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풍화&침식

인간활동에 의한 토양 침식: 봉서산

Geotopia 2014. 5. 4. 23:52

  '사람 발바닥이 최고의 롤러(roller)다'

  흙으로 된 테니스 코트는 비가 내린 후나 겨울철에 얼었다 녹으면 바닥이 울퉁불퉁해지고 푸석푸석해지기 쉽다. 이 때 롤러를 굴려서 땅을 고르는데 수 백 kg의 롤러를 여러 번 굴려도 바닥이 완벽하게 딱딱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뛰어 다니면서 운동을 하다보면 금세 코트가 단단해진다. 많이 들어가봐야 양쪽에 두 명씩 네명이 넓은 코트를 왔다갔다 하는데 그게 거대한 롤로보다 낫다고 하면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대단한 사람의 발바닥이다.

  등산을 하다보면 사람 발바닥의 위력을 실감할 때가 많다. 우리 동네 뒷산인 봉서산이 그렇다. 매일 수도 없는 사람들이 봉서산을 오르다보니 등산로의 토양 침식이 상당히 심하게 진행되었다. 계산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봉서산의 높이가 실제로 꽤 낮아졌을 것이다.

 

<경사면의 토양 침식으로 소나무의 뿌리가 드러났다. 2005.7>

 

 <2009.10>

 

<드러난 소나무 뿌리가 침식을 방어하는 구실을 하여 마치 계단처럼 사면이 침식되었다.2009.10>

 

  봉서산 일대는 기반암이 화강암이기 때문에 화강암 풍화층으로 덮여있다. 화성암인 화강암은 풍화층에 유기물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풍화층이 깊어도 식물의 뿌리가 땅속으로 깊이 침투하지 않는다. 그래서 토양 표층이 조금만 유실되어도 위의 두 사진처럼 뿌리가 쉽게 드러난다. 특히 경사면의 경우는 흐르는 빗물에 의해 토양유실이 더 빨리 진행되므로 이런 경관이 많이 나타난다. 

 

<등산로 옆의 가로등이 토양 침식으로 기초가 드러나 있다. 2009.10>

 

<같은 장소가 5년여 만에 이렇게 변했다. 이대로 가면 머지 않아 가로등이 쓰러질지도 모른다. 2014.5.5>

 

<등산로에 난간을 설치하여 출입을 통제하면서 토양층이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2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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