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뉴질랜드, 2주일로 끝장내기

첫째 날. 오클랜드: 선진국형 도시가 된 식민지 교두보

Geotopia 2018. 12. 24. 10:09

▣ 첫째 날 일정: 11월23일(수)


Auckland 국제공항 도착(09:55) - 자동차 렌트(12:00) - 호텔(Ibis styles Auckland) 체크인(14:30) - Auckland ferry terminal(16:00) - Victoria park(17:00)- (Sky tower) - Britomat(18:30) - Harbour bridge(경유) - Akoranga(18:45) - Skytower(19:30) - 저녁식사(Mexican cafe, 20:50)


▣ 내용


 - 위대한 태양

 - 모르는 게 죄-렌트카 찾아 두 시간

 - 간단한 렌탈 절차는 사회구조를 반영한다

 - 역시 낯설다, 핸들이 오른쪽에 붙은 차

 - 양 방향 통신이 가능한 신개념 네비게이션

 - 눈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 호텔-오클랜드 CBD헤매기

 - 오클랜드의 시작, 오클랜드항

 - 선진국형 도시 오클랜드

 - 무서운 관성, 북반구식 방향 감각

 - 대형 크루즈 유람선과 자동차 운반선-제조업 대신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

 - 평일 낮에도 손님들이 많은 카페

 - 영국문화- 크리켓

 - 2층버스를 타보고 싶은 아들

 - 친절한 사람들

 - 대단한 휴대폰

 - 뜬금없는 아코랑가 정류장

 - 의외로 교포가 많은 뉴질랜드

 - 뛰어 내리는 놀이기구가 많다-뉴질랜드 아이덴티티

 - 하루가 길다

 - 국적이 다양한 음식들

 * 오클랜드 가이드





▶ 위대한 태양



  오클랜드행 비행기는 덥다. 홍콩까지 타고 왔던 어제 비행기는 추웠는데 오늘은 덥다. 비행기가 신형이라서 단열이 잘 돼서 그런가, 아니면 저위도라 그런가? 아마도 단열 성능의 차이는 아닐 것 같고, 저위도 지역이라서 온도가 높은 모양이다(홍콩과 오클랜드의 중간 쯤에 적도가 있기 때문에 우린 한밤중에 적도를 통과했다). 1만미터 상공이라도 태양의 위치에 따라 온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대단한 태양의 조화다. 지구 만물의 근원이 태양이라는 사실이 뜬금없이 되새겨진다. 생명체 뿐만이 아니라 풍화와 침식 등 외력에 의한 지형의 발달도 모두 그 근본 에너지는 태양이다.

  적도 부근에는 난기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도를 통과할 때는 비행기가 흔들리는 일이 많다고 들었었는데 이번엔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적도 난기류'가 좀 과장된 정보일까?


▶ 모르는 게 죄: 렌트카 찾아 두 시간


  도착하자 마자 난관에 부딪혔다. 두어 시간 가까이 렌트카를 찾아 헤맨 것이다.

  국내선 근처에 있다는 정보를 찾아 왔기 때문에 일단 국제선 청사를 나와 국내선쪽으로 갔다. 예상대로 렌트카 사무실이 쭉 있다. 그런데,

  끝까지 죽 훑었는데, 앗! 우리가 타야 할 'Ace'라는 회사는 없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이 Herz인가 하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물었더니 Ace는 이곳에 사무실이 없고 전화를 하면 픽업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저가 렌탈 회사라더니… 그런데 전화를 해도 두어번 신호가 가다가 통화중 신호로 바뀌어버린다. 이런 낭패가 있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경황없이 헤매다가 터미널 안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가서 물었다. 직원이 나이가 많은 할머니인데 친절하게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준다. 바우처에 적혀있는 번호가 아니라서 기대를 걸고 전화를 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로밍이 잘 안돼서 그런가? 안내 데스크에 전화 좀 해달라고 부탁할랬더니 직원이 그새 어디로 가버렸다. 사람은 없지만 전화기가 있으니 실례를 좀 했다. 급한데 어쩌겠는가?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ㅠㅠ 갑자기 머리가 하얘진다. 혹시 사기아닌가?

  다시 밖으로 나와서 아까 물었던 사무실 옆에 있는 다른 사무실에 들어가서 또 물었다. 그랬더니 이번엔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기다리면 차가 온다는 것이다. 이거 원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지만 그래도 첫 번째 사무실에서 들었던 얘기보다는 낫다. 서둘러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갔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언제 올지 알 수가 없다. 기다리는 곳이 맞다는 확신만 있으면 좀 더 기다리겠지만 그게 불확실하니 불안하다. 게다가 예약할 때 약속한 픽업 시간이 얼추 두어 시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만약 시간에 맞춰서 나오는 거라면 픽업 차량을 만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까 선택은 하나만 남는다. 택시를 타자.

  택시 기사가 최소한 20달러가 나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꽤 먼 거리로구나. 이럴 바엔 진작에 택시를 탈걸…' 하지만 Ace는 우리가 헤맸던 곳에서 불과 1.2km 떨어져 있을 뿐이다. 메타기로 6달러 정도 나온 것 같은데 왜 20달러냐고 물었더니 공항구역이라서 그렇단다. 참 어이가 없다. 모르면 이렇게 되는거다.



