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다문화의 상징 싱가포르

Geotopia 2014. 8. 23. 23:41
  우리나라 서울보다 약간 넓은 면적인 697㎢(서울은 605㎢)에 약 546만 명(2013년)의 인구가 거주하는 나라 싱가포르. 아주 작은 나라인데도 인구 구성이 매우 복잡한 나라이다. 종족 구성은 중국인 76.8%, 말레이인 13.9%, 인도인 7.9%, 기타 1.4%(2012년 현재)이며  종교는 불교 42.5%, 이슬람교 14.9%, 도교 8.5%, 힌두교 4%, 가톨릭교4.8%, 기타 기독교 9.8%, 기타 0.7%, 무교 14.8%이다. 언어 역시 중국어를 중심으로 말레이어, 영어, 타밀어 등이 사용된다.

 

  이처럼 복잡한 종족, 종교, 언어가 나타나게 된 것은 복잡다단했던 이 나라의 역사 때문이다.

 

<*출처: Kotra 국가정보>

 

  말레이반도 끝에 위치한 작은 섬인 싱가포르는 원래는 말레이인들의 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기 불편한 늪지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소수의 말레이계 어민들만이 거주하고 있었다.

 

<Orchard 거리의 Peranakan place. Peranakan은 말레이문화와 중국문화가 융합된 혼합문화를 의미한다>

 

  지금은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중국인들의 진출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다. 일찌기 3세기 경 부터 중국 기록에 싱가포르에 대한 내용이 전하며 1330년 경 중국인 여행가 왕다유안(网大圓)의 기록에 의하면 당시에 소수였지만 중국인들이 이미 이곳에 거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명나라 때인 15세기에는 정화의 함대가 여러 차례 이곳에 정박하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부터이다.

 

<중국에서 전래한 도교와 불교가 널리 퍼져있다. 택시에 놓여 있는 불상과 좌우 신장상>

 

 

인도인들의 진출도 오래전부터 진행되었다. 13세기 스리위자야왕국뜨리부아나(Tri Buana, 또는 Sang Nila Utama) 왕자가 싱가포르에 표류하여 상륙했었다고 전한다. 이때 왕자가 어떤 동물을 목격했는데 그것이 사자라고 오해를 하여 'Singapura(산스크리트어로 '사자의 도시'라는 뜻)'라고 명명한 것이 싱가포르 국명의 유래이다. 그러나 인도인들 역시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영국 식민지 이후 대량 유입하였다.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Merlion)은 머리는 사자이고 몸통은 물고기이다. 사자가 서식하지 않는 곳인데도 이런 상징이 등장한 이유가 재미있다. 싱가포르가 일찍부터 인도 문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길거리에서 음식과 꽃 등을 제물을 바치는 힌두 문화>

 

<Little India에 위치한 힌두교 사원 Sri Srinivasa Perumal사원. 다신교 경관을 잘 보여준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조호르 술탄국일부였다. 말레이반도에 이슬람이 처음으로 전파된 시기는 대략 12세기 경이라고 한다. 그 후 1414년에 믈라카왕국에서 공식적으로 국교로 채택이 되면서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하였다. 믈라카왕국이 이슬람을 국교로 채택한 것은 이슬람 세력의 침략이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역의 중심지였던 믈라카에서 이슬람 상인들과의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호르는 조호르해협의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와 맞닿아 있는 말레이시아 남단의 주이다. 이슬람국가였으므로 당연히 싱가포르에도 이때 이슬람이 전파되었다.

 

<Arab Street의 모스크와 상가>

 

1819년에는 동인도회사의 Thomas.S.Raffles가 조호르 술탄국과 계약을 맺고 싱가포르를 국제무역항으로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1867년에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 이후 식민지 건설을 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미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를 비롯하여 중국에서 값싼 노동력들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던 곳이 오늘날의 Little India와 China town의 뿌리가 되었다.

 

<China town에 있는 도교사원 티안혹켕(天福宮)사원>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기 이전에는 포르투갈(16세기), 네덜란드(17세기)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지중해성기후지역에 발달한 회랑 양식을 싱가포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민자들이 고향에서 체득한 관습에 의해 전파된 문화가 지역의 독특한 자연 환경과 결합하여 더욱 발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즉, 지중해성기후지역의 회랑은 여름철의 강한 햇빛을 막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 열대우림지역인 이곳에서는 수시로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대로 옆에 회랑이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 많다>

 

  다양한 인구 구성이 다양한 문화경관으로 잘 드러나는 곳이 싱가포르이다. 도시 내부의 소지역들의 이름이 'Arab Street', 'Little India', 'China Town' 등으로 지어졌으며 그 내부에 다양한 문화경관들이 분포한다. 그러나 각 소지역이 완벽하게 하나의 동질적 문화지역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으며 또한 다른 소지역에 대하여 강한 배타성을 띠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Little India를 예로 들어보면 힌두교 사원과 인도식 음식 등 인도와 관련된 문화가 많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인접한 곳에 도교사원, 불교사원, 유교관련 경관이 혼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싱가포르 내 인도계 사람들을 위해 인도가 투자를 하여 설립된 '싱가포르-인도 개발 협의회(SINDA)'가 지은 연립주택. Little India>

 

<Little India에 있는 도교사원 룽산사(앞)과 불교사원 세끼야무니 부다가야 사원(뒤)>

 

<Little India의 인도식 거리와 타밀어 교육원>

 

 <종족관련 행사에 쓰이는 휘장. 종법사상은 성리학과 관련이 깊다. Little India에 있다>

 

  이러한 문화복합 현상은 China town에서도 잘 나타난다. 회랑이 설치된 건물과 중국음식점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힌두 사원인 Sri Mariamman사원이 이곳에 있다. 사원에 인접한 곳에서는 이슬람식 건물과 이슬람식 도로명을 볼 수 있다.

 

<티안혹켕사원 앞에 있는 회랑이 설치된 중국음식점 거리>

 

<토테미즘적 요소를 갖고 있는 도교신앙 경관>

 

<China town의 무함마드 알리(Mohamed Ali) 거리와 이슬람식 건축물. 멀리 Sri Mariamman 사원이 보인다>

 

<China town의 이슬람식 건축물>

 

<Sri Mariamman사원>

 

  이처럼 복잡한 인구 구성을 보이기 때문에 싱가포르는 특히 '국민 통합'이 매우 중요한 국가적 가치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1991공유가치(Shared Values) 백서를 발표하였다.  그 내용은 공동체와 사회보다 국가가 우선, 사회의 기본단위는 가정, 개인을 위한 공동체의 지원과 존중, 충돌이 아닌 합의, 인종과 종교 화합5가지이다 중국인, 인도인, 아랍인이라는 민족 명칭 보다는 싱가포리언(Singaporean)이라는 통합 명칭을 정부는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 정체성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