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잉카블루(Inca blue)-안데스의 하늘 빛

Geotopia 2014. 11. 25. 08:30

  '잉카 블루(Inca blue)'라는 말이 있다. '블루'니까 푸른 색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정확한 색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파란색, 남색, 곤색, 하늘색, 쪽빛… 우리말은 색깔 표현이 매우 발달한 언어여서 파란색에 대한 표현도 아주 다양한데 잉카블루는 이 가운데 어느 것과 가까울까?

 

  언어는 환경을 반영한다. 그러니까 특정 지역에서 탄생한 어떤 낱말은 그 지역의 환경을 이해해야만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다른 환경에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누이트의 언어에는 흰색을 표현하는 낱말들이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눈과 얼음에 덮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그 흰색을 구별하는 것은 생활과 관련된 상당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잉카는 안데스 고산지에 발달했던 타완틴수유왕국의 스페인어식 표현이다. 그러니까 잉카블루란 색은 안데스 고산지역의 자연환경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고산지역은 일반적으로 기온이 일정하고 상대습도가 높아 구름이나 안개가 끼는 날이 많다. 그런데 고도가 높아서 미세먼지량이 저지대에 비해 훨씬 적다. 따라서 맑은 하늘색이 잘 나타난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빛의 파장과 관련이 있다. 일곱 개의 가시광선은 각기 다른 파장을 가지고 있는데 빨강색에서 보라색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아진다. 파장이 짧을수록 장애물을 만날 때 빛이 산란될 확률이 높아진다. 즉, 파장이 짧다는 것은 빛이 이동할 때 움직이는 횟수가 더 많다는 의미이고, 더 많이 움직일수록 장애물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태양 광선이 지구 대기권에 들어오면 대기 중에 있는 질소, 산소 등의 공기분자들(장애물)과 부딪히게 되고 이때 산란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때 파장이 짧은 보라색 쪽이 더 많이 산란이 되고 산란이 많은 광선의 색을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 빛은 보라색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하늘은 분명히 파랗다. 왜?

  그것은 태양에서 발사된 가시 광선 중 보라색은 파란색보다 빛의 양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라색은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하는 동안 거의 사라지기 때문에 지표에 도달하는 양이 매우 적다. 결국 하늘 빛은 남색에서 파랑색 사이의 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데스 같은 고산지에서는?

  고도가 높기 때문에 보라색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도가 높아질수록 하늘의 색은 보라색에 가까운 색을 띠게 된다.

  잉카블루란 바로 이런 색이다. 보랏빛이 약간 도는 느낌이 드는 진한 남색. 그 색이 미세먼지가 없는 맑은 하늘 덕분에 더욱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타완틴수유(잉카)의 하늘이다. 타완틴수유 사람들은 매우 신성한 동물로 여겼던 매가 날아다니던 바로 그 하늘빛이다. 그래서 타완틴수유왕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에서는 잉카블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하늘빛이 생활 곳곳에 스며있는 것이다.

 

<마추피추의 파란 하늘>

 

<쿠스코 시내에서 바라본 짙은 남색의 하늘>

 

<호텔 출입구 문 색깔이 짙은 남색이며 셔틀버스 색깔도 역시 같은 색이다. 멀리 보이는 건물에서도 파란색을 많이 볼 수 있다>

 

<발코니 난간이나 문에 파란색으로 액센트를 준다>

 

<구름 색깔의 벽과 하늘 색깔의 발코니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칫 촌스러운 색이 될 수도 있는 색이지만 잉카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다>

 

<음식점의 식탁보에도 파란색이 자연스럽다. '쿠스코의 아가씨'라는 뜻이라는 맥주 쿠스께냐와 옥수수 막걸리 치차>

 

<예수 탄생을 표현한 조형물에서도 파란색이 액센트이다>

 

<마추피추 아래 아구아깔리엔떼스역의 기차도 파란색이다>

 

<버스 커튼도 잉카의 상징 파란색이다. 쿠스코에서 티티카카호(푸노)로 가는 버스에서>

 

<쿠스코 시내를 누비는 낯익은 우리 차 티코 역시 파란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차인데 여기서는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