 <오클랜드 공항과 Ace rental  *원도: Google earth>


▶ 간단한 렌탈 절차는 사회구조를 반영한다


  천신만고(?) 끝에 렌터카 사무실에 도착을 했는데 다행이도 절차는 꽤 단순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약간 있었지만 예약 서류 확인하고 잔금 지불하고 차량 상태 '대충' 확인하고(우리나라에서는 이 과정이 좀 신경이 쓰이는데 여기 직원은 건성건성인 느낌이다) 나면 절차가 끝이다. 점검 끝내고 출발하려다 보니 해치백 윗 부분에 칠이 벗겨져 있어서 사무실에 다시 들어가서 얘기 했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냥 고맙다고 한다. 나로서는 일종의 문제제기인 셈인데 그게 고마울 일인가? 그러니까 차량을 확인하는 절차는 나중에 반납할 때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측면보다는 고객의 입장에서 '이러이러한 특징이 있으니 알고 계시라'는 의미라는 것을 반납할 때 알 수 있었다. 반납할 때는 아예 확인을 안 한다.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다면 보험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빌린 사람이 실수로 뭔가 문제를 일으켜 놓고 몰래 가버리는 경우란 사실 매우 드문 일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상식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면 빌려주는 측이나 빌리는 측이나 모두 굳이 눈에 불을 켜고 차의 흡집을 찾아낼 필요가 없다. 결과 중심으로 면책에 촛점을 두는 우리 사회의 판단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사고 방식이 느껴진다. 이런 느낌은 이후에도 여행 중에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선진국은 다만 '잘 사는 나라' 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구성원의 사고방식까지 포함되는 개념이어야 한다. 상식과 믿음으로 움직이는 사회, 그것이 선진국이다.


▶ 역시 낯설다, 핸들이 오른쪽에 붙은 차


  일본 Mazda의 Demio라는 차다. 얼핏 경차처럼 생겼는데 경차보다는 조금 크다. 외관도 깨끗하고 주행거리도 3만km를 조금 넘은 비교적 새 차다.

  출발하자 마자 헷갈린다. 습관적으로 우회전을 해서 오른쪽 차선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반대로 좌회전을 해서 왼쪽 차선을 타야한다. 우리 식으로 보면 완벽한 역주행인데 좌회전을 해서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 반대쪽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일단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작은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우회전을 하면서 무의식중에 오른쪽 차선을 탔다. 아들이 깜짝 놀라 제지를 해서 알았다. 이럴 때 조심해야 되겠구나!

  좌회전 깜박이를 넣으려고 레버를 내렸더니 , 헐~, 와이퍼가 작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라이트 레버와 와이퍼 레버도 우리나라 차와는 반대로 붙어있다. 그래도 천만 다행인 것은 브레이크 페달과 엑셀레이터 패달은 배열이 우리와 같다는 점이다. 이게 반대라면 큰 일 나겠다. 주차할 때 보니 풋브레이크도 반대쪽에 붙어있어서 그것도 좀 헷갈렸다. 문쪽에 붙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기어도 당연히 왼쪽에 붙어 있는데 그건 그래도 크게 헷갈리지 않지만 이 차에는 'S'라는 메뉴가 있다. 위치상으로 보면 'D' 다음에 있어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할 때 쓰는 저단 기어인 것 같기는 한데 달리면서 기어를 'S'에 넣어봤지만 'D'와 큰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고속에서 'S'가 좀 더 시끄럽고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을 다음 날에서야 알았다.


♣ 私談, 雜談


  아들은 운전 초보라서 오히려 더 잘 적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부작용이 귀국 후에 나타났다. 태어나서 가장 오랫동안 운전을 해본 곳이 뉴질랜드였던 아들은 돌아와서 우측통행하는 차에 적응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겨우 2주일의 경험인데도 귀국해서 한동안은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뉴질랜드에서 처음에 겪었던 어려움 못지 않은 희한한 현상이었다. 누구한테 얘기하면 여행다녀와서 괜히 자랑질한다고 할 것만 같아서 말은 안 했지만.


<아들은 왕초보라서 오히려 더 빨리 적응하는 것 같다>


▶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신개념 네비게이션


  Sygic이라는 앱을 미리 구매해서 핸드폰에 설치를 했는데 영 익숙하질 않아서 쓰기가 어렵다. Sygic이라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네비게이션을 쓰지 않기 때문에 네비게이션 프로그램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애용하는 Maps.me를 작동시키고 아들이 화면을 보면서 네비게이션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들이 지도를 보면서 안내를 하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운전이라고는 안 해본 운전병 출신이지만 배차를 하면서 경로 안내를 하느라고 맨날 지도를 들여다 봤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다. 운전자와 대화까지 가능한 양방향 통신 신개념 네비게이션이라서 보통 좋은 것이 아니다. 실시간으로 경로 주변 안내도 가능하고 수시로 경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때때로 주변 경관을 보고 감탄까지 한다.


