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풍화&침식

삽교천으로 갈 물이 금강으로 간다면?

Geotopia 2014. 11. 13. 16:31

▶ 금북에서 만난 재미있는 곳-하천 쟁탈

 

  금북정맥 차령에서 양곡리(세종시 전의면) 구간을 걷다가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삽교천 수계에 해당하는 물이 금강수계로 흡수되는 곳이다. 천안시 광덕면 원덕리와 세종시 전의면 양곡리 사이의 한 지점이다. 사실 비가 올 때나 물이 흐르는 최상류 지역이므로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지형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재미있는 그곳  *원도: Daum지도>

 

  금북정맥에는 정맥의 정상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임도가 몇 군데 있다. 완전히 일치하는 구간은 거의 없지만 능선(분수계)과 '거의' 일치하는 구간은 조금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이 이곳, 천안시 광덕면 원덕리와 세종시 전의면 양곡리를 사이에 두고 지나가는 구간이다. 임도를 능선을 따라 건설하다보니 능선의 두께가 매우 얇아졌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는 정맥꾼들도 금북 능선을 타지 않고 임도를 타는 것이 보통이다.

  임도의 안쪽(계곡쪽이 아닌 능선쪽)에는 배수로가 설치되어 있다. 폭우 때 임도가 깎여 나가지 않도록 배수로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다.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비가 많이 내리면 제법 큰 물줄기가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아마도 폭우가 쏟아진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구배가 완만한 배수로가 폭우를 이기지 못하게 되자 배수로의 얕은 부분에 물이 고였을 것이다.

 

<문제의 지점. 임도 옆 수로의 구배가 상당히 완만하고 문제의 지점은 하류쪽(사진 앞쪽)보다도 약간 낮아 보인다>

 

  그런데 이 구간에 공사 후 남아있는 능선은 매우 얇아서 능선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암석도 없이 흙으로만 되어 있는 얇은 둑에 불과하다. 여기서 사달이 난 것이다. 비는 쏟아지는데 물은 안 빠지고, 어디로든 분노를 폭발시켜야 할 물들에게 이곳이 가장 안성맞춤인 곳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들짐승들이 작은 구멍이라도 뚫어 놨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일단 뚫린 작은 구멍은 걷잡을 수 없는 물길을 만들어 이렇게 능선을 자르고 만 것이다. 사정이 다급해지니까 거의 평지나 다름 없었던 하류쪽의 물도 역류하여 이곳으로 빠져나갔을 것이고 수량이 불어나니 침식력은 더욱 커졌다. 이제 왠만한 비에도 물은 이곳으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원래는 곡교천-삽교천-아산만으로 가야했던 물이 조천-미호천-금강-군산 앞바다로 가는 운명의 대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만약 이 물길이 굳어진다면 금북정맥도 미세하지만 노선 변경을 해야만 한다. 임도가 진짜 금북이 되는 것이다. 일종의 하천쟁탈 현상으로 인위적으로 임도를 개설하면서 벌어지게된 현상이다.

 

<능선 절단면. 사진의 앞은 삽교천 수계이고 능선 뒷쪽은 금강수계이다>

 

▶ 두부 침식에 의한 하천쟁탈

 

  하천의 최상류 쪽으로 침식이 진전되는 두부(頭部) 침식에 의하여 분수계 너머의 다른 하천을 흡수하는 현상을 하천쟁탈(river piracy)이라고 한다. 신기습곡산지에서 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노년기 산지가 발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포토맥(Potomac)강의 지류인 셰넌도허(Shenandoah)강의 남쪽 지류가 비버댐크리크(Beaver Dam Creek)의 일부를 침탈하여 자신의 유역으로 통합하였다. 블루릿지(Blue Ridge)산맥을 절단하고 흐르는 비버댐크리크는 블루리지산맥의 북서쪽에 발달하던 상류 유역을 잃고 규모가 축소되었고 과거 산맥을 절단하던 자리는 메워져서 풍극(風隙, snickers gap)으로 변했다.

 

<*출처: 권혁재, 2004,「지형학」, 법문사(*원문: Leet, L. Don, 1982, 「Physical geology」, Prentice-Hall, Englewood Cliffs, N.J)>

 

 

  오랫만에 지형학 책을 들췄더니 이런 그림이 나온다. 분명히 옛날에도 이 그림을 보면서 이 노래를 떠올렸을텐데 무척 새롭다. 존 덴버(John Denver)의 유명한 컨츄리송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는…

 

♬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growing like breeze. Country road take me home~ ♪

 

<지형상으로 오른쪽의 산이 분수계이므로 물은 왼쪽(금강유역)으로 흘러야 하지만 임도와 분수계 사이에 인공 배수로가 있어서 물이 이곳으로 모여들어서 분수계를 넘어 삽교천 유역으로 흘러든다>

 

<철탑쪽에서 보면 오른쪽이 금강유역인데 배수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가 왼쪽으로 빠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