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거문도[Ⅲ]

▶ 답사일 : 2016. 8.18(목) ~8.19(금)

▶ 일정  

  *18일: 천안아산역 출발(07:45) - 여수엑스포역 도착(10:11)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10:30) - 승선표 매표(12:40) - 점심 식사(13:00) - 여수항 출발(13:40 - (나로도- 손죽도-초도-거문도 서도 경유) - 거문항 도착(고도,16:00) -  동도 방파제(16:25) - 거문대교(16:40) - 서도분교장(16:50) - 이끼미(이금포)해안(17:00) - 저녁식사(장촌, 17:50) - 1박(고도 거문리)  

  *19일: 거문등대(07:15) - 거문중학교(09:00) - 인어공원 전망대(10:50) - 녹산등대(11:30) - 점심(고도, 12:50) - 고도 답사 - 거문항 출발(16:30) - 여수연안여객터미널 도착(18:20) - 여천 진남시장(군산수산횟집, 18:50) - 여수엑스포역 출발(23:20) - 천안역 도착(03:11)  *[Ⅲ]편 내용은 빨간 글씨 부분임

 

 

 

▶ 거문도에 와서 한가꾸갈치국을 못 먹다니…

 

  술기운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몸은 가벼운 편이다. 좋은 안주에 즐겁게 마셨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까 잠깐 생각을 했다. 어차피 아침을 먹을 생각은 없는데 짐을 싸서 나가자니 좀 이르다. 거문등대를 다녀와야 하는데 날 더운데 언덕받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틀림없이 땀이 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일찌감치 거문등대를 다녀오는 것이 낫겠다. 다녀와서 씻고 옷도 갈아 입고.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민박집 아래층은 식당인데 나오는 길에 들어가보니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다. 그때 사람을 만났어야 했다. 갑인이가 또 갑인스러운 짓을 했기 때문이다. 거문도 최고의 해장국 한가꾸갈치국을 내 아침 해장국으로 미리 주문을 해놨던 것이다. 평소에 아침을 거하게 먹지는 않지만 거문도 엉겅퀴 잎을 말려두었다가 싱싱한 갈치가 잡힐 때 넣어서 끓이는 한가꾸갈치국은 '거문도의 맛'이라 할만큼 특별한 것이어서 한번쯤은 꼭 먹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술 마시다가 들어서 깜박하고 말았다. 한가꾸갈치국을 위해 한번 더 거문도에 가야할까보다.

 

▶ 거문등대 가는 길

 

  처음 운전해 보는 모델의 자동차지만 그다지 어색하거나 힘들지 않다. 거문등대를 가려면 삼호교를 건너 왼쪽으로 가야한다. 해안을 따라 길이 이어지다가 나무가 터널같이 우거진 숲속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다보면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의 종점이 나온다. 차를 돌릴 수 있는 곳이 종점에서 80여m 뒷쪽에 있는데 종점인줄도 모르고(표지판에 '자전거 돌리는 곳'이라고 써 있다) 도로의 끝까지 간 것이다. 어차피 이곳을 지나갈 수 있는 차는 없을테고, 또 이른 아침이므로 주차를 하고 길을 나섰다.

  거문등대는 서도의 남쪽 끝에 있는 수월산(128m)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찻길이 끝나는 부분에서 바로 급경사면이 시작되고 바다쪽으로 내려가는데 바다는 아니고 수월산으로 넘어가는 좁고 낮은 길이 나타난다. 바다의 좁은 부분은 해협이라고 하는데 땅의 이런 부분은 뭐라고 하나? 목이라고 해야하나?

 

수월산 자락에서 바라본 서도에서 수월산으로 넘어오는 목

 

거문등대로 가는 길. 앞에 보이는 산은 수월산(128m)이다. 등대는 사진의 오른쪽으로 한참 가야한다

 

 

▶ 백악기 화성암으로 이루어진 섬

 

  목이라고 해두자.