▶ 눈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한 호텔: 오클랜드 CBD 헤매기


  공항에서 오클랜드 중심가까지는 거의 20km가 넘는다. 하지만 공항과 시내를 잇는 간선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 과정은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 큰 길을 따라 계속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니까 왼쪽으로 달리는 부담도 별로 크지 않았다. 문제는 오클랜드 중심가로 들어가면서 터졌다. 첫날 숙소로 예약한 곳은 오클랜드 CBD에 있는 Ibis styles Auckand라는 호텔인데 분명 지도에 표시된 곳까지 도착했지만 호텔이 없는 것이다. 그럭저럭 잘 찾아 왔다 싶었는데 지도에 표시된 곳에 호텔이 없으니 난감했다. 마땅히 차를 세우고 찾아볼 수도 없는 중심가라서 계속 근처를 돌면서 아들이 열심히 지도를 찾아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 두 세 바퀴는 돌았을까? 가다보면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거리가 나올 정도가 되었지만 도대체 호텔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결국 처음에 갔던 곳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곳으로 다시 들어갔다. 공사중이라서 길을 막아놓아서 U턴하여 되돌아 나왔던 곳이다.그 공사현장 때문에 반대쪽에서는 들어갈 수가 없었으므로 거기 어디쯤에 입구가 있을 것이라고 둘이 결론을 내리고 공사 현상 근처에 차를 세우고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까는 눈에 꺼풀이 씌워있었던 모양이다. 차를 세우고 보니 바로 앞에  Ibis styles Auckand가 떡하니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떤 곳에는 좌회전 신호도 있어서 상당히 헷갈린다>


▶ 주차장이 없는 호텔 


  길 가에 대충 차를 세워놓고 재빨리 호텔로 달려가서 주차장을 물었더니… 주차장이 없단다. 주차장이 없는 호텔이라니… 오래된 건물이고 땅값이 비싼 CBD(Central Business District)라서 주차장이 없는 모양이다. 물론 CBD라도 값이 비싼 고급 호텔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겠지만 '시내이면서 값이 싼' 이곳은 값이 싼 대신에 주차장이 없는 것이다. 직원이 별도 주차장을 알려주는데 다른 건물에 있는 유료주차장이다. 알고 보니 호텔과 바로 붙어 있었지만 직접 가는 길은 찻길이 막혀 있어서 또 꽤 먼 거리를 돌아서 가야만 했다. 직원이 알려준 지도는 약도라서 오히려 더 어렵다. 약도는 거리와 방향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개 읽기가 더 어려운데 이건 지리학도의 직업병이 확실하다.


<호텔 근처의 주차장. 시내에 이런 주차장이 많다>


  어쨌든 주차장을 찾아서 주차를 하고 호텔로 이동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시간이 예정보다 좀 늦었지만 그래도 슬슬 오클랜드 시내로 나가봐야 한다. 공항에서부터 경황이 없어서 점심도 굶었는데 배가 고픈 느낌이 없다. 아들도 괜찮다고 하는데 아마도 상황을 파악하고 내 입장을 고려했을 것이다. 점심은 생략하기로 했다. 시내 답사는 물론 걸어서 해야한다.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걷기가 가능하다 싶었고, 또 거리 사정을 전혀 모르는데 차를 끌고 나갔다가는 주차장 찾다 하루가 다 갈 것이기 때문이다.


▶ 오클랜드의 시작, 오클랜드항


  오클랜드 첫 번째 일정은 오클랜드항이다. 호텔에서 북동쪽으로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아주 가까운 곳이다. 오클랜드는 CBD가 오클랜드항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오클랜드항은 오클랜드시의 북동부로 깊숙하게 들어온 Waitamata만의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항구도시는 식민지형 도시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모국과의 연결성과 내륙 침략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오클랜드백작(Earl of Auckland)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오클랜드는 식민통치를 위해 건설한 도시이다.

  하지만 오클랜드는 북섬의 북쪽 부분에 자리를 잡아 뉴질랜드 전체를 관장하기에는 불리한 치우친 위치이다. 또한 북동쪽으로 Waitemata만과 남서쪽으로 Manukau만을 끼고 있는 위치여서 육지의 폭이 매우 좁다. 이러한 단점은 반대로 항구가 발달하기에는 유리한 점이다. 동서 양쪽으로 접근이 가능하고 만입이 깊어서 천혜의 항구 입지 조건을 갖추었다. 18세기 초 영국이 처음 뉴질랜드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오클랜드가 그 교두보가 된 이유다. 1865년 웰링턴으로 수도가 옮겨가기 전까지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의 수도였으며 지금도 역시 수위도시를 유지하고 있다.


