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거문도

여수, 거문도[Ⅵ]

Geotopia 2016. 9. 8. 12:14

▶ 답사일 : 2016. 8.18(목) ~8.19(금)


▶ 일정  

  *18일: 천안아산역 출발(07:45) - 여수엑스포역 도착(10:11) -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도착(10:30) - 승선표 매표(12:40) - 점심 식사(13:00) - 여수항 출발(13:40 - (나로도- 손죽도-초도-거문도 서도 경유) - 거문항 도착(고도,16:00) -  동도 방파제(16:25) - 거문대교(16:40) - 서도분교장(16:50) - 이끼미(이금포)해안(17:00) - 저녁식사(장촌, 17:50) - 1박(고도 거문리)  


  *19일: 거문등대(07:15) - 거문중학교(09:00) - 인어공원 전망대(10:50) - 인어상(11:15) - 녹산등대(11:30) - 점심(고도, 12:50) - 고도 답사 - 거문항 출발(16:30) - 여수연안여객터미널 도착(18:20) - 여천 진남시장(군산수산횟집, 18:50) - 여수엑스포역 출발(23:20) - 천안역 도착(03:11)  *[]편 내용은 빨간 글씨 부분임

 

 

 

 

▶ 거문리에서 맛본 진귀한 회

 

  기다리던 세 분 선생님들이 반색을 하신다. 맛난 회를 남기느라 애를 쓰셨다는 농담에 죄송할 뿐이다. 기름을 넣겠다고 늑장을 부렸는데 과업도 완수하지 못하고 늦기만 했으니…  식탁에서 기다리던(?) 횟감들 마저 송신증이 났겠다.

  주 메뉴는 삼치회다. 비계와 살코기로 되어 있는 삼겹살 마냥 회가 색깔이 다른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벌써 보기부터 남다르다. 요즘에는 먹기 힘든 어종이라는데 갑인이 초등학교 동창인 주인이 특별히 마련해준 메뉴란다. 삼치 특유의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다.

  두번째 주인공은 무늬오징어라는 녀석이다. 처음 듣는 이름인 무늬오징어는 회 모양으로는 일반 오징어와 비슷하다. 식감이 부드럽다. 나중에 수족관에 있는 무늬오징어를 봤더니 몸에 반점이 있다.

  그리고 갈치회. 이것 역시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쫄깃한 질감이 느껴진다.

  또 한 가지, 쥐치회다. 어제 수족관에 있는 쥐치를 보고 반가워했더니 갑인이가 주문을 해놨다. 학창시절에 동해안으로 답사를 갔을 때 몇몇 친구들이 쥐치회를 먹고 와서 자랑을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 무슨 일로 함께 가지 않아서 맛보질 못했었다. 작은 주둥이는 튀어 나오고, 꼬리는 꽁지털 빠진 닭 마냥 생겨서 상당히 못생겼지만 역시 육지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어종이다.

  두서없이 젓가락을 놀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쏘스란다. 우리 동네는 어종과 무관하게 회는 무조건 초장이나 와사비장에 찍어 먹는다. 하지만 '여수는 쏘스'라고 세 분이 공통적으로 강조를 하시는데 은근히 복잡하다. 우선 오늘의 주인공인 삼치는 양념 간장에 찍어 먹는다. 김치에 싸서 먹으면 또한 일품이다. 무늬오징어와 갈치는 마늘을 듬뿍 넣은 된장을 찍어 먹는다. 그리고 쥐치는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감탄하랴, 먹으랴, 정신이 없는데 쏘스 따지느라 더 정신이 없다.

 

<삼치, 갈치와 무늬오징어, 쥐치 *간장 종지가 있는 접시부터 왼쪽 방향으로>

 

  벌써 배가 불러오는데 이번엔 자리돔물회라는 메뉴가 등장한다. 국수사리와 곁들여 먹는데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건 꼭 먹어봐야 한단다. 여름에만 나오는 메뉴인데 시원하고 담백해서 배가 불러도 맛있다. 자리돔은 제주도가 주산지인데 둥글고 넓은 그물을 바다 속에 담가 놓고 자리돔이 그물 위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들어 올려서 잡는 전통적 자리돔 잡는 법이 유명하다. 이 들그물을 '사들'이라고 하며 자리돔은 젓갈용으로 많이 쓰인다. 그 유명한 자리돔을 이곳 거문도에서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거문도가 제주도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리돔물회와 국수>

 

<은갈치 구이와 은갈치 조림이 마무리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불러도 먹지 않을 수가 없다>

 

<무늬오징어. 수족관에 있는 것을 핸폰으로 찍었는데 화질이 나빠서 모양이 잘 분간이 안된다>

 

<돌멍게>

 

<피리라고 하는 이 물고기는 민물의 피라미와 비슷하게 생겼다. 내 고향에서는 민물피라미를 피리라고 하는데 이름과 모양이 거의 같아서 재밌다>

 

▶ "그래서 마누라 나오라고 했네!"

 

  낮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배에 올랐다. 7:30분에 여수엑스포역을 출발하는 차표를 끊어 놨는데 갑인이는 얼른 취소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어부인이 멀리 섬에 나갔던 낭군님을 눈 빠지게 기다리실텐데 밤 늦게까지 친구와 노닥거려서야 되겠냐, 얼른 집에 들어가 마나님을 알현해야지' 하고 저항을 했더니,

 

  "그래서 마누라 나오라고 했네!"

