없어서 폭우가 내리면 넘칠 우려가 있어 보인다. 멀리 백석아이파크가 보인다>

 

  다시 하류로 내려간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하천 옆으로 길이 나 있는데 가면서 볼 수 있는 이 구간의 하천의 그다지 깨끗하지 못하다. 하천에 붙어 있는 건물에서 배출된 오수가 축대 중간에 뚫린 하수구를 통해서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든다. 정화조를 거쳐 나와야 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아마도 일부 생활 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방출되는 것 같다. 천안천의 서부역 위쪽 구간에는 오수관이 하천 안에 설치된 구간이 있다. 만약 이 구간에도 오수관을 따로 설치해야 된다면 역시 하천을 파고 묻어야 할 것 같다. 상류지역이 모두 건물로 채워지는 머지 않은 미래에 닥쳐올 문제이다.

 

<오수가 직접 흘러드는 하천. 앞에 보이는 도로는 백석대로. 오른쪽에 운동장사거리가 있다> 

 

 

▶ 이팝꽃이 만개하면 실밥꽃이 된다?

 

  백석대로변에는 가로수로 심은 이팝나무가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쌀밥처럼 생겨서 '이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줏어 들을 것 같은데 신호를 기다리느라 가까이에서 보니 하얀 실밥같은 것이 네 가닥 뻗어 있어서 전혀 쌀밥같이 생기질 않았다. 아마도 이 꽃은 만개하기 전 상태가 쌀밥처럼 생겼고 만개하면 이런 모양으로 쪼개지는 모양이라고 문외한들끼리 결론을 내렸다.

  백석로 아래로 흐르는 하천은 백석로를 건너면 바로 옛 백석동파출소 앞으로 흘러간다. 이 일대는 거의 빈 땅이 없을 정도로 이미 건물이 들어서 있다. 파출소 건너편에 약간의 빈 땅이 있는데 완전히 빈 땅은 아니고 건축자재나 석재 같은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와 가건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땅값이 더 오른다면 토지이용이 바뀔 가능성이 큰 곳이다.

 

 <옛 백석동파출소 옆. 이 구간의 물이 가장 더럽다>

 

<유관순체육관 앞에서 상류쪽으로. 멀리 정면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계룡리슈빌, 백석아이파크이다> 

 

 

▶ 수량도 많고 깨끗하지만 물고기는 없다.

 

  유관순체육관 옆 도로 아래를 통과한 하천은 체육관 앞에서 갑자기 수량이 많아진다. 물의 양이 많아서인지 상류보다 오히려 물이 맑은데 한 참 동안 들여다봤지만 물고기는 없다. 거뭇거뭇한 조개 껍데기 같은 것이 보여서 혹시나 하고 가까이 가서 봤더니 먹고 버린 홍합 껍데기이다. 콘크리트로 양쪽 제방을 쌓아 놓은 것을 보면 바닥도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제방을 따라 내려가서 살펴보니 서쪽에서 내려온 지류와 합류를 하기 때문에 물의 양이 많은 것이다. 서쪽은 백석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므로 대량으로 물을 사용하는 업체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공단에서 사용된 물이 정화처리되어 방류되기 때문에 수량도 많고 물도 깨끗한 것이다. 하지만 정화처리된 물이기 때문에 천연수처럼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관순체육관 앞 합류지점. 오른쪽이 우리가 답사하면서 내려온 노태산쪽에서 내려온 지류이고 왼쪽이 백석산업단지에서 내려온 지류이다>

 

  유관순체육관 옆 도로와 번영로가 만나는 삼거리로 내려가다가 잠깐 하천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상류쪽을 바라보면 혹시 왼쪽 지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바지 차림으로 풀숲을 헤치고 가려니 좀 걱정이 되었는데, 웬걸! 작은 길이 나 있다. 누군가가 드나든 흔적이 있는 것이다. 누가 이런 길을 간 것일까? 금세 의문이 풀렸다. 콘크리트 제방과 도로와의 사이에 너비가 1~2m 남짓되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그 공간을 누가 용케 알고 작물을 심은 것이다. 길 바로 옆에 있지만 손을 탈 염려가 전혀 없는 기가 막힌 자투리 땅이다. 찾아낸 사람이 누굴까? 정말 존경스럽다. 주변의 나무 때문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열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채소류를 심으면 오히려 더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류쪽으로 멀리 너댓마리 물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봤던 인공의 냄새가 많이 났던 구간이 드디어 끝이 나고 제법 자연생태계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다. 콘크리트 제방도 끝이 나고 하천 양쪽으로는 작은 모래톱도 형성되어 있고 갈대가 자라는 곳도 있다. 오리가 노닐고 있는 곳 쯤에는 물고기도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땡겨봐유"

 

  이심전심, 진규가 옆에서 오리들을 찍어보라고 주문을 한다. 최대한 당겨서 찍어 봤지만 멀어서 사진이 잘 찍히지는 않는다.

