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한식당은 우리 문화의 확산에 공헌을 할까?

Geotopia 2014. 3. 30. 15:43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한식당을 만날 수 있다. 외국 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한글 이름은 음식의 맛을 떠나서 우선 반갑다. 한글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 같아 자못 자랑스럽기도 하다. 다른 나라의 도시 한복판에 한국어 간판이 붙어 있으면 분명히 그 지역 원주민들의 눈에 띌 것이다. 대부분은 어떤 나라 말인지 궁금해 할 것이고 그러면서 우리말이 소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볼리비아 라파스에서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고산병으로 며칠 째 고생하는 동료가 있었다. 한식을 먹으면 좀 나을 것 같다고 해서 라파스에 하나 있다는 한식당을 물어물어 찾아 갔었다. 그런데 문을 닫았다. 그냥 돌아서기가 너무 아쉬워서 문을 두드렸더니 직원이 나와서 쇠창살 문을 연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저녁에 다시 연다는 것이다. 한국인 주인은 저녁 장사 준비를 위해 식재료를 사러 가고 없고 서툰 우리말을 하는 직원이 알려준 사실이다. 멀리서 왔으니 먹고 가게 해 달라고 간청을 했더니 또렷한 우리말로 '반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한식당이 태평양을 건너 멀리 스페인어 국가에 와서 '반찬'이라는 말을 퍼뜨린 것이다. 원주민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찬'이란 말을 들으니 이쪽 음식에는 '반찬'이란 개념이 없으므로 천상 우리말을 직접 쓰는 것 밖에 방법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 얘기.

  그냥 있는 반찬만 달라고 조르고 졸라서 간신히 밥을 먹었다. 태평양을 건너온 비싼 소주도 한 잔 곁들여서.

  고산병은?

  쌀밥 덕분인지, 김치 덕분인지, 아니면 소주 덕분인지,

 

  나았다!

 

<볼리비아 라파스>

 

<프랑스 파리>

 

<러시아 이루크추크>

 

<영국 런던>

 

  여담 한 마디 더!

  사실 하루 세끼 매일 먹는 음식을 멀리 타국에 까지 가서 애써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행의 주목적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문화인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없다면 무척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입맛이 맞지 않아 못 먹더라도 며칠 여행으로 건강상 치명적인 악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므로 못 먹을 각오를 하고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훨씬 더 의미있는 여행 자세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패키지 여행에서는 한식을 먹고 싶지 않아도 적어도 한 두 차례는 먹어야만 한다. 코스에 들어 있어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냥 따라가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여행사가 배려를 한 것일까? 개중에는 고추장이니 김이니를 싸가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꽤 많은 것을 보면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한식당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내 느낌은 외국의 한식당들은 외국인 보다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여행 중 들렀던 한식당에서는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 밖에 만날 수가 없었다. 대부분 패키지여행을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내가 반가워하는 만큼 식당의 주인도 나를 반가워 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식당에서 보다 더 푸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었던 적도 많다. 음식 적응력이 낮은 사람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출발한 한식당 식사가 이젠 대부분 여행사의 필수 코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여행 단가를 낮추거나 수익을 올리는 것과도 모종의 관련이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