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풍화&침식

지겨운 자갈길 : 인공 암괴류

Geotopia 2012. 9. 16. 11:13

  등산을 하다 보면 이런 돌길을 가끔 만난다. 하천도 아닌데 왜 이런 돌들이 쌓여서 산행을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등산로 옆의 숲을 보면 전혀 돌이 없는데 모든 돌들이 다 등산로에 몰려든 것만 같다. 왜 그럴까?

  이런 돌은 하천의 작용과는 무관하다. 하천이 발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돌의 모양도 둥근 원력(圓礫)이 아니라 각이 진 각력(角礫)인 것을 보면 하천의 작용과는 무관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돌이 깨지는 풍화는 다양한 원인으로 일어난다. 크게 화학적 원인과 기계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의 기후 상태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는 화학적 원인으로 일어나는 풍화가 절대적이다. 이런 모양의 돌들은 과거 빙하기의 유산으로 볼 수 있다. 동파에 의한 기계적 풍화가 왕성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은 돌들은 큰 돌들로 이루어진 암괴원이나 암괴류와는 달리 지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고 토양층에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인간의 작용이다.

  등산로가 만들어지고 사람의 통행이 많아지면 맨 먼저 식생이 제거된다. 식생은 비가 내렸을 때 토양의 침식을 방어하는 수비수인데 수비수가 제거되는 것이다. 수비수가 없는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토양 침식이 빨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등산로는 물길이 아니므로 하천에 비해 물질을 운반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그러므로 비교적 굵은 돌들은 그대로 남고 미립질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서 결국 돌길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등산로는 등산객이 계속 밟기 때문에 토양이 압축되어 주변에 식생이 자라는 곳에 비해 얕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비가 내리면 물이 등산로로 몰려들어 일시적으로 하천처럼 물이 흐른다. 따라서 미립질의 침식이 더 활발해져 등산로가 돌길로 변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소규모의 암설이 잘 공급되는 편마암이나 퇴적암 지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난다.

 

 

광덕산 남록 해발 200m 지점의 자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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