 

  참 할 말이 없다. 이 인간이 그동안 공부만 한 줄 알았더니 재담도 따로 공부했나?

 

  어제 타고 온 배, 줄리아아쿠아호가 기다리고 있다. 창가 자리에 앉았지만 경치 구경은 커녕 술기운에 잠에 떨어졌다. 술김에도 오르락 내리락 배가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거문항에서 대기중인 줄리아아쿠아호>

 

<흔들리는 배>

 

 

▶ 진남시장 군산수산

 

  교무부장님 내외와 갑인이 각시, 그리고 나, 네 명이 갑인이 뒤를 따랐다. 단골집인데 꼭 한 번 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배를 터트려 죽일 작정인 모양이다.

  여천의 진남시장이다. 진남관은 여수의 상징이 될 만한 곳인데 이곳이 아니라 여수 시내 한가운데에 있다. 진남관과는 멀리 떨어진 이곳이 진남시장이 된 연유는 알 수 없다.

  테이블이 서너 개 놓여있는 아담한 집인데 주인아저씨가 넉넉한 웃음으로 맞아준다. 한쪽은 회식이 예약되어 있고 우리 자리도 미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두 팀이 예약이 되어 테이블이 다 찬 것이다. 군산이 고향이라는 주인은 얘기를 하다보니 나랑 동갑이다. '회하면 군산'이던 시절 얘기를 한 바탕 나누면서 아는 척을 했다. 친형님이 그 유명한 군산 복어탕을 운영하신단다. 몇 해 전에 가본 기억이 있다.

  군산의 손맛이 느껴진다. 그릇 놓을 자리가 없어서 포개 놓던 옛날 군산 스타일은 아니지만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게 맛난 것들이 줄줄이 나온다. 또 감동이다. 이번 여행은 먹을거리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수 없겠다.

 

<삶은 오징어던가? 짭짤한 간장소스와 레몬을 넣은>

 

<메인에 앞서 나오는 곁다리들. 돌멍게, 소라 등등>  

 

<메인 메뉴. 흰살, 붉은 살이 다 있다>

 

<메인이 먼저 나오고 곁다리가 나오는 강남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홍어. 배탈이 나더라도 먹어야 한다>  

 

<계절의 맛 전어구이>

 

<김치김밥. 어? 초밥은 안 찍었네… 취했었나?>

 

  옆 자리에 회식팀들이 도착했다. 진남시장 상인회원들이라고 한다. 하모회를 아느냐고 묻는다.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 대경도에 갔다가 줏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분들 주 메뉴는 바로 하모회다. 몇 점 건네는 술판 인심 덕에 하모회를 맛봤다. 카메라를 보더니 '잘 좀 찍어서 우리 진남시장 좀 선전해달라'고 주문을 한다. 내 일찌기 이런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엔 올리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러마 하고 약속을 했으니…

 

 

<하모회>

 

<포즈를 취해주시는 진남시장상인회원님들>

 

<사장님이 작별 인사를 하러 따라 나왔다가 수줍게 포즈를 취해 주신다>

 

<진남시장 풍경. 늦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 여수엑스포역 주변을 헤매다

 

  휴가 나온 작은 아들 친구들이 집에 와서 모임을 하고 있다. 자리를 비켜주마 약속을 했는데 어쩌나… 11:20 차를 타면 새벽 3:11분에 천안역에 도착한다. 그 시간에 들어가면 한 잔 하고 자던 아들 친구들이 깜짝 놀랄 것이다. 어차피 기차 시간은 여유가 있으니 여수엑스포역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옛날 여수역과 여수엑스포역은 이름만 바뀐 것이 아니라 위치도 바뀌었다. 옛날 기억에는 주변에 이런 저런 시설들이 많이 있었는데 여수엑스포역은 엑스포공원 앞에 덩그러니 혼자 있는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 숲인데 보아하니 모두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엑스포 전시장은 컴컴하지만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지나간다. 휘 둘러본 결과 집으로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에 마땅히 잠을 잘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아들과 친구들이 자다가 깜짝 놀라도 어쩔 수가 없다.

 

<여수엑스포역 앞에서 바라본 엑스포공원>

 

<전시장은 모두 문을 닫았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 다시 가보고 싶은 곳, 거문도

 

  거문도,

  갑인이를 처음 만났던 34년 전에 들었던 이름이다. 아마 그 전에도 들었겠지만 가까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그 때, 갑인이 때문이었다. 백도의 仙景에 대해서도 그때 들었다. 하지만 큰 맘을 먹지 않으면 가기 어려운 곳이 거문도다. 큰 맘이고 뭐고 뇌리에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곳이라고 해야 맞겠다. 제주도보다 가깝지만 제주도보다 더 가기 어려운 곳이 아닐까 싶다.

  고향에 들어간 갑인이 덕에 거문도를 갈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이틀 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여운이 길어서 답사기를 며칠 째 쓰고 있다. 다녀온 얘기를 옮겨 적는 것인데 어째 실제 다녔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글을 써야 한단 말인가? 둔한 문장력 탓이겠지만 무엇보다 그만큼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갔던 곳을 또 가기에는 못 가본 곳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리학도다. 하지만 거문도, 거긴 한번 더 가보고 싶다.

 

  다음엔 한가꾸 갈치국을 먹고 백도도 꼭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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