<정박중인 대형 크루즈선>

 

선진국형 도시 오클랜드


 <오클랜드항에서 바라본 시내. 금융, 호텔 등 고급 기능이 입지한 전형적인 CBD 경관을 보인다. HSBC, Zurich 등 세계적인 은행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뉴질랜드 항구도시들은 남미나 아시아 등의 식민지 기원 항구도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은 대부분 여전히 식민지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과거의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던 남아메리카의 도시들은 대성당과 총독부를 중심으로 하는 CBD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극심한 종주도시화 현상 때문에 수위도시가 무질서하고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도시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도시들은 유럽의 도시구조를 더 닮았다. 침략자들이 통치자가 됨으로써 여타의 식민지 국가들과는 다른 역사를 겪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부터 영국인들이 유입하기 시작하여 금과 목축으로 부를 축적했고 원주민과 큰 갈등 없이 그 구조가 유지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산업혁명을 경험한 영국인들에 의해 근대화가 시작되었으며 그들의 경험이 그대로 사회구조에 반영이 되었다. 여타의 식민지들이 원주민과 침략자들 간의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독립 이후에는 근대화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지배집단(대부분 독재 권력)이 사회적 갈등을 확대했던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그 결과 뉴질랜드는 종주도시화가 심하지 않으며 인구밀도도 그다지 높지 않은 선진국형 도시구조가 나타난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의 수위도시지만 인구가 45만 명(City of Auckland, 면적 637 km2)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광역권(Auckland metropolitan, 면적 4,894km2)을 포함하면 170만 명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와는 행정체계가 좀 달라서 우리나라와 비교하려면 오클랜드시티 만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이 정도 규모에서는 도시 내부구조 분화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광역 오클랜드와 오클랜드시]


  CBD의 공간 범위가 넓지 않지만 지가를 반영하는 스카이라인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북쪽 오클랜드항에서 1번고속도로까지의 거리가 2km 정도인데 CBD는 이 부분에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도시부의 전체 넓이는 장축인 남북의 길이가 40km에 이를 만큼 공간 범위가 넓다. CBD 이외의 지역은 대부분 주택가이고 건물의 높이가 1, 2층 규모로 낮기 때문이다. 인구가 넓은 범위에 분산되어 있는 선진국형 구조이다.

  인구 60만 명이 넘는 천안시의 시가지 부분이 넓게 잡아도 10km 정도인 것과 비교가 된다. 주택가가 고층의 아파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도시 외곽에 CBD보다 더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독특한 스카이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은 천안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 도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좁은 범위에 많은 인구가 밀집함으로써 병목현상이 잦고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


<빅토리아공원 부근: 횡단보도 중앙에 이런 시설이 있다>

    


<스카이타워는 시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다 보인다: Victoria St W(위)와 Fanshawe St>

 

무서운 관성, 북반구식 방향 감각


  지도상으로 보면 오클랜드항은 시가지의 북쪽에 있다. 그런데 지도를 보고 찾아가고 있는 동안 나는 계속 남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참 이상하다. 분명 내 이성의 눈은 북쪽으로 보고 있는데 뇌 속의 자기장은 계속 남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태양의 위치 때문이다. 항구 쪽에 해가 떠 있기 때문에 계속 남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심지어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는데도 오전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해가 북서쪽에 떠 있는데 북쪽을 남쪽으로 인식하다보니 해가 남동쪽에 떠있는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혼란은 뉴질랜드에 머무는 동안 내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었다.

  운전은 그런대로 적응이 되었지만 방향감각은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새들은 자기장으로 방향을 판단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나는 햇빛으로 방향을 판단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교통법규는 학습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방향 감각은 태어나면서부터 몸에 배인 본능에 가까운 감각인 모양이다. 학습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는


<남반구 풍경: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대형 크루즈 유람선과 자동차 운반선: 관광 산업이 발달한 나라

 

  엄청난 크기의 호화 크루즈유람선이 페리터미널에 정박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배일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적어도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정도는 돌아다니는 배일 것 같다. 우리나라는 아직 크루즈 여행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오세아니아라면 충분히 상품성이 있어 보인다. 두 나라만해도 볼거리가 많고 순항해야 할 거리도 꽤 되는데다 주변의 태평양 섬나라들을 결합시키면 상당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더 나이를 먹으면, 물론 경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지만, 이런 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

  페리터미널 건너편은 Deven port라는 곳이다. 그곳에서 건너다보는 오클랜드 CBD 풍경이 그렇게 멋지다는데 우린 도저히 거기까지 다녀올 시간이 없다. 다만 도시 원경을 보러 먼 길을 가는 것도 내 구미에는 맞지 않는다.

페리터미널 옆에는 화물을 취급하는 부두가 있는데 자동차를 운반하는 배가 접안하고 있고 많은 승용차들이 부두에 하역되어 있다. 어느 나라에서 수입된 차인지는 분간이 안 되지만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현장을 운 좋게 만난 것이다.

  항구에서 만난 이 두 개의 경관은 뉴질랜드가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뛰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그 다음에는 제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이다. 인력, 자원, 시장 등의 조건이 나빠 제조업이 발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수품인 자동차 조차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관광산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수입되어 항구에서 출하를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


평일날 낮에도 손님들이 많은 카페

 

  해안을 따라 걸어서 빅토리아공원쪽으로 향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그늘에 들어가면 금세 추워진다. 우리나라의 5월말이나 10월초와 비슷한 날씨다. 다른 점이라면 하늘이 정말 거울처럼 맑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늘과 햇빛 사이의 기온 차이가 더 심한 것 같다.

