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답사일: 2015년 12월 18일(금)
▶ 채석강(彩石江)-바다에 강이 있는 이유
채석강(彩石江), 이태백이 놀았다는 중국의 강이다. 이백의 일생으로 볼 때 창지앙(長江) 중류 어디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이름이 우리나라에, 그것도 강이 아닌 바닷가에 있다.
왜?
그 아름다운 절경이 바로 중국 채석강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쓰였던 이름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조선 사대부들의 사대주의적 세계관이 엿보이는 이름이다.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많은 고지도에는 그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널리 쓰였던 이름은 아닌 것 같다.
<격포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채석강의 석양>
▶ 바다로 돌출된 곶(串), 채석강, 곶에 발달한 만입지(灣入地), 격포해수욕장
돌출된 곳을 곶(串), 반대로 육지 쪽으로 들어간 곳을 만(灣)이라고 한다. 대개 파도의 에너지가 강하게 미치는 곶에는 암석해안이 발달하고 반대로 에너지가 분산되는 만에는 모래해안이 발달한다. 하지만 둘 다 기본적으로 파도의 에너지가 강한 곳에 발달한다. 조차가 큰 서해안은 대부분 파도의 에너지가 약하기 때문에 갯벌이 발달한다.
변산반도는 '서해안에 있는 곶'이다. 바다로 돌출된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서해안이지만 파도의 에너지가 상당히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채석강 해안 절벽이 발달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 바다쪽으로 돌출된 곶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석강의 북쪽에는 격포해수욕장이 있다. 고운 모래로 덮인 모래해안이다. 서해안의 모래해안은 모두 이런 지형적 특징을 하고 있다. '곶에 발달한 만'
그래서 변산반도는 특이하다. 암석해안과 모래해안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산반도 주변(새만금, 곰소만)에는 너른 갯벌이 발달한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세 종류의 전형적인 해안지형을 답사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암석해안인데 파도의 침식으로 노출된 암석이 우리나라의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중생대 퇴적암이기 때문이다. 해안에 노출된 암석을 볼 수 있는 곳은 수도 없이 많지만 채석강처럼 전형적인 퇴적층을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격포해수욕장 주변의 지형 *원도: Google earth>
<격포해수욕장과 채석강>
▶ 지질구조: 중생대 백악기 화산성 퇴적층
<격포 일대의 지질구조. Kbg(격포리층) (응회질) 역암, 사암, 이암, (화산력) 응회암 협재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채석강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BP 1억4,400만년-6,640만년)에 화산활동과 퇴적작용으로 형성되었다. 수 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는 퇴적층들은 보기보다 꽤 복잡한 지질구조를 보여준다. 화산활동에 기인하는 응회암과 퇴적작용으로 만들어진 지층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육안으로 구별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지층들이다. 일반적으로 퇴적층의 하부와 상부는 화산성 응회암이 분포하고, 중간부에는 퇴적층이 분포한다. 격포해수욕장 쪽으로는 넓은 파식대가 발달하는데 퇴적층이 판상절리로 떨어져 나가 평평한 퇴적면을 볼 수가 있다. 이 일대는 대부분 시멘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수성화산폭발에 의한 응회질의 퇴적암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격포해수욕장의 북쪽에 위치한 적벽강 일대는 더욱 복잡한 지질구조가 나타난다. 변산응회암(Kbbt)을 주축으로 석포응회암(Kbst), 격포리층(Kbg), 반상화강암(Jpgr, 쥬라기)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치밀견고한 부석편 결핍(화산력) 응회암, 고온 상태에서 화산력들이 굳는 현상인 용결현상, 응회질의 사암과 이암이 협재하는 층 등이 복잡하게 나타난다.
<이암 퇴적층노두>
<절리면을 침식하여 좁은 물길이 생겼다. 퇴적암은 풍화속성이 약하기 때문에 절리면을 따라 좁은 협곡이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
<직선상으로 발달한 남-북 방향의 절리>
<해식애와 파식대의 연결부가 깊이 침식되었다>
<화산력들이 박힌 응회암. 자갈이 원마되지 않은 각력질이다>
<응회암이 노출된 파식대>
<북서-남동 방향의 절리와 떨어져 나온 응회질 암편>
<응회암에 포획된 굵은 자갈. 화성암 속에 들어있는 이질적인 포획암이다>
<포획암이 떨어져 나간 자리인 수평 풍화혈(風化穴, Gnama)>
<전형적인 해식애와 파식대>
<수평 풍화혈인 가마솥바위(Gnama)가 모여있다>
<응회암 속의 포획암들>
<밀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면 사면초가가 되겠다>
▶ 사구와 편향수
격포 해수욕장의 배후에는 서풍에 의해 운반된 미립질의 모래가 쌓여 사구(沙丘)가 발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구와 사빈의 연결부에 방파제를 쌓고 포장도로를 만들어 사빈에서 사구로 모래가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포장도로는 사구의 해송숲을 제거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해송숲이 왜소하다. 잘 보존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그나마 남아있는 해송숲마저도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서풍이 강하기 때문에 해송숲의 소나무들은 동쪽으로 기울어진 편향수이다.
<사구와 편향수>
백사장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사구의 끝에 바다쪽으로 내어 쌓은 방파제는 되돌아가는 파도의 에너지를 강하게 하여 해안침식이 일어나고 있다. 방파제 앞에 쌓인 굵은 자갈들이 그 증거이다. 미립질은 반류에 의해 제거되고 굵은 자갈류들만 남은 것이다. 방파제 보다도 더 바다쪽으로 돌출하게 구조물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지은 음식점도 있다. 바다 경관을 독점하려는 욕구는 결국 공유해야할 경관을 파괴하여 공멸의 길로 가는 시발점이 된다.
<방파제 앞에 드러난 자갈과 백사장으로 돌출한 인공구조물>
▶ 불꽃놀이의 후유증
아침의 바닷가는 처참하다. 간밤의 화려했던 불꽃놀이가 날이 밝으면서 그 민낯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어둠을 가르는 불꽃은 찰나의 짜릿함을 준다. 버려지는 잔유물들은 어둠에 묻히니 도덕적 죄책감도 외면할 수 있다. 찰나의 짜릿함이 억겁의 환경파괴로 간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아침의 해변을 보는 기분은 많이 씁쓸하다.
<찰나의 짜릿함, 억겁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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