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기독교와 이슬람은 한 뿌리

Geotopia 2014. 4. 2. 20:58

  기독교와 이슬람은 한 뿌리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라는 무서운 별명을 얻은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를 비롯하여 팔레스타인, 수단 등이 이슬람과 기독교 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난제로 종교 갈등을 꼽기도 한다. 종교는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로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가 같다는 사실을 모두 잘 인식한다면 서로 상대의 신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종교 문제는 단순히 종교 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히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배후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인식의 수준을 넘어 경제적 불평등까지 해소해 나가는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모색되어야만 한다. 어쨌든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이 글에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뿌리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구약성경은 인류의 발생과 전파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부분의 내용이 유대경전, 쿠란에 모두 유사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동의를 하는 것 같다. 그 직접적인 근거가 아브라함의 두 아들 가운데 큰 아들 이스마엘의 후손 중에서 무함마드가 나왔으며 아브라함의 작은 아들 이삭이 유대인의 뿌리라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로 일컬어지는 아브라함('많은 무리의 아버지'라는 의미)은 노아의 큰 아들 셈의 후손이다. 노아-셈-아르박삿-셀라-에벨-벨렉-르우-나홀-데라로 이어지는 계보가 아브라함에 이르러 이스마엘과 이삭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집트로 이주하여 부호 바로의 환대로 부를 축적한 다음 요단강 유역의 가나안에 터를 잡는다. 하지만 아브람(아브라함으로 바꾸기 전의 이름으로 '큰 아버지'라는 뜻)은 80세까지 자손을 얻지 못한다. 야훼는 아들을 얻을 것이라고 계시를 했지만 아브람의 아내 사래는 이를 믿지 못하고 종 하갈을 들여서 아들 이스마엘을 낳는다. 후에 사래는 야훼의 계시대로 아흔의 나이에 아들 이삭을 낳는다. 그런데 하갈과 이스마엘은 사래와 이삭을 업신여겨서 아브라함에게 쫓겨나 아랍에 살게 되었고 이삭은 가나안(Canaan), 즉 이스라엘에 살게 된다. 육신의 예수는 이스라엘 민족으로 예루살렘 태생이고 예언자 무함마드는 아랍족으로 메카 태생이다. 예루살렘과 메카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약 1,300km로 지구적 스케일로 볼 때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Abraham Dismissing Hagar and Ishmael / Nicolaes Maes>

 

☞ Bingmap으로 예루살렘과 메카 찾아보기: Click!!  http://binged.it/1sFM24A 

 

  아랍인과 유대인은 인종 분류상으로 똑같이 셈족에 속한다. 성경과 쿠란에 나오는 셈의 후손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성경에 기초하여 노아 후손의 가계를 살펴보면 이들이 북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유럽으로 퍼져나갔음을 알 수 있다. 노아는 물론 아담과 이브의 후손인데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대홍수로 인류가 멸족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문이다. 아벨을 죽인 카인의 후예들과 노아의 선조인 셋의 후손들이 모두 홍수로 심판을 받았으므로 인류는 모두 노아로부터 퍼져나간 것이다.

  기독교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었던 중세에 만들어진 T-O지도는 이러한 세계관을 반영한 것으로 노아의 세 아들이 자리를 잡은 곳들을 세상의 전부로 그린 지도이다. 즉, T-O지도는 아시아를 큰 아들 셈의 땅으로, 아프리카는 작은 아들 함의 땅으로, 그리고 유럽은 막내 야벳의 땅으로 그렸다. 북아프리카에서 서남아시아에 걸쳐 살고 있는 남방계 코카서스인들을 햄셈족으로 분류하게 된 것이 바로 성경에 근거를 둔 분류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아랍족과 유대족은 모두 셈족으로 혈통상 상당히 가까운 민족이다.

     

<세상을 셈, 함, 야벳의 땅으로 묘사한 중세의 T-O지도>

 

<Noah 가계도와 정착지>

 

 

<Noah후손의 이주  *자료: Anointed one Ministries, Incorporated(https://anointedoneministries.org/Anointed_One_Ministries.php)>

 

  당대에 이렇게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건조지역의 유목민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농경, 특히 벼농사 중심의 농경 민족인 우리 한민족은 이동 보다는 경지 주변에 정착을 하는 적응 전략을 선택했으며 분가를 해도 멀지 않은 곳으로 가서 협동노동에 유리한 마을을 형성했던 것과 매우 대조를 이루는 생활 패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