  혹시 마땅한 곳이 있으면 잠깐 들어가서 요기라도 하고 갈까 하고 길 옆의 가게들을 기웃 거리며 걸었다.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가게마다 사람들이 넘쳐난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 같다. 시간이 식사 때가 아니므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다. 모습으로 보아 모두 관광객들은 아닌 것 같은데 평일 날 손님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뭘까?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일에 얽매어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참새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생겼다>


<항구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놀래미>


<항구의 요트들>

 

영국문화: 크리켓

 

  빅토리아공원은 왜 목록에 올랐을까 싶다. 오래된 고목들과 널직한 잔디밭은 분명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일부러 찾아 나설 정도는 아니다. 산책하고, 그늘에서 쉬고, 또 가운데 운동장에서는 운동을 한다. 코치로 보이는 사람이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에게 크리켓을 훈련시키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 영국인들은 대신 크리켓을 즐긴다고 한다. 인도에서도 크리켓 인기가 대단했었다. 맨손으로 공을 받아서 던지는 고사리손들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은데 훈련 중인 코치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곤란하다고 한다.


<빅토리아공원>


  크리켓은 나와 인연이 없다. 인도에서도 노점에서 크리켓 라켓을 팔고 있어서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다가 퇴짜를 맞은 적이 있었다. 대신 초등학생 선수들과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눈에 호기심이 가득 들어있는 녀석들이 맨 먼저 내게 묻는 것이 크리켓을 아느냐, 그리고 한국에서도 크리켓을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호기심이 우리를 인터뷰하는 꼴이다.

  공원이 잘 발달해서 여유로운 여행일정이라면 공원에 돗자리 펴고 누워서 일광욕도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영국식 철자와 원주민어 기원 지명이 공존하는 오클랜드>


<야자수와 난대림>>

 

2층버스를 타보고 싶은 아들

 

  2층버스가 가끔 지나가는데 아들이 대번에 관심을 표명한다. 그렇다면 한 번 타봐야 한다. 마침 빅토리아공원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아마 오클랜드의 모든 노선이 이곳을 들러 가는 모양이다. 사람들도 많고 들어오는 버스도 아주 많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어떻게 타는지 물었더니 현금을 내고 타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자니까 어떤 버스는 사람을 태우지 않고 내리기만 하는 것이 자리가 없으면 안 태우는 모양이다한 가지 알아낸 것은 Northwest express라고 써있는 노선이 2층버스라는 점이다. 한동안 지켜보다가 버스 타기는 일단 미루기로 했다. 일단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한 다음에 생각해보기로.


<시외버스들>


  그런데 의외의 상황에서 2층버스를 탈 기회가 생겼다. 스카이타워에서 우리나라 교포를 만난 것이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아가씨인데 한국인인 것을 알아보고 얼른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데 친절하게도 여러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스카이타워는 여덟시쯤 석양이 가장 아름다우니 그 시간에 맞춰 올라가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2층버스를 타고 오면 되겠다 싶어서 물었더니 시간이 충분하다며 자세하게 버스 타는 곳과 노선을 알려준다.

  항구 앞에서 Albany까지 가는 Northwest express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한다. AlbanyWaitemato만 건너 오클랜드의 북쪽 끝부분에 있는데 Harbour bridge를 건너서 가는 노선이다. 하버브리지가 아름다우니 그 다리를 건너갔다가 돌아오라는 얘기였다.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든다. 버스도 탈 수 있고 예정에 없었지만 하버브리지도 건널 수 있으니까.


<스카이타워 가는 길에 길 옆 음료수 가게에 들러 잠깐 목을 축였다>


▶ 친절한 사람들    

 

  버스 타는 곳을 찾느라 좀 헤매었지만 어쨌든 곡절 끝에 2층 버스를 탔다. 돌고 돌아서 간 곳은 항구 바로 앞에 있는 Northwest express의 출발점이다. 요금이 둘이 합쳐 7NZD, 썩 비싸지 않은 느낌인데(단 자리 숫자가 주는 함정이다) 환산을 해보면 약 3천원 정도 되므로 우리나라에 비해 비싸다. 돌아올 때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5NZD를 냈는데 상당히 비싼 편이다.

  2층버스를 탔으니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앞 자리가 전망이 좋지만 이미 누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중간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버스 기사가 올라와서 우리를 찾는다. 요금을 내면서 하버브리지까지 간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내릴 곳을 알려주려 온 것이다. 나는 다리를 건너면 첫 번째 정거장에서 내릴 참이었다. 다리가 길테고 그래서 헷갈리지 않고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노인인데 모습이 마오리족인 것 같다. 뒷 자리에 앉아있던 젊은 청년이 냉큼 나서더니 자기가 내릴 곳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기사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내려가자 우리 옆 자리로 옮겨 앉는다. 갈색을 띤 회색 눈을 가진 청년인데 좀전에 자리에 앉을 때 뒷자리로 가는 모습을 봤었다. 첫 인상이 러시아인 같다고 생각했고 인상이 좀 불량스럽다고 느꼈던 그 사람이다. 그런데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좀 전의 그 첫인상과는 완전 딴판이다.   

