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식생&토양

물건리 어부림

Geotopia 2015. 4. 6. 21:03

  해안에 인접한 어촌은 바람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막아주는 것이 방풍(방조)림으로 어촌에서 흔히 발견이 된다. 서해안이나 동해안의 경우는 사구에 발달한 해송숲이 일반적이다. 기후 및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강한 해송은 방풍(방조)림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어 왔다. 남해안에서는 온대활엽수림이 이런 역할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는데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의 어부림이 대표적이다.
  어부림은 300여년 전에 조성된 방조림으로 길이 1500m, 폭 30m에 이른다. 숲의 크기도 물론 주목할 만한 규모지만 그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아서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관은 대체로 10m~15m에 이르며 크게 두 개의 층으로 나뉜다. 위 층은 2000여 그루의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상수리나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층은 8000여 그루의 보리수나무, 동백나무, 광대싸리나무, 윤노리나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19세기 말에 숲의 일부를 훼손한 후 폭풍 피해를 크게 입은 이후 '숲을 훼손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금기 전설은 숲을 보전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물건리에서는 지금까지도 매년 음력 10월15일 이 숲에서 가장 큰 이팝나무를 당산목으로 정하여 제를 올리고 있다. 숲 인근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네번째 사진) 이곳도 일제의 손길이 직접적으로 미쳤음이 분명한데, 일제강점기를 거쳤음에도 이러한 숲이 원형으로 보존된 것은 흔치 않은 사례이다. 강력한 금기 전설의 영향이 숲의 보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형태의 마을 숲이 많이 있었다. 하천의 공격사면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남원의 동림이나 하회마을의 만송림 등이 유명하며, 특히 해안지역에 이러한 형태의 마을 숲이 발달하였다. 큰 길에서 볼 때 마을을 가려주는 당산나무도 이와 유사한 기능을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09.12.26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