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식생&토양

온대림이 빨리 자랄까 열대우림이 빨리 자랄까?

Geotopia 2017. 5. 10. 00:07

  바보같은 질문처럼 들린다. 덥고 강수량이 많은 열대우림기후지역에서 자라는 열대우림이 당연히 성장속도가 빠를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자라는 상록 교목들로 대표되는 열대우림은 당연히 성장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자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열대우림은 중위도 온대림에 비해 성장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보통 20배 가까이 느리게 자란다고 한다(English, P.W, 1995, 'Geography, People and Places in a changing world', p. 484)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빠를수록 조직이 연하고 치밀하지 않다. 지구상에서 자생하고 있는 나무 가운데 재질이 연해서 펄프용재로 쓰이는 나무는 열대림이 아니라 냉대림(타이가)이다. 반면에 열대림은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기 때문에 펄프용재보다는 가구용재, 건축용재, 또는 악기재료 등으로 활용된다. 티크, 라왕, 마호가니, 흑단 등등.

  온대지역은 계절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나무는 여름에 성장한다. 열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생육이 가능한 계절(주로 여름)에 빠르게 성장을 한다. 반면 열대우림지역은 기온과 강수 조건이 양호하기 때문에 연중 자란다. 좋은 조건 속에서 자라는 나무는 굳이 성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열대림>

 

<캄보디아 앙코르왓 주변의 열대림>

 

  그렇다면 왜 열대우림이 온대림에 비해 훨씬 키가 큰 것일까?

  그 이유는 성장의 한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의 생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강수량이다. 물론 기온 조건도 영향을 미치지만 강수량이 불충분하면 나무가 아예 자랄 수가 없기 때문에 기온보다는 강수가 첫번째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열대우림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나무가 많이 커도 그 덩치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수분 공급이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기후지역은 열대우림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기 때문에 나무가 일정한 크기 이상으로 자라 더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면 그에 걸맞는 만큼 충분하게 수분을 공급할 수 없다. 열대우림 지역과 기온조건은 거의 같은 사바나 지역에 큰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거나 반건조지역에는 나무가 못자라거나 자라도 크게 자라지 못하는 것에서 나무의 이러한 특징을 잘 알 수 있다. 온대지역 중에서도 연중 강수가 고른 서안해양성기후 지역은 나무가 매우 크게 자라기도 한다.



<서안해양성기후(cfb) 지역의 거목  *뉴질랜드 북섬 로토루아의 레드우드>


▶ 재미있는 실험: 참나무 키우기 


  거창한 실험(?)을 해 보았다. 사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 몇 해 전(2010년 가을)에 광덕산에 갔다가 우연히 주워온 상수리를 화분에 놓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이 녀석들이 싹을 틔우는 바람에 관찰을 하게 된 것이다. 함께 갔던 작은 아들이 주워다가 발코니 화분에 던져 놓았던 것인데 이듬해(2011년)에 처음 싹을 틔웠다. 처음 싹을 틔운 해에는 세상에 처음 나와 적응하느라고 그랬는지 잎이 겨우 여섯 장이 나왔었고 키는 거의 자라지 않았었다.

 

<2012년 2월 26일>

 

  2012년 2월 말에 줄기에서 새 잎이 나기 시작했다(위 사진). 그러니까 2011년 1년 동안 싹을 틔우고 자란 것이 이만큼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년째에는 양상이 매우 달라졌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2012년 3월 4일>

 

  약 3개월 사이에 키는 몇 배가 자랐고 잎의 숫자도 많아지고 잎의 크기도 매우 커졌다. 이런 상태라면 몇 해 안으로 천정까지 닿을 것 같다.

 

<2012년 6월 21일>

 

  이 녀석을 어찌할 것인가? 키가 점점 자랄수록 우리 가족의 수심(?)은 커져만 간다. 일단 올해까지는 제 맘대로 자라도록 한 다음(특별히 거름이나 영양제를 주지는 않았다) 내년 봄에 새 잎이 나오기 전에 고향인 광덕산에 옮겨 심어주기로 잠정적으로 결정을 했다. 덩치 큰 선배들의 틈바구니를 잘 비집고 자라줘야 할텐데…

 

<1년 만에 이만큼 자랐다. 2013. 6.16>

 

<발코니에서 키울 수가 없어서 자연으로 돌려 보냈다. 2014.5.31>

 

<2015.7.4. 자연으로 돌아간지 1년. 줄기가 굵어지고 키도 많이 컸다>

 

<2016.6.26. 밑둥 굵기가 낫자루만해졌다>


<2017.5.9. 곧 열매가 맺힐 것 같다>


[2018.11.4]


[2018.11.4. 두 그루 중 한 그루는 화분에 억제 재배를 했었다. 집 화단에 1년을 옮겨 심었다가 먼저 옮겨온 나무 옆에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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