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지방의 공기는 태양열에 의해 덥혀져서 대기권의 상층부로 상승하였다가 남북으로 이동한다. 지구의 복사열이 미치지 못하는 대기권 상층부에서 남북으로 이동하면서 식어서 점점 공기의 밀도가 증가하게되면 무게를 못이겨 하강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남북위 30° 부근이다. 따라서 30° 일대는 연중 기압이 높은 지역이 되었다.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므로 고기압 지역인 30° 부근에서 공기는 양쪽, 즉 적도쪽과 60°쪽을 향하여 흐르게 될 것이다. 그 중 콜럼부스가 이용했던 바람이 30°에서 적도쪽으로 부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는 자기가 도착한 곳이 인도인 줄 굳게 믿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그 땅이 자신들이 알지 못하던 땅이었음을 알아내었고 이를 '신대륙'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신대륙'이란 말은 다분히 유럽인의 시각이 담겨있는 말이다. 주인이 없는 땅도 아니고, 더구나 새로 만들어진 땅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신대륙'이라는 말 속에는 '침략'의 의지가 다분히 들어있다. 그곳에서 적어도 1만4천년 이상을 살아왔던 원주민들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바람을 타고 줄지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를 침탈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늘날의 베네수엘라를 거점으로 북쪽으로 멕시코까지 남쪽으로는 안데스산맥을 따라 침략의 행렬이 이어졌다. 기독교를 이교도에게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선교사의 행렬이 이어졌고, 군인과 상인이 그 뒤를 따랐다. 찬란한 잉카와 마야, 아즈텍 문명은 앞선 무기와 그들이 가져온 듣도 보도 못한 전염병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문화유산 가운데 값나가는 금붙이 등은 모두 약탈되었고 금덩이로 녹여져서 어느 귀부인의 반지가 되었는지, 목걸이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이 약탈된 정도가 아니라 사라져 버린 것이다. 프랑스가 세계의 유산을 약탈해다가 루브르에 전시해 놓은 것은 여기에 비하면 양반인 셈이다.한 무리가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럴싸한 소문이 퍼졌다. 소문이 소문을 낳아 급기야는 금으로된 도시 '엘도라도'가 만들어지기에 이르렀다. 베네수엘라 어디쯤되었을 이 전설의 도시는 에스파냐 본국의 수많은 약탈자들을 유혹했을 것이며, 이들은 이 유혹에 이끌려 너도나도 북동풍을 타고 대서양을 넘었다. 그리고 고마운 그 바람에 이름을 붙였다.
'무역풍(trade wind)'.
이 얼마나 가증스런 이름인가?
무역이란 국가와 국가간의 교역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은 분명 무역이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본국의 물건을 가져다 값나가는 물건과 바꾸어 갔을 터이니 약탈이 분명하다. 일제가 우리나라에 그들의 공업제품들을 가져다 놓고 우리의 쌀과 자원을 가져간 것을 정당한 무역이라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당연히 이 바람의 이름은 '침략풍', 또는 '약탈풍'이 되어야 옳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침략자들은 스스로를 침략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알렉산더도 징기스칸도 '위대한 정복자'로 묘사될 뿐이다. 일본은 그들의 침략행위를 '한반도 진출'로 여전히 고집하고 있으며, 미국은 평화를 위하여 아프가니스탄을, 이라크를 공격하였다고 강변하고 있다.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하여도 침략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엄청난 수의 민간인들이 그 와중에 다치고 죽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양민들이 3백만이 넘는 것만 보아도 침략행위의 부당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3백만 모두가 세계를 보는 눈을 가진,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며, 소중한 가족과 친구가 있는 존재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형성하고 있는 공동체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하여 처참하게 왜곡되거나 와해되는 것을 가볍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무역풍'이란 낱말을 통하여 세상을 다시 되돌아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