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식생&토양

차령산지의 식생

Geotopia 2015. 3. 20. 21:49

▶ 대나무

 

  전통적으로 온대와 냉대의 경계로 일컬어졌던 차령산지는 이제 온난화 때문에 완벽하게 온대지역에 속하게 되었다. 온대의 지표종인 대나무가 차령을 넘은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차령산맥'이라는 이름의 근원이 되었음직한 '차령고개'는 공주시와 천안시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그 차령고개에도 무성하게 대나무가 자라는 대나무밭이 있다. 이제 연륜이 제법 되어 대 숲이 많이 넓어졌고 대나무도 꽤 굵다. 대나무의 굵기는 기온과 관련이 깊다.

 

<차령고개의 대나무>

 

▶ 자작나무

 

  자작나무는 냉대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활엽수이다. 추운 겨울이 특징인 냉대지역은 침엽수림이 주로 발달함에도 불구하고 활엽수인 자작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자작나무가 추위와 짧은 여름에도 잘 견디는 나무라는 뜻이다. 자작나무는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진화를 했다. 즉, 껍질이 얇지만 여러 겹으로 되어 있으며 껍질 사이사이에 기름 성분이 들어있어서 강추위로부터 자신의 내부를 보호할 수 있다.

  추억의 명화로 꼽히는(뻥튀기 된 냉전 시대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닥터 지바고'에 등장하는 자작나무는 아릿한 아름다움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독립운동가 이범석장군은 회고록 '우등불'에서 야영중에 자작나무가 아주 쓸모가 많았음을 기록하고 있다. 비가 웬만큼 내린 다음에도 불을 붙이면 불이 잘 붙으며 그 껍질은 방수 효과가 뛰어나서 야영을 할 때 바닥에 깔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잘 차단이 된다.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북부 지역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불쏘시개로 부엌 한 켠에 상비했다고 한다. 북부지역에서 자작나무가 어떤 존재인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가 한 편 있다. 시인 백석이 지은 시로 그는 함경남도 함주에서 이 시를 지었다.

 

백화(白樺)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山너머는 平安道 땅이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결혼을 의미하는 '화촉을 밝힌다'라는 표현에서 '화'는 대부분 '華'로 쓰지만 '樺(자작나무 화)'로 쓰기도 하는데 자작나무 껍질로 초를 만들어 썼던 것에 기인한다. 종이가 없었던 시대에는 종이 대용으로 글을 쓰는 용도로도 많이 사용하였다.

 

<광덕면 지장리가 보이는 능선에서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다>

 

  금북 능선 곳곳에서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다. 나무가 아직 크지 않고 군락지의 범위가 넓지 않을 것으로 보아 자생한지가 그다지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온난화로 대나무가 차령을 넘은 것은 그렇다고 치는데 어째서 반대로 자작나무가 이곳까지 내려와서 살게 되었을까? 추운 곳에 잘 적응하는 나무라고 따뜻한 곳에서 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따뜻한 곳에서만 사는 나무는 추운 곳에서는 못 살겠지만 반대로 추운 곳에서 사는 나무는 따뜻한 곳에서 사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자연산이다', '누군가가 심었을 것이다' 해답 없는 논란을 주고 받았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공통적으로 군락지가 금북 능선의 북사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남쪽까지 내려왔지만 그 중에서도 추운 곳을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광덕면 지장리의 여러 계곡에서 자작나무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천안시 광덕면 지장리와 공주시 정안면 월산리 사이의 금북정맥. 북록에 자작나무 군락이 있다>

 

▶ 참나무류의 활엽수

 

  금북정맥의 차령-곡두재 구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참나무류의 활엽수이다. 비옥한 편마암 산지로 보수성이 좋기 때문에 활엽수가 자생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졸참나무류는 우리나라 중부지역에서 극상림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수종이다. 경사가 급한 능선에서는 참나무잎 때문에 길이 아주 미끄러울 정도로 금북 능선을 따라 참나무가 많이 자생한다.

 

<요건 뭐임?>

 

 

▶ 혼합림

 

  활엽수와 침엽수가 섞여 있는 혼합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인 숲이다. 하지만 금북 구간에서는 침엽수를 찾아보기가 훨씬 어렵다. 척박한 토양에도 잘 견디고 산성에 강한 소나무류는 화강암 산지에서 더 많이 자생하며 숲이 나이를 먹을수록 음수성 나무들에게 밀려 나는 것이 보통이다.

 

<대부분 구간에서 소나무류의 분포가 훨씬 적다>

 

▶ 서어나무(서나무)-극상림의 대표 수종

 

  이 구간에서 눈에 띄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인제원 고개를 넘어 프린세스골프장 끄트머리 쯤 되는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신령스럽게 생긴 한 그루의 나무를 볼 수 있다. 얼핏 잎이 느티나무 비슷하게 생긴 것도 같지만 줄기의 표면이 매끄러워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느티나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참나무류 보다 더 음수성의 나무여서 극상림의 대표 수종으로 꼽히는데 아직 금북정맥에서는 많이 보기 어렵다. 숲의 연륜이 길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에는 못 봤는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 만나는 이 나무에 혹이 생겼다>

 

<옛 사진을 꺼내 보니 그 때도 있었다. 201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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