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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이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Geotopia 2014. 11. 1. 23:23

▶ 공무원 연금이 국가 재정을 파탄시킨다?

 

  공무원 연금법 때문에 온나라가 시끄럽다. 정부와 여당에 의해 갑자기 이슈화가 되더니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를 하면서 일약 최고의 사회적 이슈로 등극하였다. 당사자인 공무원들에게는 단 한 번도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었고, 사정이 그렇다 보니 당연히 이에 대한 공무원의 의견이란 것도 제시된 바가 없는데도 이상하게 공무원들이 연금을 더 받으려고(마치 엄청난 연금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경향이다.

  매년 2조~3조 원(2014년 2조 4854억원 예상)의 재정적자가 공무원 연금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2조원은 물론 막대한 돈이다. 일반인들에게 조 단위의 돈은 이론상의 돈일 뿐 실제로는 범접할 수 조차 없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내년 우리나라 전체 국가 예산은 376조원인데 내년 공무원연금 적자액이 3조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전체의 0.7% 정도나 되는 '국가 부도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엄청난 액수(?)'가 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 지출율은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GDP 대비 0.6% 수준으로 OECD평균인 1.5%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선진국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노령화로 연금부담이 커진 일본 조차 공무원연금 지출율이 0.9%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실정이 이런데도 국가부도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자료: 송인보, 2012, 주요국 공무원의 퇴직 소득 보장제도, 공무원연금공단, p. 4>

 

 

  그런데 그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적자가 발생하게 되었는가' 이다. 또한 우리가 여론 몰이에 몰려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공무원들이 자신의 노후 연금을 위해 어느 정도를 기여하고 있는지는 거의 얘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연금'이 갖는 경제적 의미에 대해서는 논의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다투어야 하는 문제를 '손해와 이익' 논쟁으로 절묘하게 변질시키는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神技'를 한 두 번 보아 온 것은 아니지만 알맹이는 쏙 빠진 채 공무원에 대한 마타도어만 난무하는 작금의 현실은 분노를 넘어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2014년 11월1일. 여의도공원에 무려 12만 명의 공무원이 모였다. 생존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왜 적자가 발생하게 되었을까?

 

  공무원연금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상당히 오래되었고 문제를 제기해온 주체는 지금과는 달리 정부가 아닌 공무원이었다. 왜냐하면 부적절한 기금 운용 때문에 이런 사태가 진작부터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할 때마다 공무원 연금을 '곶감 빼먹듯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문제 제기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부실한 운영이 지속되었다. 아래의 표는 대표적인 부실 운영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연기금에 손을 대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설혹 어떤 이유로(예를 들면 IMF 때의 구조조정) 비정상적인 지출이 있었다고 한다면 곧바로 예산을 확보하여 지출분을 복구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상식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막대한 원금이 축난 연금이 적자로 향해 달려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공무원은 세금 도둑?

 

  공무원의 봉급을 일반 기업에 비교하는 것은 말하면 입만 아프니 생략하겠다. '철밥통'이라는 질시인지, 질타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용어 역시 이 자리에서는 구구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다지 먹을 것이 많이 담겨있지 않은 철밥통과 진수성찬이 담긴 유리밥통을 바꾸자면 기꺼이 바꿀 것인지는 한 번 물어보고 싶다. 한 가지 더, 신분 마저 불안하다면 그런 공무원에게 과연 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연금은 공무원에게 거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 일반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봉급을 받은 것에 대한 후불 급여의 성격을 갖는다. 그런데 그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공무원이 평생 많은 액수의 돈을 내야만 한다. 기여금이라고 불리는 이 돈은 급여액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OECD 국가의 일반적 수준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자료: 송인보, 2012, 주요국 공무원의 퇴직 소득 보장제도, 공무원연금공단, p. 4>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공무원의 부담율은 2012년 이후 7.0%로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으며 전반적으로 세계적 수준과 엇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편이다. 독일처럼 아예 한 푼도 내지 않는 나라도 있지만 평균 수준을 약간 웃도는 기여금을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무원 연금 부담율은 9.3%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 가장 높은 나라인 프랑스의 1/7에 불과하며 낮은 편인 영국과 비교해도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근본적으로 취약한 재정구조를 하고 있었고 그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 부담율이 낮은 것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그 기금을 엉뚱한 곳에 전용하는 등 부실하게 운용을 해왔으니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터무니 없이 많은 연금을 '타먹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아래 표를 보면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연금액은 비교 대상국에 비해 모두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연금의 소득대체율(30년 재직자 기준, 퇴직시 최종 소득 기준 비율)은 39.9%로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의 기여금을 내고 반면에 훨씬 낮은 수준의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자료: 송인보, 2012, 주요국 공무원의 퇴직 소득 보장제도, 공무원연금공단, p. 5>

 

▶ 기여금을 내지 않는 연금도 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기여금을 전혀 내지 않고 연금을 타는 경우도 있기는 있다. 전임 대통령은 기여금을 내지 않지만 매월 1,554만 8천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이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에 연로회원 지원금이라는 항목이 있어서 죽을 때까지 평생연금 120만원! 단돈 한푼 내지 않고 연금을 받는다. 일반 국민이 연금 120만원을 받으려면 무려 30년 동안 월 30만원씩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재산이 많아도(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이상인 경우와 순 자산이 2014년 기준 18억5천만 원 이상인 경우는 제외) 단 일 년만 금배지를 달면 65세부터 평생연금을 받는다.