  그가 알려준 정보는 하버브리지를 건너 첫번째 정류장은 Akoranga station이라는 사실과 이곳 출발점이 Britomart station이라는 사실이다. 더불어서 하버브리지 건너 편에 있는 데본포트와 설탕공장 등 여러가지 설명을 곁들여준다. 고마울뿐이다. 그는 데본포트에서 보는 오클랜드 City view가 정말 멋지니까 꼭 가보라고 한다. 아코랑가에서 그다지 멀지 않다고 하면서.


<길 옆 건물 유리창에 비친 버스를 아들이 인증샷으로 찍었는데 인증이 안된다>


<하버브리지에서 바라본 오클랜드 중심부>


<버스전용차선: Twin coast Hwy>


<버스전용차선: Fanshawe Street>


<오클랜드항의 서쪽 끝부분에는 이런 요트 전용 항구가 있다>


<하버브리지를 건너 시내로 돌아오는 중>

 

▶ 대단한 휴대폰


  청년이 길을 알려주겠다면서 옆 자리에 앉더니 먼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의례적인 질문이려니 했는데 알고보니 휴대폰에서 번역기 앱을 찾아서 우리 말로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휴대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뉴질랜드 사람이 쓰는 휴대폰 앱에 한국어 번역기가 있다는 얘기는 이 사람이 한국에 특별히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기 보다는 전 세계 대부분의 언어가 앱에 담겨있다는 뜻일 것이다. 앱으로 뜻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지명을 우리말로 표기하는 간단한 기능을 활용했지만 어쨌든 휴대폰의 기능은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된 휴대폰이 학교에서는 아직도 몹쓸 물건 취급을 받는다. 그저 지식을 암기하는 교육에서는 휴대폰이 방해 요소일 뿐이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이 청년처럼 휴대폰의 기능을 잘 활용한다. 거의 모든 정보는 실시간으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머리에 저장을 하고 다닐 필요가 없다. 휴대폰이 기억의 저장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뇌의 일부 기능을 분담하고 있다고 할까? 뇌는 그 물건을 어떻게 잘 쓸지를 판단하고 결정해주면 된다. 이제 학교도 지식이나 사실과 관련된 정보를 마냥 외우는 교육을 떠나서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가르쳐야 한다. 외우는 교육은 기억력에 따라 사람을 구분짓는 역할 밖에는 하지 못한다. 다만 잘 외우는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갖고, 출세를 한다면 이 얼마나 인간 능력을 허비하는 사회적 낭비란 말인가!


▶ 뜬금없는 아코랑가정류장


  아코랑가정류장은 좀 뜬금이 없다. 양방향으로 오가는 버스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든 꽤 큰 정류장인데 근처에 주택가가 없다. 지도로 확인해 보니 데본포트 주변 주택가가 거의 1km 정도 떨어져 있다. 뜻하지 않게 가게 되었지만 가고 보니 데본포트가 아쉽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를 끌고 여기까지 왔다가 차를 다시 주차하고 돌아다닐껄 그랬다. 지나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지 사실 그때그때 가장 올바른 판단을 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 결과적으로 하버브리지를 건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코스다. 빅토리아파크에서 하버브리지까지는 2km 남짓인데 차라리 걸어서 다녀올 걸 그랬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에는 버스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앞에서 두번째 자리(맨 앞자리는 역시 누가 차지하고 있다. 어떤 아가씨가 다리를 척하니 올려놓고 두 자리나 차지하고 있다)에 앉을 수 있어서 하버브리지와 시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맑은 하늘에 어울리는 깨끗한 도시 경관이 단연 눈길을 끌고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수많은 요트들이 뉴질랜드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뚝솟은 스카이타워는 어디에서도 보이는 오클랜드의 랜드마크다. 그것을 가릴만한 고층 건물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CBD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확실하게 지가를 반영하는 패턴이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koranga station>


<Akoranga station으로 2층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아코랑가를 떠나 하버브리지로>


▶ 의외로 교포가 많은 뉴질랜드


  스카이타워에 돌아왔더니 사진을 찍어주던 교포아가씨가 입구 사진 판매하는 곳에 옮겨와 있다. 잘 보고 왔노라고 보고를 하고 얼핏 사진을 찾아봤지만 우리 사진을 찾을 수가 없다.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사진이라도 사야할 것 같은데…  

  기념품 매장에서 아내에게 선물할 컵을 하나 사고 타워에 올랐다. 여덟시 석양을 보려고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귀에 익은 우리말이 들린다. 돌아보니 아들 또래쯤으로 보이는 청년이 둘이다. 여행을 왔느냐고 물었더니 이 청년들도 여기 사는 교포들이다. 우리 부자를 보고 부럽단다. 아까 사진을 찍어주던 아가씨도 부러움을 표시했었는데 젊은이들에게 부러운 모습으로 보인다니 괜히 으쓱해진다.