 

<숨겨진 자투리 땅과 자연 생태계에 근접해가고 있는 하천>

 

 

▶ 숨겨진 하천

 

  번영로의 서쪽은 한창 택지가 개발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도로를 따라 긴 벽이 설치되어 있다. 천안의 마지막 대규모 주거단지라는 이곳에는 앞으로 만 가구 정도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하나의 작은 소도시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지나가면서 얼핏 봤던 이곳은 아무리 봐도 4만 명의 인구를 수용할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작년에 우리학교 지리탑사반 학생들과 답사를 가서 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엄청나게 넓었다. 택지는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이런 대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서면 교통의 흐름은 어떨까? 뭔가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 놓지 않는다면 백석동 주거단지와 함께 운동장사거리를 중심으로 이 일대의 교통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택지개발지구>

 

  이 구간부터 하천은 번영로의 동쪽으로 번영로를 따라 직선으로 내려간다. 종합운동장 앞, 시청 앞을 지나 불당동 시가지까지 약 1km 구간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것을 보면 택지 개발 과정에서 직선상으로 유로가 변경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인도 옆으로 숲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숲에 가려 하천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천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 우리 셋의 공통점인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하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 물고기가 사는 곳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계속 오리들이 궁금하다. 하천이 길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숲을 헤치고 들어가 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 하천이 완전 직선이기 때문에 위치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중간에 자전거에서 내려서 두어 번 숲을 헤치고 들여다 봤지만 이 녀석들을 만날 수가 없다. 결국 이 녀석들을 만난 곳은 종합운동장 정문 앞 다리 위였다. 앞서 가던 진규가 다리 위에서 오리를 확인하고는 신이 나서 외친다.

 

  "오리 여기있다!"

 

  얼른 따라가 보니, 이미 날아가 버린 뒤이다. 반가운 나머지 소리를 질렀으니 조심성 많은 야생 새들이 기다려 줄 리가 없다. 오리는 놓쳤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오리가 놀던 자리에 물고기들이 있다는 것이다. 오리는 잡식성이므로 물고기가 있는 곳이 녀석들의 놀이터가 됨직도 하다. 놀이터? 그 보다는 생활의 터전이 더 적절한 표현인가? 어쨌든 종합운동장 앞에서 처음으로 물고기를 만났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없고, 양안에 풀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며, 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올라온 것이다.

  인증샷을 찍으려고 했더니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거리에는 물고기가 전혀 없다. 진규에게 멀리 돌멩이를 던져달라고 주문을 했다. 녀석들이 깜짝 놀라서 우리가 있는 다리까지 내려올까 해서. 주문을 하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예전에 공주 월송리 해원이 홈그라운드로 참새 사냥을 갔던 도석이가 쫓아가면 달아나는 참새들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를 했던 장면이다. 논을 사이에 두고 양쪽 숲을 왔다갔다 하면서 도석이의 추적을 피하던 참새들을 잡기 위해 도석이가 선택한 묘안은 자신은 참새들이 앉아 있던 나무 아래에 잠복하고 해원이를 반대편으로 파견해서 새를 쫓게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참새들의 지능과 관찰 능력을 매우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그나마 양쪽을 왔다갔다 하면서 기대감이라도 부풀려 줬던 참새들이 아예 멀리 새로운 곳으로 날아가 버림으로써 도석이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무력화 시켰던 것이다.

  그 장면이 떠올랐다는 것은 이미 실패를 예감했다는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여러 차례 진규의 힘만 뺐을 뿐 물고기들은 나의 기대에 전혀 부응해 주지 않는다. 이러니 내가 도석이의 친구인 것이다.

 

<종합운동장 정문 앞 다리 위에서 상류쪽으로. 멀리 보이는 건물은 백석블루밍아파트이다>

 

<진규의 돌팔매로 만들어진 파문>

 

 

▶ 정체불명의 구조물-인공 습지?, 홍수 완충지대?