  이 목은 오랜 침식으로 암반이 드러나 있다. 딱 보기만 해도 암석의 종류가 줄줄 나온다면 좋으련만 이런 대목만 되면 짧은 경험과 지식이 안타깝다. 어제부터 나름 유심히 암석을 들여다봤는데 내 눈에는 선캄브리아기 변성암 계열인 것 같다. 하지만 지질도를 찾아보니 거문도는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 화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문도 지질구조. *Kp: 반암류/ Kiv: 안산암 및 안산암질응회암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백악기 반암류이다. 지질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반암류는 서도와 동도의 남쪽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문도 전지역에 분포한다. 반심성암에 속하는 반암류는 지표 가까운 곳에서 비교적 빨리 식으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화산암과 심성암의 중간 성격을 띤다. 급격하게 식는 분출암(화산암)은 유리처럼 결정을 전혀 함유하지 않거나 거의 없는 유리질(琉璃質, hyaline)인 반면, 서서히 식는 심성암은 식는 과정에서 먼저 식은 광물질을 중심으로 결정을 이루는 완정질(完晶質, holocrystalline)이다. 반심성암은 분출암과 심성암의 중간 성격을 띠는 암석이다. 그래서 미세한 결정이나 유리질 사이에 결정질이 섞여 얼룩모양(斑狀, Porphyritic)구조를 이룬다.

 

  ☞ 유리질, 완정질, 입상구조, 반상구조 http://blog.daum.net/lovegeo/6780820

 

서도 장촌 이끼미해수욕장 주변의 반암류

 

  수월산 일대와 서도의 남쪽 부분(거문도호텔 부근의 남쪽)은 백악기 화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암석은 안산암 및 안산암질응회암이다. 남해안 일대에는 백악기 화산암이 많이 분포하는데 거문도도 일부 지역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다. 나머지 지역도 분출한 용암은 아니지만 마그마가 지표 가까이에서 굳어서 만들어진 암석이므로 거문도는 전반적으로 백악기 화산활동과 관련이 깊은 곳임을 알 수 있다.

 

서도에서 수월봉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백악기 화산암들

 

 

동북동-서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화산암 절리. 거문도의 전체적 배열 방향인 북북서-남남동 방향과 수직 방향이다

 

어디를 가나 바다를 더럽히는 쓰레기가 안타깝다. 썪지도 않는 플라스틱들이 대양 한 가운데에 쓰레기 섬을 만들고 있다니.

 

 

▶ 다른 곳에도 화산암이 있다.

 

  웹서핑을 하다 보니 내가 가보지 못했던 곳에 응회암으로 보이는 암석이 있다. 응달산 서쪽 바닷가에 용냉이(용물통)이라는 곳이다. 지질도에는 반암이 있는 곳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어떤 블로거의 글에 담긴 사진을 보니 응회암이다. 설명도 '시멘트를 발라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볼 때 반암류 보다는 응회암류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용냉이 일대에 있는 응회암으로 보이는 바위 *출처: 구름 저편에(https://blog.daum.net/lieuth/7091533)

 

☞ 용냉이 

카카오맵

  

  그렇다면 거문도는 화산섬이 아닐까 싶다. 1억년 세월 동안 침식을 당해서 화산의 모습을 많이 잃었으나(우리나라의 백악기 화산들은 모두 그렇다) 섬의 전체적인 모양으로 보거나 지질구조로 보거나 화산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 거문등대 가는 길: 수월산 상록수 숲길

 

  목을 지나서 수월산 자락에 들어서면 숲길이 이어진다. 동백을 비롯한 상록수가 우거진 상록수림 터널이 계속된다. 잘 모르는 내가 얼핏 봐도 나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답사자료에 보니 나무의 종류가 수 십 가지다. 구실잣밤나무, 생달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까마귀쪽나무, 박달목서, 감탕나무, 돈나무, 다정큼나무, 사스레피나무, 광나무, 멀꿀, 큰보리장나무, 송악… 보고 구별하기는 커녕 이름조차도 처음 듣는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나무 터널 속은 어두컴컴할 정도여서 카메라의 감도를 잔뜩 높여야만 사진이 찍힌다. 상록수림 터널이 끊기는 부분에서는 바다 경치가 일품이다. 앞쪽으로는 거문등대가, 뒷쪽으로는 서도와 고도가, 그리고 옆으로는 선바위를 대표 선수처럼 내세운 푸른 바다가 언뜻언뜻 보인다.