<주로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미용실>


  의외로 교포들이 많다. 옆 나라인 오스트레일리아가 오랫동안 백호주의를 고집하면서 유색인종에 대해 배타적인 정책을 고수했던 반면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꾸 두 나라를 비슷하게 생각하려는 관성이 작용을 하는데 의외로 뉴질랜드는 배타성이 적고 포용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중국인, 인도인 등 외래인들이 의외로 많다. 다니면서 보니 중국인들은 상당히 많다.


<엘리베이터 바닥에도 스릴존이 있다>


<오클랜드항과 데본포트, 그리고 멀리 Rangitoto섬이 보인다. 랑기토토는 평평한 순상화산이다>


<스카이타워 앞(북동쪽 방향): Victoria Street W>


<서쪽 방향으로 Waitemato만이 보인다. 멀리 왼쪽에 있는 동산은 화산이다>


<남동쪽 방향: 멀리 one tree hill과 오른쪽으로 Mount Eden이 보인다. 두 봉우리 역시 화산이다>


<스카이타워 스릴존. 유리가 깨끗해서 좋다>


<남쪽: 마운트이든이 가까이 보인다>


<북서쪽: 하버브리지와 요트 정박장>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구조물. 이걸 보기만 해도 발끝이 저릿저릿하다>


▶ 뉴질랜드 아이덴터티: 뛰어 내리는 놀이가 많다


  타워들은 거의 비슷하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맨 위층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그 아래에 사방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스릴 존은 필수다. 좀 특이한 점은 엘리베이터에 스릴존이 있다는 거다. 옆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는 꽤 많이 봤지만 엘리베이터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 특이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두 세 사람이 탈 수 있는 시설이 유리창 밖에 매달려 있다. 유리 청소할 때 쓰려고 매달아 놨을까? 그리고 와이어선이 전망대에서 밑에까지 까마득하게 드리워져 있다. 현수막 같은 걸 설치할 때 쓰려고 만든 시설일까? 나중에 내려와서 보니 꼭대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놀이기구 같은거다. 지금은 폐쇄되어 있는데 타워 입구 근처에 관련 시설이 있다. 그러니까 전망대 어디쯤에서 그 탈것을 타고 이동해서 줄에 매달려서 아래에 있는 시설로 내려오는 그런 기구인 모양이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검색해보니 스카이워크와 스카이점프가 있다. 328m 타워의 중간이 좀 넘는 192m에 외벽을 걷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걷기와 점프를 하는데 활용된다고 한다. 그럼 꼭대기에 있는 탈 것과 줄은 뭐지?


<스카이타워의 스카이워크와 와이어줄>


  스카이타워에서 나와서 언덕길을 내려오다 보니 길 옆에 놀이기구가 또 있다. 높다란 기둥 두 개에 탄력이 있는 줄을 매어 그 줄에 연결된 탈것이 바운싱을 하는 놀이기구로 어디서 본 기억이 난다. 아들한테 지나가는 말로 한번 타보까 했더니 다행이 싫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이런 류의 놀이기구가 많은 것 같다. 뉴질랜드 하면 번지점프가 떠오르는데 거기에서 이런 유형의 놀이들이 파생된 것이다. 참 묘하다. 인공적인 놀이시설인데도 이런 지역성이 있다는 것이 참 묘하고 재미있다.


<스카이타워 옆에 있는 놀이기구도 떨어지는 기구다>


▶ 하루가 길다


  아름답다던 스카이타워의 석양은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않다.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런 풍경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아들도 무덤덤하기는 나랑 비슷하다. 지평선에 구름이 끼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혹시 사람들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지만 그렇지도 않다. 여덟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다. 실제보다 30분 정도 빠른 시간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도 하지에는 얼추 여덟시가 되어야 해가 떨어지지만 이런 풍경을 보기는 어렵다. 뉴질랜드는 9월 하순 이후에는 썸머타임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한 시간이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해가 떨어진 이후에도 오랫동안 날이 어둡지 않아서 하루가 굉장히 길다.

  오클랜드에서의 첫날은 어둑어둑해져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갔는데 금세 열 시가 넘어서 깜짝 놀랐다. 해가 늦게 떨어진다는 생각을 못하고 시간이 빨리 간 줄만 알았던 것이다. 여행 초반에는 이걸 잘 몰라서 여섯시 전에 일정이 끝나도록 여행 계획을 세웠었지만 머무는 날이 많아지면서 얼추 아홉시까지 일정을 짜도 무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하루가 길어지고 잠을 늦게 자게 되었다.


▶ 국적이 다양한 음식들

 

<쓰나미 만큼 널리 쓰이는 세계화된 일본어 스시: Victoria St W>


<스카이타워 앞의 먹자골목. 음식점이 다양한 국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호텔근처에 있는 한국식 술집>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거리를 좀 헤매다가 멕시코요리집에 들어갔다. 전통요리라는 것이 서양요리이니 뉴질랜드에서 토속적인 요리를 찾는 것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탈리아 요리, 멕시코 요리, 중국 요리 등 의외로 국적이 다양한 음식점들이 스카이타워 앞 길을 따라 자리를 잡고 있다. '소주 한잔'이라는 한글 이름을 단 한식당도 있다. 첫 날부터 한식당은 아닌 것 같아서 들어가지 않았다. 여행 후반부에 고기와 기름에 질리면 한번 찾아보자고 했더니 아들이 적극 동의를 한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서는 비상 식량을 많이 챙겨왔다.


