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인천공항의 발전과 통일

Geotopia 2014. 9. 3. 09:50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앞에서 출발 대기중인 Cathay Pacific 항공기>

 

해외여행이 많아지면서 외국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비행기가 특정 도시만을 목적지로 가게 되면 아무래도 승객을 확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좌석을 완전히 채우지 못할 경우까지 비용에 산입이 되므로 항공료가 비싸진다. 하지만 돌아올 때를 포함하여 빈자리 없이 승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항공료는 좀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 세계적 허브 공항이 있는 도시의 항공사들은 아무래도 승객을 확보하기가 유리할 것이다. 기착하는 항공편수가 많으므로 환승객을 포함하여 승객이 많기 때문이다. 홍콩의 항공사인 Cathay Pacific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체인구라고 해봐야 723만 명(2013)으로 서울 인구만큼도 안 되지만 항공 수요는 매우 많은 도시이므로 항공사 규모가 크다. 실제로 홍콩 여행을 위해 항공료를 알아봤을 때 저가 항공사를 제외하면 가장 항공료가 쌌다. 하지만 이 회사는 2014년도 세계 최고 항공사에 뽑혔을 정도로(영국 Sky trax 선정) 저가 항공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세계적 항공사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그런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세계 1등 공항이라고 하는 인천공항이지만 승객의 수로 볼 때 첵랍콕(홍콩)이나 창이(싱가포르)와 비교한다면 훨씬 적은 느낌이었다. 마침 착륙한 비행기 숫자가 적은 타이밍이었을 수도 있지만 세 시간 전 홍콩 공항의 번잡함에 비하면 한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인천은 시설이 뛰어난 공항이지만 환승객이 이용하기에는 지리적 위치가 많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그렇다. 국제적인 허브가 되기에는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불리한 위치인 것은 분명하다.

 

<인파로 붐비는 홍콩 첵랍콕공항의 환승대기장 식당가. 한참 줄을 서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2014.8.15>

 

인천에 내릴 때 함께 타고 왔던 승객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이었는데 이들 가운데에는 우리나라에 오는 관광객도 있었겠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를 환승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싱가포르에서 홍콩으로 오는 Cathay Pacific 비행기에서는 화면에 우리가 탈 비행기 외에도 여러 편의 환승 안내가 나왔었다. 거기에 비하면 환승 수요가 매우 적은 것이지만 그래도 인천공항이 국제선 환승에 활용된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좀 이채롭게 들렸던 것은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 편 환승 안내였다. 홍콩이나 상하이 같은 도시는 중국 국내선 환승 수요도 엄청나게 많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넓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국내선 환승 수요가 훨씬 작다. 그래서 그다지 멀지도 않은 부산까지 환승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인천에서 내려서 버스나 열차로 갈아타고 부산까지 내려가는 것 보다 환승해서 직접 부산까지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그렇다면 남북통일이 된다면 상황이 어떨까?

당연히 국내선이 훨씬 활성화되어 국내선 환승객이 증가할 것이다. 이것도 인천공항이 성장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겠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또 그렇다면 통일이 당장 어렵더라도 북한으로의 환승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제공항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북한의 조건을 고려해 본다면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 아닐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시장을 막아둔 채 국제공항의 성장을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민영화'로는 절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실효성 없는 '민영화' 논의 이전에 지리적 위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수익도 얻고 남북관계도 진전시키는 꿩 먹고 알 먹는 사업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문외한의 상상력일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