 

거문등대 가는 길은 상록수 숲이 터널을 이룬 길이다

 

터널 속에 서 있는 이정표

 

상록수림 터널이 끊기는 부분에서 바라본 거문등대

 

虎死留皮 人死留名? 이렇게 이름을 남기라는 뜻은 아닐텐데

 

끊어졌다가 다시 시작되는 상록수 터널

 

울창한 숲 사이로 언뜻언뜻 바다가 보인다

 

▶ 하늘의 별을 딴 사람들: 거문등대 개방 숙소

 

  숲길이 끝나고 거문등대 입구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 문은 열려있다. 묵직한 화강석으로 장식된 입구 너머로 2층짜리 관사 건물이 보이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소박한 숲길의 이미지와는 좀 다른 느낌이다. 아침부터 남의 집 안을 들여다 보기는 민망한 일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니 발코니에 널려있는 옷가지 하며 작은 등대 치고는 직원이 많은 모양이다. 알고보니 거문등대는 해수부에서 '개방 등대'로 선정을 한 등대로 숙소를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단 1세대 뿐이라서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하는데 오늘도 누군가 별을 딴 사람이 숙소에 든 모양이다.

 

거문등대 입구와 개방 숙소

 

내부 공간이 상당히 넓고 단장이 잘 되어 있다. 등대와 숙소

 

거문도 등대가. 이런 노래가 있었나?

 

 

▶ 영해 기점 거문도

 

  거문도는 남해안 최남단에 있기 때문에 남해안 직선기선이 통과한다. 통상기선을 사용하는 제주도에서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는 기선이 거문도 서쪽 여서도를 기점으로 다시 직선기선으로 전환되는데 여서도 다음 기점이 바로 거문도이다. 거문도가 남쪽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직접 와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거문도는 더 남쪽에 있다.

 

 

영해선을 표시한 지도를 돌판에 새겨놨다. 안타깝게도 글씨가 거의 안 보인다. 사진이 그렇게 나온 것이 아니라 원래 안 보인다

 

▶ 거문등대 둘러보기

 

 

좀 더 일찍 왔더라면 해뜨는 장면을 봤을 수도 있겠다

 

등대기지가 아니고 등대지기다. '등대지기'라는 노래가 있어서 이런 표지석을 세웠을까? 그때 '지기'는 한자말이 아닌데 뭔가 재미있는 사연이 담겨있은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백도를 볼 수 있는 정자, 觀白亭. 날씨가 흐리지는 않지만 오늘은 백도가 보이지 않는다

 

관백정에서 바라본 바다

 

관백정은 거문등대의 끝 절벽 위에 서있는데 그 앞으로 작은 돌섬이 있다. 왼쪽에 주상절리 비슷한 바위가 하나 있다. 안산암이나 응회암에서도 주상절리가 발달할 수 있지만 이 일대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거문등대. 승강기로 오르내리는 꽤 큰 등대다. 숙소보다는 저기를 전망대로 개방하면 좋겠다

 

등대 아래 절벽

 

관백정에서 백도는 보이지 않지만 소삼부도와 대삼부도는 보인다

 

절벽 아래 작은 만입에 포켓비치가 발달한다

 

 

지질도에 따르면 관백정 앞의 암석은 화산암이어야 하는데 내 눈으로 보기에는 입상구조의 화강암처럼 생겼다. 지질도가 틀렸나^^

 

입암(立巖, 선바위)은 우리나라 암석해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Sea stack이다. 규모가 상당히 크다

 

돌아오는 길에 상록수 터널을 또 찍어본다. 질리지 않는다

 

삼호대교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마을 덕촌과 거문리

 

照葉관목으로 보이는데 이름은 모른다. 상록수 터널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아주 작은 빛에도 입이 반짝거린다

 

수월산과 서도를 잇는 목을 수월산 자락에서 바라본 장면. 건너편에 타고온 차가 보인다

 

위대한 생명들이 곳곳에 있다. 바닷물과 바닷바람뿐인데도 바위틈에 뿌리를 내렸다

 

목에서 바라본 고도와 서도 사이의 해협

 

[Ⅳ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