 

  여기서 잠깐!

  국회의원이 받는 월급은 얼마나 될까?

  기본급 일반수당 636만 4천원/입법활동비 313만 6천원/관리업무수당 58만원/정액급식비 13만원/명절휴가비 775만원/정근 수당 646만 4천원/야식 59만원/ 총 1억 3796만원!!

  이외에도,

  정책홍보물 발행비 2000만원/사무실 운영비 1200만원/업무용 택시비 연간 100만원 지원/인턴 포함 9명의 보좌진 연봉 3억 9513만원/의원회관 운영비, 차량유지비, 기타 지원금 5179만원 등등

 

  국회의원 1인당 사용하는 국민의 세금은 연간 약 6억 원!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받는 체육연금 역시 기여금을 내지 않는 연금이다. 체육연금은 상한선이 1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국회의원들이 받는 연금에 비해 적은 편이다.

 

 

▶ 연금이 튼튼해야 나라가 산다

 

  현재 실종된 논의 중에서 중요한 것은 연금이 국가주도 투자로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수정자본주의 이론에 근거한다는 사실이다. 아베노믹스니, 최경환경제정책이니가 모두 수정자본주의 정책의 하나이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도 물론 그것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유방임주의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경제공황에 대한 타계책으로 케인즈가 제시한 거시경제학에 기원하는 정책인 것이다. 최경환장관이 취임과 함께 제시했던 것이 바로 거시경제학의 틀이었다. 가계 소비가 줄면 실물 경제가 악화되므로 정부가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그 얘기는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음은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것을 위해 정부는 2015년 무려 9조원이 증액된 376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적자가 무려 33조원에 이르는 마이너스 예산이다.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살림을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국가 재정을 활용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어디에 개입하여 어느 부문에 국가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는 크게 볼 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째는 직접적인 대규모 사업에 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이다.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게 나타나는 반면 그 혜택이 대규모 자본에 1차적으로 집중되며 투자 대상이 하향식으로 결정되는 문제점이 있다.

  둘째는 복지 투자이다. 노령 연금을 비롯하여 실업 연금, 장애인 복지 등에 투자를 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느린 단점이 있지만 적재적소에 배분이 되며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여 사회적 통합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적은 예산으로 단기적 효과를 노릴 수 밖에 없는 개도국은 주로 첫번째 방법을 많이 쓰는 반면 선진국으로 갈수록 두번째 방법이 보다 보편적이다.

  첫번째 방법이든, 두번째 방법이든 국가 주도로 예산을 풀어서 소비를 고양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고자 한다는 면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맥락의 정책이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한 최초의 사례로 미국의 뉴딜을 꼽고는 한다. 테니시강 유역에 32개나 되는 댐을 건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뉴딜의 핵심 내용에는 최저임금제와 주당 노동시간의 법제화라는 매우 진보적인 복지정책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튼튼한 복지는 곧 안정적인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기업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미 80년 전에 미국은 인식을 하고 정책에 반영을 했던 것이다. 이후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정책을 받아들였고 미국보다 훨씬 강화된 복지 정책으로 안정적인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선진국들이 공무원 연금을 비롯하여 노령연금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로 매도를 당하는 반면 규제완화와 법인세 감면으로 상징되는 대자본 중심의 정책이 경제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여 소비를 고양하겠다는 것도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정책 기조 속에서 공무원연금을 튼튼하게 한다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곳이라고는 송곳 꽂을 만큼도 없어 보인다.

 

▶ 우리나라에서 노령연금이란?

 

  우리나라의 노인인구는 2013년에 대략 6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고 노령화지수(65세 이상 인구/15세 미만 인구×100)는 이미 2013년에 80%를 넘어섰다. 노령 인구는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일본의 예로 본다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20%대에 도달할 것이다. 총인구를 5천만 명이라고 본다면 1천만 명에 이르는 막대한 숫자의 인구가 노령인구가 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요란한 출산장려 정책 뿐이다. '젊은 세대의 부담' 이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동반되면서 말이다. 어쩌란 말인가? 나이들면 젊은 세대에 부담을 주지 말고 곱게 죽으란 말인가?