 

  종합운동장 정문 앞을 지나서 부터는 도로를 따라가지 않고 종합운동장 쪽으로, 그러니까 지금까지 따라 내려왔던 쪽의 반대편 하안으로 건너갔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종합운동장 쪽 하안에 특이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따라 70여m를 내려가면 이곳을 만날 수 있다. 하천을 따라 약 80여m, 폭은 30여m의 공간이 숨겨져 있다. 주차장과 접한 삼면에 모두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일부러 나무숲을 헤치고 보지 않으면 존재를 알 수 없는 공간이다.

 

<종합운동장 정문 앞 다리에서 바라본 하류 쪽. 왼쪽으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보인다>

 

<정체불명의 공간>

 

  야트막한 콘크리트 제방이 하천쪽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각이 진 블록이 아니고 완만한 곡선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홍수 때는 물이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가 된 것이 분명하다. 물기가 있는 곳도 있고 버드나무와 갈대가 제 맘대로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습지가 분명한데 왜 이런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일반에게 보여줄 목적으로 조성한 관광·휴양 기능의 인공 습지라면 주변을 나무로 차단했을 리가 없다. 주변을 나무로 차단한 것과 함께 특별히 가꾸지 않았다는 것은 이곳이 다른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홍수 때 넘치는 물을 저장하는 공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우리나라의 홍수 강도로 볼 때 심한 홍수 때에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은 크기이다. 정화기능을 하는 공간인가? 수영장이 근처에 있으므로 물을 방류할 때 임시로 이곳에 모아서 소독약 성분을 자연정화 시키는 것은 아닐까? 이건 도대체 어디에 물어봐야 정확한 기능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공사가 끝난 지 오래되었으므로 공사 관계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시청의 관계자를 찾느니 차라리 공사관계자를 추적하는 쪽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런 생각을 하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진다.

 

<인공습지의 내부>

 

<주차장 쪽에서 바라본 인공습지>

 

  기능을 알 수는 없지만 버드나무 꽃이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 있고 나무와 풀들이 어지러이 자라는 천연의 공간은 마음을 여유롭게 해 준다. 깎은 밤처럼 정리가 잘 된 공간도 필요하지만 이처럼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자연상태에 가까운 인공시설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역간척 사업처럼 인공이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정책은 후진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물의 양이 제법 많아서 바닥이 잘 안 보이는 곳도 있다. 물론 물이 맑지 않은 것도 원인이기는 하지만 상류에 비해 확실히 수심이 깊다. 팔뚝만한 잉어 두 마리가 유유히 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 시청에서 방류를 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다. 잔챙이들은 몰라도 이 정도 크기의 물고기라면 야생으로 자라기는 어려운 환경일 것 같다.

 

<유유히 노니는 잉어 두 마리. 서둘러 찍다 보니 초점이 맞지 않았다>

 

 

▶ 하릴없는 낚시, 더 하릴없는 낚시 구경

 

  시청 정문 앞으로 지나가는 도로와 연결되는 다리에서 다시 번영로 쪽으로 건너갔다. 이 다리는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다가 하류쪽을 내려다 봤더니 풀숲에서 낚시를 하는 노인을 볼 수 있다. 도로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요새같은 자리지만 다리에서는 보인다. 사실 다리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안보는 거리인데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한 때 낚시에 빠졌던 내 눈에 띈 것이다. 낚시꾼이 있다는 얘기는 물고기가 제법 많다는 뜻일 것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 가다가 낚시하는 것을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낚시도 참 하릴없는 취미지만 더 하릴없는 것은 낚시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다. 언제 잡힐지 알 수 없는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낚시꾼들은 즐기는 것이지만 그걸 구경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래도 무언가 걸려 나오기를 기대하는 심리는 또 뭘까? 위에서 보니 물고기들이 지나다니는 것이 훤히 보인다. 원기가 그새 아래로 내려가서 낚시꾼에게 다가가는데 물고기들이 다 달아나게 생겼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원기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물고기들은 유유히 제 갈길을 갈 뿐이다. 위에서 보기 때문에 물 속과 물 밖의 움직임이 다 보이는 것이지 실제 아래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잔챙이들을 여럿 거느린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아래쪽에서 천천히 물살을 헤치고 미끼 쪽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녀석이 미끼를 물어주기만 한다면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녀석들은 미끼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쳐 버린다. 이쯤에서 하릴없는 놀음을 과감히 멈춰야 한다. 다시 출발!