<상호가 그냥 Mexican cafe다>

<멕시코산 맥주. 맥주값이 비싸다>


  Starter, Main meal, 후식으로 메뉴가 되어 있어서 이걸 따로따로 다 주문해야 되나 헷갈린다. 잘 모르니까 일단 각 메뉴의 맨 꼭대기에 있는 것을 하나씩 주문하기로 했다. 스타터로는 타코가 곁들여 있는 샐러드, 새우를 주 재료로 하는 볶음인지 튀김인지 헷갈리는 메인 메뉴, 그리고 생선이 들어간 스프를 주문했다. 그리고 맥주 두 병. 정말 배가 부르게 먹었다. 이걸 두 당 한개씩 주문해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그랬더라면 배가 터질 뻔 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먹은 음식은 멕시코요리>


<스카이타워 야경>





▣ 오클랜드 가이드


▶ 일정


  : Auckland 국제공항 도착(09:55) - 자동차 렌트(12:00) - 호텔(Ibis styles Auckland) 체크인(14:30) - Auckland ferry terminal(16:00) - Victoria park(17:00)- (Sky tower) - Britomat(18:30) - Harbour bridge(경유) - Akoranga(18:45) - Skytower(19:30) - 저녁식사(Mexican cafe, 20:50)


▶ 여행 경로



<*원도: Google earth>


▶ 경비


 

교통비

숙박비

음식

액티비티,
입장료

기타

합계

비용
(원)

217,148

118,408

46,849

41,738

23,765

447,908  

세부 내역
(NZD)

랜트카216,
오클랜드공항택시22.3NZD,
버스비17NZD

Ibis styles Auckland Hotel139

저녁(Mexican café)55

스카이타워49

편의점(음료, 맥주 등)27.9



다시 또 오클랜드를 간다면: 더 나은 여행을 위한 제안


  * 꼭 데븐포트(Daven Port)를 가보고 싶다. 버스에서 만난 젊은이가 데븐포트를 추천했었지만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갈 수가 없었다. 오클랜드항 건너편에 있는 데븐포트에는 마운트 빅토리아(Mount Victoria)라는 작은 화산이 있는데 그 자체도 볼거리지만 그곳에 오르면 오클랜드항과 그 뒤로 펼쳐진 오클랜드 중심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 자동차를 이용하여 갈 곳과 걸어서 갈 곳, 그리고 버스로 갈 곳을 구별하면 좋겠다. 주차 문제 때문에 시내를 걸어서 여행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래서 데븐포트에 갈 수가 없었다. 자동차를 이용하여 하버브리지와 데븐포트를 다녀온 다음 도보로 시내를 여행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2층버스가 궁금하다면 브리토마트에서 적당한 곳을 골라서 잠깐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 유명 랜트카 회사의 사무실은 공항 인근에 있지만 마이너급 랜트카 회사들의 사무실은 대개 공항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셔틀버스가 공항을 순회하므로 셔틀버스 승강장에서 기다리다가 해당 회사의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셔틀버스는 국제선 청사도 운행한다. 사무실을 찾다가 알아 낸 정보가 '국내선 청사 앞 렌트카 사무실'이었는데 불확실한 정보로 귀중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 데이터가 필요없는 무료 GPS지도 어플(Maps. me)을 활용했다. 이 어플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기 전에 지도를 다운 받아놔야 한다. 와이파이 상태에서 해당 국가를 확대하면 자동으로 내려받을 수 있다.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현지에서 랜트한 차에 장착된 네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는 가족 호텔을 이 어플을 이용해서 찾아간 적도 있다.

  하지만 지도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지도에 익숙하지 않다면 네비게이션 어플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Sygic이라는 네비게이션 어플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네비게이션 어플이다. 유료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


  * 우리나라에 비해 고위도 지역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해가 더 길다. 또한 여름철에는 썸머타임제(9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듬해 4월 첫째 주 일요일)를 시행하기 때문에 우리 감각보다는 저녁이 늦게 온다. 그래서 여름에 여행을 간다면 계획을 짤 때 저녁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짜는 것이 좋다. 참고로 뉴질랜드의 표준시는 날짜 변경선(180˚EW)이다. 그래서 세계 표준시인 GMT(그리니치 평균 시간)보다 정확히 12시간이 앞서가며 우리나라(표준시 135˚E)보다는 3시간(썸머타임 적용시 4시간) 앞서 간다.


  * 내내 액티비티에 비중을 두지 못한 여행이었다. 스카이타워의 스카이워크나 스카이점프 등은 마오리 전통을 현대 건축물과 결합시킨 뉴질랜드의 특징을 잘 살린 액티비티인 것 같다.


▣ 사진과 함께 보는 자투리 이야기들


<좁지만 취사시설이 갖춰진 호텔 Ibis styles Auckland>

<오클랜드항에 정박중인 크루즈선이 워낙 커서 다 잡으려면 광각렌즈를 써야한다>


<오클랜드항(Queens Wharf)에서 바라본 데본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