  60세에 은퇴를 한다고 가정을 하고, 또한 평균 수명이 80세라고 가정을 하면 은퇴 후 20년을 실업 상태로 사는 셈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수입이 전혀 없는 실업자가 전국민의 20%라고 가정을 해보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노인 취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현실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는 곧 엄청난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접근은 이런 맥락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돈 몇푼을 더 받고 말고가 아니다. 5급 미만의 하위직 공무원들은 일생동안 봉급으로 생활하는 것 외에 특별한 자산을 형성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서 연금을 빼앗아 가는 것은 멀쩡한 정규직 직원을 실업자로 내모는 것과 같으며 대량의 실업으로 인해 소비를 위축시키고 경기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 조세정의와 민주주의가 답이다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온 국민을 복지 우민화로 몰고 가고자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경제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사회적 격차 해소보다는 성장 드라이브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이 옳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난데없이 언론에 정보를 흘린 다음 국민의 여론을 반 토막 내는 전근대적 방법을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국가 부도를 들먹이며 공무원을 압박하는 저의는 무엇인가? 연금 전문가와 당사자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한 채 연금학회라는 사기업을 대표하는 집단의 의견만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을 몰아가는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 애초부터 윈윈이란 것은 포기한 이러한 전략은 무언가 절실한 목적이 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금융 자본에 이익을 집중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다.

  이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국영보다는 민영화가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유효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결국 공황을 일으켰으며 그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보이는 국가의 손이라는 역사적 교훈은 깡그리 잊은 채.

 

  정부는 자신의 백성을, 그것도 公僕이라고 하는 공무원을 이성이라곤 전혀 없는 떼쟁이로 몰아세우고 있다. 선거가 없는 기간에, 그것도 금년 안에, '해치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백성은 대화의 상대가 아닌 철저하게 무시해야만 하는 무지몽매한 무리일 뿐인가? 만일 그런 인식에 기반을 둔 정책이라면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거나, 아니면 정권이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공무원연금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상식이며 순리이다. 연금학회라는 금융자본을 대변하는 듣보잡 학회의 편향적 의견을 전면에 내세워 말없는 공무원을 압박하는 방식은 정말 어이가 없고 치졸하다. 주인인 백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독재시절에나 경험했던 전근대적 정책 수행 방식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첫 번째 해법은 당사자들과 마주 앉아 이해를 구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것이다.

 

  둘째는 이제라도 정부 기여율을 높여 공무원연금 재정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적 수준과 비슷하게 납부하면서 훨씬 적게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더 내고 덜 받으라며 공무원에게 무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공무원을 사지로 내모는 행위이다. 이제 공무원은 노후의 생존을 위해 각자 매진해야만 될 것이며 나아가 소비 위축으로 우리 경제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더욱이 공무원이 먹고 살길을 각자 알아서 찾아야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능력있는 젊은이를 공무원으로 유인할 수 있겠는가? ‘교육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국가 운영은 공무원의 질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슨 재주로 연금 재정을 튼튼하게 한단 말인가? 적자 예산을 세우는 나라에서.

 

  얼마 전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원이라는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강남 땅 매입에 배팅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라이벌 기업을 이기기 위해 예상 가격에서 5조원이나 더 높게 배팅을 했다는 얘기가 뒤를 이었고 현대자동차 주식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그건 우리와 무관한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일까?

 

  최경환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임금을 높이고 배당액을 높이는 기업에게 법인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가계 소득을 증대시켜 소비를 활성화하고 이것이 기업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거시경제학의 틀을 적용한 이러한 밑그림은 나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이후 지속되고 있는 법인세 감면 정책의 결과는 원래 기대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매출액이 5천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 269개사의 법인세 감면액이 지난 2011년 현재 53,224억 원으로 이들 0.06%의 재벌기업이 전체 법인세 감면액의 57.0%를 차지했다. 그 막대한 돈이 정부의 기대처럼 경제의 활성화에 쓰인 것이 아니라 재벌기업 곳간만 채운 것이다.

  10대 기업의 사내 보유금이 104조에 이른다고 하며 삼성전자의 경우 사내 유보율이 무려 3,900%가 넘으며 현대자동차도 2,000%에 육박하고 10대 그룹까지 확대해도 1,500%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환경의 변화와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를 한다고 해도 현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은 예상을 많이 빗나간 것처럼 보인다.

 

  결국 조세 정의가 답이다. 세금 감면의 효과는 대자본으로의 자본 집중과 부동산 투기 등 비 생산적 분야로의 자본 이동 증대로 나타나고 있다. 금년 징세율이 예상에 훨씬 못 미치고 있고 내년은 적자 예산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담배 값 등 소득 수준과 무관한 간접세를 늘리는 나라가 어떻게 무역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란 말인가! 21세기의 나라에서 22세기를 바라보는 백성을 20세기 정책이 통치를 하고 있는 꼴이다. 튼튼한 자본주의는 조세 정의가 담보되어야 한다. 합리적으로 세수를 확보하고 이를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는데 투자를 함으로써 소비를 고양하고 경제를 안정시켜가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연금 문제 또한 조세 정의가 이루어질 때 자연스럽게 해법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답이다. 문제를 정확하게 드러내고 이를 기반으로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것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며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술수와 압박으로 결정된 결과는 승자와 패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의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기 마련이다. 갈등과 격차가 가져오는 사회적 손실은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경제라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