 

<낚시하는 노인>

 

 

▶ 모래톱이 나타나다

 

  시청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건너면 시청 앞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작은 다리가 바로 나타난다. 이 다리 역시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다리이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콘테이너 박스 서너 개가 다리의 하류쪽 난간에 기대어 세워져 있다. 다리에서 상류쪽 가장자리에는 쥐똥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 다리의 난간은 높게 설치된 것이 아니고 야트막한 턱으로 되어 있다. 그 안쪽에 쥐똥나무를 심어서 난간 구실을 하게 한 것이다. 반대쪽은 콘테이너 박스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쥐똥나무를 헤치고 들어가 방금 전에 지나온 시청으로 들어가는 차도상의 다리를 건너다 보니 교각 아래로 수북하게 모래가 쌓여 있다. 종합운동장 정문 부분부터 천연하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곳은 거의 완전한 천연하천과 비슷한 경관이 나타난다. 모래톱이 가운데에 만들어지다 보니 물은 양쪽으로 갈라져 흐른다. 모래톱에는 자연스럽게 풀들이 자라고 있다. 이런 모래톱과 거기에 자생하는 식물들은 하천 자정작용의 주역들이다.

 

<시청으로 연결되는 다리 아래에 만들어진 모래톱>

 

  이 다리에서 300여m를 더 내려가면 불당동 지구로 연결되는 도로를 만난다. 이 길의 이름은 지도에 보니 '검은들로'라고 되어 있는데 매우 생소하다. 트윈팰리스인가 하는 짓다 만 주상복합 건물이 흉물스럽게 서 있는 그 길이다. 잘못된 설계로 공사 중에 중지되었다는 이 건물이 최근 다른 업체에 팔렸다고 한다. 어떻게든 흉물스런 모습을 벗어날 길이 생겼다니 다행스럽다.

  상류쪽을 바라보니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왜 이 구간의 하천이 눈에 잘 띄지 않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길을 따라 길과 하천 사이에 조성된 작은 숲이 시작되는 시점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하천은 번영로를 건넌다. 250m 이상의 거리가 복개되어 있는데 그 위로 번영로가 지나는 것이다. 번영로를 건너면 현재 조성중인 천안신도시 택지개발지구이다. 불당천은 택지개발지구의 동쪽 끝 부분을 따라 300여m를 흐르다가 다시 번영로를 건너 불당아이파크아파트 옆으로 빠져나간다.

 

<검은들로에서 바라본 상류쪽>

 

<번영로와 하천 사이에 조성된 숲>

 

 

▶ 트라우마

 

  이곳에서 번영로를 건넜다. 도로를 건너면 바로 천안신도시 택지개발지구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잠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넓기는 넓다. 이런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괜히 위축이 된다. 어디선가 공사 관계자가 쫓아 와서 시비를 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소심한 피해의식의 저변에는 옛날 대천 봉산 터널 공사장에서 겪었던 일이 깔려 있다. 봉변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인상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 쫓아와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던 그 기억이 비슷한 상황에서는 꼭 생각이 나는 것이다. 공사로 드러난 노두를 찍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매번 아무 일이 없었음에도 왜 딱 한 번 있었던 그 때 일이 생각나는 것일까? 별거 아닌 사건도 이렇게 오랫동안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트라우마라는 것이 정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천안신도시 택지개발 지구 공사장>

 

  번영로를 따라 KTX역 방향으로 내려가서 불당동 지구가 끝나는 부분에는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또 하나 있다. 불당대로-이순신대로가 뚫리기 전 아산으로 통근하던 사람들이 애용하던 바로 그 샛길이다. 탕정면 매곡리를 거쳐 위니아만도로 이어지는 그 길이 지금은 공사차량들이 드나드는 길이 되었다. 입구로 들어가니 바로 하천이 보인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하천은 신도시지구로 지나가는 구간의 가장 하류쪽으로 번영로 아래로 흘러들어가는 지점이다.

 

<천안신도시 택지개발지구에서 불당동 방향으로 빠져 나가는 지점>

 

<택지개발지구 입구에서 상류쪽을 바라본 장면>

 

  이 구간에서는 잠시 상류쪽으로 역주행을 하는 수 밖에 없다. 300여m에 불과한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공사차량이 지나다니고 길이 좋지 않다. 신도시가 완성이 되고 나면 이 구간은 어떻게 변할까? 잘 만 관리하면 신도시의 허파와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원지구 같은 형태로 시민들의 휴식공간의 역할을 하면서 자연 생태계도 유지하는 멋진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검은들로에서 시작된 복개구간을 지나 밖으로 나오는 지점>

 

<천안신도시 택지개발지구에서 하류쪽으로>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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